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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마항쟁이 부산, 마산에서 일어난 이유?

by 이윤기 200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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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11월 27일)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부마민주항쟁 30주년기념 학술심포지움이 개최되었습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마산YMCA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경남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와 3.15 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부마항쟁 30주년 기념행사 중 마지막 행사로 10.18부마 민주상 시상식과 함께 개최되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제 1회 10.18부마민주상 시상식과 '부마민주항쟁 3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움'으로 나누어 개최되었습니다. 전남대학교 김상봉 교수(귀향 - 혁명의 시원을 찾아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차성환 상임이사(4월 혁명과 부마항쟁), 경남대학교 이은진 교수(한국의 민주화와 지역의 역할)가 주제발표를 하고 부마민주항쟁 참가자였던 옥정애 선생님, 강문구 경남대 교수, 이해봉 부산대 교수가 가각 토론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이번 심포지움의 주제는 "왜 아직도 부마항쟁과 박정희인가?" 였습니다. 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후에 일각에서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고 있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과 관련이 깊은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세 분의 주제 발제 중에서 특히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발제가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김교수 발제 중에서도 부마항쟁의 원인을 찾는 분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부마항쟁이 왜 하필 마산, 부산에서 일어났는가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는 부마항쟁은 객관적 조건은 충분하였지만 항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극히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입장이었는데 김교수는 다른 견해를 피력하였습니다.

"데모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아무 것도 몰랐던 아마추어들이 오로지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 쫓겨 불꽃을 당긴 것이 부마항쟁이라는 거대한 봉화불이었던 것이다. 요컨대 시위는 학생운동조직으로부터 논의되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 고독한 개인의 실존적 결단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김교수는 부마항쟁의 외면적 요인은 찾을 수 없지만 오히려 순수하고 소박한 내면적 동기에 주목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적 필연성이었다고 합니다. 시위를 촉발시켰던 소위 항쟁의 주모자들은 모두 독재에 저항하는 지식인들 그리고 시대정신과 교감하고 있었다는 것 입니다.

그는 그 조용하던 부산, 마산에서 항쟁이 일어난 것은 바로 조용하였던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곳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부산과 마산의 대학생들이 느꼈던 부끄러움이 도리어 그 곳에서 그처럼 커다란 봉기를 가능하게 했던 까닭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다르느 대학생들에 비해 부산과 마산의 대학생들은 그들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았다."

이러한 김교수의 분석에 대하여 당시 항쟁 참가자였던 옥정애 선생님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습니다.

"우리의 부끄러움이란 우리보다 더 힘든 세상을 살았던 3.15 세대에 대한 부끄러움이며 대학생으로서 국가 현실에 대한 부끄러움이며 그로 인해 타 대학에 뒤지고 있다는 부끄러움이며 바로 앞의 경남대학 선배들이 3선 개헌 찬성데모를 했다는 오명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옥정애 선생님은 닥쳐올 고통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 날 그 거리에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 일을 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날 세 분의 발표와 세 분의 토론을 들으면서, 혁명의 시원이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출발하였다는, 개인의 실존적 결단이 출발이었다는 의견에 많이 공감하였습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서 나 역시 어떤 부끄러움에서 실존적 결단을 통해 운동권 대학생이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기도 하였습니다. 부마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은진 교수의 주장처럼 "소문의 차원에서 사실을 정리하는 것은 넘어 철학적인 해석으로 접근하는 행사"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 김종철 선생, 경남여성회 10.18 부마민주상 수상

저는, 강원도로 출장을 다녀오느라 10.18부마민주상 시상식은 직접 보지 못하였습니다만, 자료집을 살펴보니  개인상을 수상한 김종철 선생은 경남양서보급회 '집현전'에서 활동하였고, 1979년 부마민주항쟁에 참가하였다가 남성동파출소 부근에서 경찰에 연행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유신말기 최대의 공안사건인 남민전사건과 부마항쟁을 연결시키기 위하여 심한 고문과 폭행을 자행하였다고 합니다. 김종철 선생은 민간도서관 책사랑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문화문고 운영에도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역 민주화운동에 중요한 디딤돌을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단체상은 경남여성회가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심사위원회는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여 지역민주화운동, 양성평등운동, 인권운동의 정착 그리고 풀뿌리 주민운동에 큰 성과를 인정하였으며, 특히 다른 활동 단체가 성장하여 독립 단체로 발전하 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팅 활동을 높이샀다고 합니다.

이번 심포지움과 같은 학문적 재평가 작업을 통해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이 30년 전 항쟁을 기념하는 사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현실에서 항쟁의 정신을 되살리는, 생활속에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정착시키는 시민교육으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