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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명, 평화

불행한 미래를 예측하는 당신, 어리석다

by 이윤기 201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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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아잔 브라흐마가 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세상살이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마음 속 평화 찾기 위한 수행과 명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입니다.

수행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릴 뿐 아니라 훌륭한 스승을 통해 영혼을 정화시키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영국출신의 불교 승려인 아잔 브라흐마가 쓴 책입니다.

그는 기독교 학교를 다니고 성가대에서 활동하는 등 신실한 신앙을 가진 청년이었지만, 17살 때 불교서적을 읽던 중 불현듯 자신이 불교도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하였지만, 정신적인 삶, 영적인 삶에 대한 열망 때문에 1년간의 짧은 교사 생활 후 태국으로 건너가 스스로 삭발하고 수행승의 삶을 시작합니다.

당대의 위대한 스승 아잔차의 숲속 수행에 참여하여 9년을 보낸 후, 호주로 건너가 남반구 최초의 절을 직접 공사를 하며 지었으며, 나중에 그 절의 주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을 가진 아잔 브라흐마의 인터넷 법문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매년 수백 만 명이 접속하여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아잔 브라흐마가 쓴 ‘행복한’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108가지 이야기로 엮어진 이 책은 바로 사람마다 품고 있는 마음속의 술취한 코끼리를 다스리는 방법을 깨우치도록 돕는 책입니다.

이 책 제목으로 삼고 있는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바로 불교의 가장 큰 스승인 ‘붓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위대한 스승인 붓다에게도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탁발을 나선 붓다가 가는 길에 술에 취한 코끼리를 몰아넣었다고 합니다.

많은 수행승들이 놀라서 꼬리를 빼고 달아났고, 제자 아난다는 코끼리를 몸으로 막아섰지만, 스승인 붓다는 술 취한 코끼리를 마음으로부터 설득해냅니다.

“사랑하는 날라기리여(코끼리 이름), 그대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던 내 마음의 문은 언제나 그대에게 열려있다. 그대가 몸통으로 나를 짓이길 수도 있고, 육중한 다리로 나를 깔아뭉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어떠한 나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아무 조건 없이 너를 사랑한다.”

붓다는 술 취한 코끼리를 향하여 자비의 마음을 열어보였고, 진실한 자비심에 압도되어 코끼리의 난폭함이 누그러졌다는 것입니다.

아잔 브라흐마는 피할 곳도 없는 자신의 마음속 좁은 길에 나타나는 ‘술 취한 코끼리에 주의 하라’고 말합니다.

그 코끼리는 난폭하게 울어대며 당신의 인간관계를 파괴하려 들며, 분노하고, 질투하고, 증오의 입김을 내뿜을 때, 붓다를 향해 달려가던 날라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마음속 그 분노에 찬 코끼리를 강제로 제압하려 하지 말고 자비의 마음을 사용하라고 충고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미친 마음이여,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내 마음의 문은 너에게 활짝 열려 있다. 안으로 들어오라. 네가 나를 파괴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에게 어떤 나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나의 마음이여,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당신 마음속 술에 취한 코끼리와 싸우는 대신에 그 술 취한 코끼리를 평화롭게 대하라는 것입니다. 자비의 힘은 너무도 크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술 취한 코끼리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잘못 쌓여진 벽돌 두 장만 보지 마라 !

다음에 소개하는 이야기는 아잔 브라흐마가 호주에서 직접 절을 지을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건물의 한쪽 벽을 정성들여 쌓았지만, 완성된 벽면을 보니 벽돌 두 장이 비뚤어지게 쌓여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날 이후 그의 눈에는 비뚤어진 벽돌 두 장만 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벽을 바라보고 있는 한 방문객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요약하면 이런 대화입니다.

“매우 아름다운 벽이군요.”
“아니요, 비뚤어지게 쌓은 벽돌 두 장이 벽 전체를 망쳐 놓았답니다.”
“내 잘못 쌓인 벽돌 두 장이 보입니다. 하지만, 더 없이 훌륭하게 쌓인 벽돌 998개의 벽돌들도 보입니다.”

순간 그는 말문이 막혔다고 합니다. 그날 처음으로 두 개의 실수가 아닌, 벽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벽돌을 바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볼 때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도 잘못 쌓인 벽돌 두 장에 바라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아잔 브라흐마는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타인보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 더 비판적이고 가혹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라고 권합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만큼 오랫동안 나와 가까이 지내온 나 자신이여. 내가 지금까지 무성의 했든 상관없이 내 마음의 문은 나에게도 열려 있다. 안으로 들어오라.”

이것이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며, 자기 자신과 평화로워지는 일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정직하게 자신을 향해 그렇게 말할 용기를 발견한다면, 더 나아지고 더 높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은 나쁜 미래를 예측하는 것

아울러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나쁜 가능성, 불행한 가능성 즉, ‘두려움’에 주목하지 말라고 합니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다른 가능성에 주목할 때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잔 브라흐마가 들려 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망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 한 편을 소개합니다. 우습기도 한 그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한 남자가 어느 날 아침 너무도 생생한 꿈에서 깨어났다. 다섯 명의 천사가 황금으로 가득한 항아리 다섯 개를 그에게 주었다. 범상치 않은 꿈이었다. 그날 아침 그의 아내는 다섯 개의 토스트에 다섯 개의 계란 후라이를 얹어 놓고 있었고, 마침 그날은 5월 5일이었다. 그는 신문을 넘기다가 5번째 경주에 출전하는 5번 말의 이름이 다섯 글자인 것을 발견하였다. 그 꿈은 강력한 징조라고 생각한 그는 은행에서 5천 달러를 찾아 경마장으로 가서 다섯 번째 카운터에서 5번 말에 몽땅 걸었다.”

“실제로 그 꿈은 틀리지 않았다. 그 말은 5등으로 들어왔다.”

두려움은 미래의 잘못될 일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것입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원래부터 불확실하다는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당신 마음속에는 어떤 두려움이 남아있는가요?

당신은 지금 감옥에 있지 않는가?

마음속에 있는 술 취한 코끼리 혹은 두려움은 마음에 감옥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수행의 길을 선택한 수행자들은 감옥보다 더한 삶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감옥에 있는 재소자들은 늘 감옥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원하지 않는 장소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장소든 당신이 그곳에 있기를 원치 않는다면, 아무리 안락하더라도 당신에게는 그곳이 감옥이다. 이것이 감옥이라고 하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다. 당신이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 어떤 상황, 그것이 곧 감옥인 것이다.”

원하지 않는 직장, 원하지 않는 인간관계 속에 있다면 그곳이 감옥이며, 병들고 고통스런 육체 속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그것 역시 감옥이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원하지 않는 상황은 모두 감옥이라는 것이지요.

불교 스승인 아잔 브라흐마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감옥을 받아들이고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그 상황을 좋아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합니다. 직업, 인간관계, 병든 육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면 더 이상 감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는 “자유로운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진정한 자유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지,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마음을 다스리는데 기도와 명상 같은 수행도 있지만, 마음을 열어주고 영혼에 힘을 주는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좋은 수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그냥 한 번 읽고 덮어두는 책이 아니더군요. 기도가 필요할 때, 명상이 필요할 때 마음을 열고 읽으면 영혼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10점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