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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롯데, 마산 야구팬 홀대하지 마라

by 이윤기 2009.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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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이후에 초등학생들 사이에 야구가 유행입니다. 지난 수요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 야구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려고 한 프로야구 롯데 - 두산 경기가 열리는 마산야구장을 찾았습니다.  마산에서 열리는 연간 6경기 중 두 번째 주중 3연전이 열렸는데 수요일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 사무실이 종합운동장 근처에 있어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많은 롯데 팬들이 야구장으로 몰려드는 것을 무심하게 지켜보았을 뿐 정작 제가 야구장을 찾은 것은 20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바뀐 줄 알았는데 20년을 훌쩍 넘긴 프로야구의 팬서비스는 형편이 없더군요. 물론 이것은 마산구장에 국한된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와 야구를 보러가기로 약속을 하고 아침일찍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예매하였습니다. 야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오후 2~3시부터 야구장 매표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봤기 때문에 미리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예매해 두었습니다.

경기 시작 시간은 6시 30분이지만, 그래도 좀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볼 생각으로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 눈치를 보며 5시에 아들과 함께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입니까? 인터넷 예매한 입장권을 받는데 1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줄서서 1시간 기다리는데 인터넷 예매는 뭐하러 하나?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이라고 자랑하는 나라에서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예매 해놓고, 예매 해놓은 표를 받기 위해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기가막힌 아날로그 방식이 벌어지고 있는 것 입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인터넷 예매를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매표 시간을 줄여서 야구팬들이 좀 더 편리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마산야구장에서는 인터넷 예매가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아래에 현장 판매와 다름없이 긴 줄을 서서 1시간씩 기다려서 티켓을 받아야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현장 판매도 마찬가지 입니다. 야구팬들이 와서 1~2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면 당연히 매표창구를 늘여야 합니다.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줄을 세워놓고 기다리게 하는 것이 롯데자이언츠의 팬서비스인지 묻고 싶더군요. 특히, 마산구장의 경우 일년에 고작 6경기 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늘 '매진 사례'가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구단 측에서는 티켓 판매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많은 야구팬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고 일찍 운동장에 와서도 경기 시작 전에 입장을 못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시민들에게 질서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친구나 가족들이 야구장을 찾으면, 한 사람은 입장권 판매하는 곳에 줄을 서고 또 다른 사람들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곳에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경기장 입장하는 줄을 서 있는 사람은 마치 007 작전을 펼치듯이 입장권 줄에 서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가며 줄을 섭니다.


▲ 본론에서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인터넷 예매 입장권에는 불필요한 개인정보가 많습니다. 티켓을 구입한 사람의 이름과 국번을 제외한 전화번호, 그리고 신용카드 승인번호, 주민번호 앞 여섯 자리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입장권에 이런 개인정보가 인쇄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개인정보는 매표소 컴퓨터에서 확인만 하면 충분합니다. 만 남아있으면 충분합니다.

경품 추첨이 끝나고 문서 파쇄기에 넣지 않고 야구장에 쓰레기 통에 그냥 버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 상당한 개인정보가 마구 굴러다니게 되는 겁니다.


영화관처럼 지정좌석제 도입해야 한다

매표소 사정이 이렇고, 지정좌석제를 하지 않으니  친구나 가족 중에 먼저 입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이 친구나 가족 전체 자리를 맡아놓고 기다립니다. 빈 자리를 혼자서 지키고 있으려니 좋은 자리에 않으려고 입장한 다른 야구팬들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빈 자린데 좀 앉자"
"일행이 있다. 곧 올거다, 안 된다"


이건 극장처럼 좌석제를 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좌석제가 되기 전에는 극장에서도 인기있는 영화가 상영되면 나오는 관객과 들어가는 관객이 밀고 당기고 엉망인 시절이 있었지요. 지금도 프로야구 경기장은 그 시절 영화관보다 낳을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독자투고에 박남용씨가 "롯데, 마산에서 야구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마산 야구장의 주차문제와 응원문화를 지적하였더군요.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주차문제의 경우,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2만 명을 수용하는 야구장에 1만 대의 차량이 몰려들면, 아니 절반으로 뚝 잘라 5천대가 몰려온다고 해도 주차 면적을 늘이는 방식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승용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불편하도록 강력한 주차단속을 펼치는 것이 해결 책입니다. 아울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홍보도 해야 합니다.


야구장 갈 때는 대중교통 이용하도록 홍보해야

아마, 야구장에서 경기 끝나고 나가는 운전자들을 상대로 음주단속 제대로 하면 엄청나게 많이 걸릴 겁니다.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서도 야구 보러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교통경찰이 나와 있지만, 야구 경기 있는 날은 주차도, 음주도 대충 눈감아 주기 때문에 더 엉망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마산구장에 야구 보러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버스 노선 정보가 적힌 전단을 나눠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자가용을 타고 몰려 들어 서로가 함께 낭비하는 시간을 훨씬 많이 절약할 수 있고 공회전하며, 주차할 곳을 찾아 돌아다니며 길 바닥에 버리는 에너지도 아낄 수 있을 것 입니다.

한편, 주차문제가 엉망인 것은 매표시스템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미리 표를 구입하고 자기가 앉을 자리가 정해져 있으면 자가용 타고 서둘러서 경기장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 직장에서 6시에 퇴근하고도 버스타고 야구보러 갈 수 있도록 하면 지금처럼 자가용타고 몰려와서 뒤죽박죽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보기에 핵심은 넓은 주차 공간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편리한 매표 시스템을 갖추면 상당 부분 해결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응원문화도 그렇습니다. 마산에서 1년에 고작 6경기 밖에 하지 않는데 어떻게 응원문화가 정착될 수 있겠습니까? 부산 사직구장처럼 경기가 자주 열리면 당연히 응원문화도 자리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역 신문을 보니 롯데가 마산에서 449일째 승리를 못했다는 것을 크게 보도하였더군요. 경기는 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경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표시스템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팬 서비스입니다.

오후 5시나 6시에 퇴근해서도 가족이나 친구와 만나서 택시나 시내버스타고 가서도 6시 30분에 시작되는 경기를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아야 야구팬들의 수준을 탓 할 자격이 생깁니다.

프로야구만을 위한 공사는 아니지만, 최근 마산야구장은 세금을 무려 16억 5천만원이나 들여서 수리를 하였다고 합니다. 마산사람들, 롯데 경기 공짜로 보는 것이 아니라 2만 명이 모두 제 돈으로 입장료 내고 들어가서 봅니다.

지금처럼 생색내기용으로 겨우 1년에 6경기 하러 와서 관중 수준을 탓할 거라면, 지금처럼 롯데 구단이 마산 야구팬들을 이렇게 홀대 할 거라면 차라리 안 오는 것이 낳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