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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이슬람 관습,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다

by 이윤기 2009.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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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엄익란이 쓴 <무슬림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슬람 문화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문화입니다. 한국에는 무슬림이 얼마나 될까요?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약 14만 여명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한국인은 약 3만 5천명이구요. 생각보다 많은 무슬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요?

한국인 무슬림은 학문의 목적으로 이슬람교에 입문한 사람도 있고, 배우자가 무슬림이어서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사람도 있으며, 1970년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건설현장에 나갔다가 무슬림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소수이지만, 1950년대에 이슬람을 받아들인 사람들도 있는데 한국전쟁 때 파병되었던 터키 군의 영향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하였다고 합니다.

엄익란이 쓴 <무슬림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는 중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가 일반인을 위하여 쉽게 풀어 쓴 무슬림 문화 이야기입니다. 엄익란은 이슬람을 이해하기 위한 첫 단추로 이슬람, 중동, 아랍이라는 단어를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슬람, 중동, 아랍은 서로 다른 개념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지역, 중동지역, 아랍지역이라는 개념을 혼용해 사용하지만, 세 개념은 명백하게 서로 다르다는 것 입니다.

“‘이슬람’은 무슬림이 많이 분포된 지역의 종교적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다. ‘중동’은 유럽, 특히 영국을 기준으로 그 동쪽에 위치한 지역의 지정학적 특성을 반영하는 용어이고, ‘아랍’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민족적, 문화적인 특징을 표현하는 용어이다.” (본문 중에서)

이슬람 지역 -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많이 분포된 지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종교적인 관점에서 지역을 구분한 지역 개념으로 중동이나 아랍보다 훨씬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됨.

중동 - 근대 이후 서구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영국이 식민통치를 위해 아시아를 근동, 중동, 극동 세 지역으로 구분하면서부터 만들어진 개념

아랍 - 아랍은 셈 족이라는 인종학적 정의에 언어적,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함축된 개념으로 이슬람이 가장 큰 지역 개념이면, 아랍은 가장 협소한 지역개념에 해당됨.


오늘날 무슬림은 전 세계 약 57개국에 많게는 약 16억, 적게는 약 13억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무슬림은 낙태를 권장하지 않으며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1950년 이래 반세기 동안 무슬림 인구는 약 4배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는 무슬림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국이나 유럽지역에서 무슬림은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종교입니다. 미국의 무슬림 인구는 약 500만, 유럽은 약 1500만에서 2000만으로 추정되며, 2025년이면 유럽 인구의1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신생아 4명 중 1명은 무슬림인데, 프랑스인 사이에는 ‘노트르담 사원이 언젠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뀔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이 유행하기도 하였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무슬림은 넓은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다양한 민족의 종교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이슬람 문화를 단일한 문화로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는 것이지요. 그 예로 여성 할례의 경우에도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 일부의 무슬림여성에게만 이루어지는 일인데, 이슬람 문화로 속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서는 여성의 할례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기 때문에 무슬림 여성들의 할례를 이슬람문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 입니다. 이슬람 이전부터 존재했던 토속문화와 융화되어 전승된 문화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 무슬림 문화로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지요.

수니와 시아는 어떻게 다른가?

이슬람교의 종파는 크게 수니와 시아로 나뉜다. 수니 무슬림은 전체 무슬림 인구의 약 85~90%를, 시아 무슬림은 약 10~15%를 구성합니다. 소수인 시아 무슬림은 지리적으로 이란, 이라크, 바레인, 쿠웨이트를 포함한 걸프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니와 시아는 역사와 신학 그리고 문화의 뿌리도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수니와 시아 무슬림이 서로 나뉘게 된 역사적 배경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후 칼리파 직 승계에 대한 논쟁에서 비롯된다. 후계자를 둘러싼 두 종파간 가장 큰 견해차는 지도자 추대시 혈통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부족의 전통인 선출제를 따를 것인가였다.”(본문 중에서)

당시 다수는 선출제를 지지하였으나 일부 무슬림들은 예언자의 혈통인 알리와 그 후손만이 칼리파 직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들이 ‘알리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시아 무슬림이 되었다는 것이다.

