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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나무 이름, 꽃 이름은 몰라도 괜찮아요"

by 이윤기 2008.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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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YMCA 유아교육시리즈 1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

친구와는 놀 줄 모르지만 혼자서는 잘 노는 아이, 사람하고 지내는 것보다 컴퓨터와 TV 그리고 오락기와 같은 기계와 더 잘 지내는 아이들.

일상적으로 온갖 기계와 교감하는 요즘 아이들은 이전세대에 비하여 기계와 교감하는 능력은 월등하게 발달해 있다. 어린 아이들은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자마자 TV 소리와 화면을 보면서 자라나서 마침내 기계와 '교감'하는 세대가 되어버렸다.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는 기계와 교감하는 능력만 키워가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 사람과 교감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경험을 담은 책이라고 한다.

기계와 교감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주는 것으로 아이들 마음속에 있는 기계에 대한 감수성을 내보내고 생태에 대한 감수성을 채워나가기 위한 시도였다고 한다.

교실도 없고, 사무실도 없는 유치원, 넓은 공터가 교실이고, 아늑한 숲이 놀이터인 유치원, 아침부터 오후까지 하루 종일 숲에서 지내는 유치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계절에 관계없이 일년 내내 숲속에서 지내는 이런 유치원이 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고, 독일과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에 있는 숲속유치원 이야기이다.

1950년대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된 숲속유치원은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1968년 처음 생겼는데, 1990년대 들어 급속하게 늘어나서 2007년에는 정식 유치원으로 인정받은 곳만 백 오십 곳 이상이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숲을 가꾸는 시민운동도 활발해지고,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방식에 숲 체험 프로그램이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숲 체험 활동이 양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치 숲 체험이 숲에 있는 나무와 풀꽃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활동으로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나치게 자연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각인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사실 어린이들이 숲 체험을 하면서 나무와 풀꽃 이름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 새소리, 바람소리, 흐르는 냇물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숲 체험 전문가인 남효창 박사 역시 "아이들 발달단계에 비추어 취학 전 아이들의 경우 자연에 대한 전문지식을 만나게 하는 것은 교육적인 관점에서 별의미가 없다"고 한다.

이름보다는 만지고, 냄새 맡아보는 것이 중요

그는 나무는 나무일 뿐, 나무의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이 살아있는 것들을 통해 감각적으로 느끼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산딸기 맛이 어떤지, 나무나 송진 버섯 냄새를 맡아보는 것, 나무껍질 느낌, 땅을 만지고 냄새 맡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는 앞서 소개한 유럽에서 운영되고 있는 '숲속 유치원'을 모델로 하여, YMCA가 5~7세의 취학 전 어린이들과 함께 매년 여름 2개월씩 진행한 전일제 수업과 매주 1회 진행한 숲속학교 경험을 정리한 사례집이다.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년 동안 진행하였던 숲속학교에서 있었던 활동 사례를 현장 교사들이 직접 사진도 찍고 글을 써서 책으로 엮어내었다고 한다.

어린이들과 늘 현장에서 함께 지내는 교사들이 직접 쓴 책이기 때문에 숲을 연구하는 연구자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씌어졌다고 한다. 예를 들면, 숲 체험을 돕는 전문가들 중에는 사람과 자연이 친근하게 만나기 위해서는 나무이름, 풀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만큼 자연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를 쓴 지은이들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그들은 어른과 달리 아이들에게는 나무와 풀꽃 이름을 아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진달래를 '진달래'라고 부르는 것, 소나무를 '소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들이 약속한 '기호'를 부르는 것입니다. 진달래를 보면서 '분홍꽃'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결코 진달래라는 실체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쓴 YMCA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자연을 만나는 방식은 이래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진달래라고 부르든, 분홍꽃이라고 부르든 혹은 개망초를 계란프라이꽃이라고 부르든 그 실체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느낀대로, 마음가는대로 불러도 좋다는 것이다. 

진달래라고 하는 어른들이 붙여놓은 이름을 몰라도 봄이 되어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를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이고, 따서 먹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아이들이 어른들이 붙여놓은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자연과 더 쉽게 친해지고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고 한다. YMCA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가진 감수성과 어른들이 가진 감수성이 다르다고 본다.

