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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지기의 가르침,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서평] 이영득· 정현도 글과 사진 <주머니 속 풀꽃 도감>


풀꽃 이야기책 <풀꽃 친구야 안녕?>과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할머니 집에서>를 쓴 이영득 선생님은 저를 처음으로 산과 들에 사는 이름 모를 풀꽃들과 인사시켜준 분입니다.

저는 5년 쯤 전 여름 창원 봉림산에서 이영득 선생님이 진행하는 들꽃 안내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3년쯤 전 여름에 선생님이 쓴 동화책 <할머니 집에서>의 서평 기사를 작성한 인연으로 다시 이영득 선생님과 만나서 풀꽃 공부를 함께 하였습니다.

약속한 팔용산에서 만났을 때, 이영득 선생님은 "다른 곳에서 그냥 만났으면 못 알아볼 뻔했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기억 속에는 이영득 선생님의 책제목과 이름, 그리고 참 독특하고 예쁜 명함에 대한 기억만 남아있고 얼굴은 어느새 다 잊혔더군요.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는 오래전부터 유아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 여름부터는 아이들과 함께 마산에 있는 팔용산에서 '숲속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숲속학교'를 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영득 선생님께서 저희 선생님들에게 아이들과 숲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와 프로그램을 가르쳐주시겠다고 제안하셔서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영득 선생님이 2004년에 쓴 <풀꽃 친구야 안녕?>을 챙겨들고 숲 공부를 하러 간 저희에게 이영득 선생님은 새로 쓰신 책을 선물로 주셨는데, 그 책이 바로 <주머니 속 풀꽃 도감>입니다. 그 날 선생님과 함께 숲 공부, 풀꽃 놀이, 숲 체험 놀이를 하면서 여러 번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을 펼쳐보며 "아 이 녀석이 봄에는 이렇게 생겼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풀꽃 사랑모임에 참여하고 계시는 이영득 선생님은 자신을 '풀꽃지기'라고 부릅니다. 숲 속에 있는 여러 풀꽃과 지기인 선생님과 함께 숲으로 들어서면 몇 걸음을 내딛지 못해 풀꽃 친구들과 인사해야 합니다.

이영득 선생님과의 인연

5~6시간 혹은 종일 숲 체험을 함께 해도 여기저기 피어있는 풀꽃들과 만나고 생김새를 관찰하고 이름 유래를 듣다보면, 겨울엔 몇 백 미터밖에 못가고 체험활동을 마치게 됩니다. 지난 주말에는 '가을꽃과 씨앗'을 주제로 이영득 선생님과 함께 풀꽃들을 만났습니다.

덜꿩나무, 오리나무, 도둑놈의 갈고리, 기름새, 좀담배풀, 주름 조개풀, 솜나물, 실새, 청미래덩쿨, 콩제비꽃, 산초나무, 참마, 단풍마, 쇠뜨기, 고사리, 쑥부쟁이들과 만났습니다. 가을이라 이 친구들의 씨앗을 관찰하며 놀았습니다. 그냥 숲속을 걸어갈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풀꽃들과 만나고, 그 씨앗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돋보기로 들여다본 '고사리 포자'가 참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영득 선생님이 소개해준 풀꽃을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나태주님의 시가 있습니다. 짧지만 풀꽃을 만나는 사랑하는 방법을 몽땅 알려주는 멋진 시 한 편이었습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영득·정현도 선생님이 글을 쓰고 직접 찍은 사진을 모아 만든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은 바로 이 시와 같은 마음으로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만든 책입니다.

풀꽃을 소개하는 여러 책들이 꽃이 핀 예쁜 모습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 이영득 선생님이 엮은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은 꽃도 예쁘고, 잎도 예쁘고, 싹이 날 때는 그때대로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풀꽃지기 이영득 선생님이 풀꽃과 더 친해지는 과정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덜어보려고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꽃만 나온 도감을 보고 싹이나 꽃이 피지 않은 어린 모습까지 알아보는 것은 어렵더라고요. 작으면서 많은 식물이 나오고, 배낭에 넣어도 자리 덜 차지하며, 꽃이 피지 않은 모습을 보고도 무슨 꽃인지 알 수 있는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머리말 중에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수생식물로 나누어 실은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은 "우리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풀꽃이 많아요. 어찌 보면 너무나 작고 하찮은 풀, 그러면서도 누구나 한 번쯤은 '저 풀도 이름이 있을까', '저 풀은 이름이 뭘까' 생각해봤을 것 같은 풀"을 담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털대사초가 나오는 20쪽에는 '털대사초'와 '털대사초 꽃' 사진이 나란히 나오고, 같은 쪽에 털이 없고 잎이 좁고 갸름한 '지리 대사초'가 함께 나옵니다.

천남성은 싹(4월), 잎(5월), 열매(10월)로 나누어 다른 계절에 찍은 사진이 실려 있고, 헷갈리기 쉬운 남산천남성, 두루미천남성, 큰천남성을 함께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꿩의 바람꽃'이 나오는 쪽에는 꿩의 바람꽃(4월), 꿩의 바람꽃 잎(3월), 꿩의 바람꽃 꽃봉오리(3월)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고, 비슷하게 생긴 6월에 피는 바람꽃, 5월에 피는 나도바람꽃, 3월에 피는 만주바람꽃, 5월에 피는 홀아비바람꽃, 3월에 피는 너도바람꽃과 회리바람꽃, 변산바람꽃을 함께 모아두었답니다.

연구실에서 풀꽃을 분류했다면 이렇게 구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두 "무겁고 두꺼운 식물도감을 배낭에 넣고 다녀" 본 풀꽃지기 이영득 선생님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서 이렇게 편집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영득 선생님과 함께 풀꽃 지기들을 만난 지난 주말,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풀꽃 그림도 그리고 하얀 손수건에 풀물, 꽃물들이기도 하였습니다. 병에 든 씨앗 소리를 듣고 맞추는 씨앗놀이도 하고, 눈 아래에다 거울을 대고 '뱀 눈으로 세상보기' 놀이도 하고, 오(五)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 열매로 예쁜 인형도 만들었습니다. 저희 선생님들은 "다음에 아이들과 꼭 해봐야지"하면서 아이들마냥 즐겁게 놀았습니다.

풀꽃을 만나면 마음이 즐거워져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 팔용산에서 흥얼거린 노래가 이 글을 쓰는 동안 자꾸 생각났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이창희 시에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붙인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라는 노래를 계속 흥얼거렸습니다.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조금씩 깊어가는 가을에 풀꽃과 지기가 되고 싶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혹은 이 다음에 이영득 선생님처럼 '풀꽃지기'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선생님이 쓴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이 늘 함께 다니는 좋은 지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머니 속 풀꽃도감 - 10점
이영득.정현도 지음/황소걸음
내가 좋아하는 풀꽃 - 10점
이영득 지음, 박신영 그림/호박꽃
풀꽃 친구야 안녕? - 10점
이영득 지음/황소걸음
주머니 속 나물 도감 - 10점
이영득 지음/황소걸음






Trackback 0 Comment 2
  1. 실비단안개 2009.07.20 08:42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귀한(들)꽃 보다는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있는 흔한 꽃에서부터 시작해야
    들꽃에 관심을 가지며 사랑하게 될 겁니다.
    좋은 친구같은 책같습니다.

    • 이윤기 2009.07.20 11:58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제가 아는 환경교육을 하시는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름을 모르면 '잡초'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다 이름이 있다. 우리는 이름 모르는 우리는 '잡놈'이 된다. 뭐 이런 말씀이었지요.

      가까이 이웃하고 있는 풀꽃들부터 조금씩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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