수니와 시아 무슬림의 칼리파직 승계를 둘러싼 갈등은 680년 카르발라 전투에서 극에 달하였는데 전쟁은 시아 무슬림의 참패로 끝났다고 합니다. 이후 역사의 승자는 항상 수니 무슬림으로 간주되었고, 시아 무슬림은 정치, 경제적으로도 억압, 차별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니와 시아 무슬림은 서로 융화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서로 결혼도 하지 않을 만큼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고 종교의식도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같은 지역에서는 종파간 갈등이 테러와 내전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 입니다.

이스람 관습,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다

미국 대통령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과연 무슬림일까요?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출신 생부와 인도네시아 출신 양부는 모두 무슬림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중간 이름은 무슬림을 떠올리는 ‘후세인’입니다. 실제로 선거운동 기간에 오바마를 공격하는 진영에서는 그가 무슬림이라는 주장을 한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바마는 과연 무슬림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실제로 오바마는 진보파 개신교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오바마가 무슬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무슬림의 전통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슬림 전통은 아버지의 종교는 자녀에게 자연적으로 계승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무슬림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기독교인이 아니라 무슬림이라는 것이지요. 아버지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아들인 오바마 대통령도 무슬림이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을 무슬림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그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여러 징후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하드’ 그리고 변화하는 이스람 문화

많은 사람들이 이스람의 지하드, 즉 성전을 무슬림의 의무사항으로 알고 있고 종종 무슬림을 테러리스트 규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슬람의 지하드는 전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하드는 ‘자하다jahada’ 즉 ‘노력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하드는 전쟁 자체를 뜻하기보다 ’진정한 무슬림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입니다.

지하드를 실천하는 방법 역시 다양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전쟁시 지하드를 실천하는 길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전쟁이나 외부의 침입에 대항하여 이슬람 지역을 지켜내고 이슬람을 타 지역에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것을 모두 지하드의 길이라고 본다는 것.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지하드는 무슬림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 라마단 금식에 참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지하드라는 단어를 테러와 전쟁으로 연관시키는 것도 이슬람문화에 대한 잘못된 오해라는 것 입니다.

한편,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슬람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교육받은 엘리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소비문화는 서구식소비문화의 깊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신 수영복을 만들고 이슬람 바비인형을 출시하는가 하면 명품 스카프를 히잡으로 이용하고 무슬림을 겨냥한 소프트드링크인 메카콜라를 만드는 등 부정적이고 낡은 것으로 인식되던 이스람 전통문화도 현대의 소비문화와 접목되면 근사하고 멋지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본문 중에서)

특히, 명품 스카프를 히잡으로 사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소비문화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보우베커 같은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쿨 이슬람이라고 부르며 정치적으로 이슬람 정책의 실패 보여주는 근거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개는 악마의 화신

<무슬림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읽어보면 신앙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서구문화와 차이가 나타납니다. 서구에서 반려동물로 인식되는 개만 하더라도 이슬람에서는 ‘악마의 화신’으로 여겨 흉조의 상징으로 본다는 것.

“무슬림은 개가 있는 집에는 천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무슬림들은 또한 개를 불결한 짐승으로 여겨 지나가다 개와 닿았을 때는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만일 개의 타액이 몸에 묻었을 때는 그 부분을 일곱 번 씻는다.”(본문 중에서)

이러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개뿐 아니라 다른 애완용 동물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엄익란은 이 책을 통해 이슬람의 결혼문화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해를 바로잡아 줍니다. 이른바 결혼 신랑이 지불하는 결혼 계약금에 해당되는 ‘마흐르’인데, 이슬람 문화권에서 고액의 결혼계약금이 필요한 것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마흐르’가 신부와 그 집안의 명성을 반영한다는 인식을 가질 뿐만 아니라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이야’라고 세 번 선언하면 이혼이 성립되는 혼례문화와도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신부가족은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할 수 있는 장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고액의 ‘마흐르’를 요구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마흐르는 선납과 후납으로 구분되는데, 후납의 경우는 이혼이나 사별의 경우에 지급받는 것으로 일종의 재산분할이나 상속의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서구와 전혀 다른 종교적, 문화적 전통을 지닌 이슬람문화를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왜 이슬람 남성은 수염을 기르고, 왜 이슬람 여성은 제모를 하는지, 왜 아랍에서  외국인 여성이 성희롱의 표적이 되는지와 같은 이유를 분석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한국인이 무슬림을 보는 시각과 그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시각, 서구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슬람문화를 그들의 기질과 문화적인 특성에 기반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