"아이들은 숲에서 만나는 모든 풀과 나무와 바위에 자기들만의 이름을 붙일 줄 압니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이름이 아니어도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언어로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 나무 수액이 차오르는 소리/ 해가 뜨는 소리/ 풀잎에 맺힌 이슬의 소리/ 싹이 움트는 소리/ 나무가 단단해지는 소리/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소리/ 거미줄에 날벌레가 걸리는 소리/ 달팽이가 기어가는 소리/ 단풍이 드는 소리와 같은 마음으로 듣는 소리에 익숙해지는 것이 바로 생태적 감수성,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입니다."(본문 중에서)

생태적 감수성, 마음으로 듣는 자연의 소리

또한 이런 관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숲을 만나게 되면 교사들의 부담도 줄어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나무와 풀꽃 이름을 가르치기 위하여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교사들은 아이들의 질문을 확장시켜주고 마음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나무의 모양은 어떻게 서로 다른지, 숲속에서 진달래를 만났을 때 내 마음은 어떤지, 시간이 지나 흐드러진 꽃잎이 지는 진달래를 볼 때는 또 내마음이 어떤지, 아이들이 마음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더 중요한 것."(본문 중에서)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를 쓴 YMCA 선생님들은 '숲속학교'에서 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마음으로 자연을 느끼는 활동뿐만 아니라 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교감하기도 한다고 한다. 체육시간에 뜀틀, 평균대, 철봉에서 익히는 규격화된 몸놀림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을 익히게 되고 아이들 몸이 새롭게 깨어나게 된다고 한다.

숲에서 아이들은 늘 다니는 길과는 아주 다른 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가파른 오르막 길, 계단이 놓인 언덕길, 로프가 있는 길, 철 계단이 있는 길, 미끄러지기 쉬운 길을 만나  보통 때와는 다르게 걷게 된다는 것이다. "나무 기둥을 타고 오르며, 나뭇가지에 매달리며,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며,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며 아이들은 새로운 몸 움직임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숲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스스로 배운다고 한다.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은 씩씩한 친구들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용기를 내서 뛰어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두려움을 이기고 바위에서 뛰어 내린 아이들은 '세상을 얻은 것처럼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숲에서 아이들은 도구를 이용하는 능력을 배우며 창조력과 상상력을 키운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생각이다. 아이들은 자연과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생태적인 감수성을 넓혀간다는 것이다. 풀과 꽃과 나무와 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강아지 똥이 민들레로 피어나는 것과 봄에 따먹은 진달래 꽃잎이 내 몸에 들어가 예쁜 웃음이 된다는 것과 봉숭아꽃이 손톱에 들인 주홍빛 물감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숲에 있는 모든 것들이 죽지 않고 순환한다는 것을 더 이상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 압니다."(본문 중에서)

지은이들은 자라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자연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성이라고 한다. "자꾸만 자연에서 멀어지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고, 자연과 교감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를 썼다고 한다.

현장 교사들이 실제로 아이들과 숲속에서 활동한 경험을 정리한 이 책은 유아교육과정에서 일하는 교사들이라면 누구나 읽고 바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서이다. 한 번도 경험이 없었던 교사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준비하였는지, 왜 숲속학교를 시작하였는지, 실제로 숲속학교를 진행하면서 어떤 어려움에 맞닥뜨렸는지, 숲은 위험한 곳이라는 교사 자신들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고, 학부모들은 어떻게 설득하였는지, 아이들과 활동하기에 좋은 숲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를 체험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다.

유아교육 현장 교사들의 생생한 체험 사례

제1장부터 6장까지는 숲속에서 명상하기, 숲에서 물놀이하기, 자연물을 이용한 놀이, 숲속놀이, 여럿이 함께하는 공동체 활동, 그외 특별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제7장은 숲속 학교에서 있었던 일화 소개와 더불어 처음 숲속학교를 시작하는 교사들을 위하여 "비가 올 때는 어떻게 하나? 다치거나 위험하지는 않는가?"와 같은 예상되는 질문과 답을 Q & A 형식으로 정리해 놓았다.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를 쓴 YMCA 선생님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권정생 선생님을 통하여 아이들과 어떻게 자연을 만나야하는지를 배웠다고 한다. 동화 <강아지 똥>을 통해 생명의 순환과 연기적 세계관, 자연과의 교감에 대하여 깊이 성찰할 수 있었으며, 민들레꽃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강아지 똥의 값어치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들의 하느님>에도 나오는, 어린시절 무지개 빛깔이 일곱 색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무시당했던 권정생 선생님 일화를 통해 아이들이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도록 돕는 방법과 왜 책이나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마음으로 직접 체험으로 자연을 만나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무지개의 색깔이 과연 일곱 색깔 밖에 없을까요? 살아 있는 자연을 체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무지개만 보고 무지개를 일곱 색깔이라고 배웁니다. 한번도 무지개를 자세히 바라보지 못한 채 빨, 주, 노, 초, 파, 남, 보를 외운 아이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본문 중에서)

책 속 지속과 직접체험이 얼마나 다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숲속에서 교사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자연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표출한다고 한다. 또한 기발한 놀이와 재미있는 놀잇감도 찾아낸다고 한다.

남쪽에서부터 조금씩 따뜻해지고, 이제 곧 겨울을 지낸 숲이 봄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다. 어렴풋이나마 아이들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선생님들에게, 혹은 아이들과 함께 숲체험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선생님들에게, 또는 컴퓨터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게임기 대신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숲에 대한, 꽃과 나무에 대한 지식은 담겨있지 않지만, 마음으로 몸으로  온전하게 숲과 자연을 만나본 YMCA 어린이들의 경험을 따라해 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한국YMCA 유아교육 시리

YMCA는 한국YMCA 유아교육시리즈 제 1권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와 함께,  건강한 몸과 마음, 생각을 키우는 <신나는 공동체 놀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바른 먹을거리>, 아이들 손으로 만드는 <생활 속 작은 살림>까지 4권을 지난해 연말에 함께 출간하였다.

이번 시리즈는 그동안 지식교육 중심으로, 조기교육 일변도로 진행되어 온 유아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기획되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영·지·체의 균형 잡힌 교육, 어린이 발달 단계에 맞는 적기교육을 중심으로 유아대안교육을 진행해 온 YMCA 유아교육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하여 책으로 엮었다.
  
한국YMCA 유아교육 시리즈 1~4 권
 

<신나는 공동체 놀이>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자’, ‘아이들은 놀면서 삶을 배운다’는 철학으로 YMCA 유아교육에서 진행해 온 공동체 놀이의 효과, 공동체 놀이의 구성, 놀이의 선택, 교사의 역할, 실제 진행사례를 엮은 책이다.

<바른 먹을거리>는 지난 20년 동안 생협운동을 해온 YMCA에서 어린이 교육과정을 담아 온 ‘생명밥상교육’ 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현미밥의 효능, 몸에 좋은 콩, 김치가 최고예요,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어요, 유정란과 무정란, 수입농산물을 알아보아요, 공장과자를 먹지 않아요와 같은 주제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다루고 있다.

각 주제별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언어활동, 미술활동, 음악활동, 수 활동, 관찰활동, 동화, 동시, 요리활동 등을 사례와 사진, 악보를 통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생활속 작은 살림>은 아이들에게 몸을 움직여서 익히는 생활의 지혜를 물려주는 YMCA 교육 경험을 담은 책이다.  유아기에 맞는 기본 생활습관 익히기, 먹을거리 가꾸기, 바느질 익히기, 청소하기, 깨끗한 지구를 위해서 할 일과 같은 교육주제를 다루고 있다.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의 직접 체험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연령별 수준과 준비, 연간교육계획안, 준비물과 재료, 교사와 어린이, 부모가 각각 준비해야 할 것, 실제로 교실에서 진행했던 경험이 꼼꼼하게 소개되어 있다.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 YMCA 아기스포츠단 지음 - 양서원/ 133쪽, 10,000원
글쓴이는 YMCA에서 일하며  <나무처럼 자라는 숲속학교> 공동저자로 참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