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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소리바다 10년 전쟁, 한국이 아이폰에 밀린 이유?

by 이윤기 201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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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태훈, 양정환이 쓴 <소리바다는 왜?>

세계적인 IT 강국이라는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애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서비스가 한국에서 만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리바다 설립자이자 김태훈과 함께 <소리바다 왜?>를 쓴 공동저자인 양정환은 바로 정부와 대기업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모바일이든 인터넷이든 대기업이 너무 많은 것을 장악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개인 개발자들에게까지 기회가 가지 않는 것이다.......정부가 수립하는 정책들이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보다는 특정 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지원하는,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에 의무적으로 엑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게 한 것, 인터넷 실명제 같은 것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음악시장에서 DRM 음악파일을 고집하고, MP3 휴대전화 보급을 막은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라는 것입니다.

2009년 말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후 불과 1년도 안 되어 100만 대를 돌파하고, 휴대전화 시장을 비롯한 모바일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 합니다.

 ‘소리바다’가 지난 10년 동안 겪었던 모든 일은 IT강국 대한민국이 왜 ‘우물 안 개구리’ 밖에 되지 못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소리바다라는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좌절된 인터넷 혁신의 역사’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 김태훈은 콘텐츠진흥원의 음악산업팀장을 맡아 저작권위원회의 실무를 담당하면서, 불법(?) 다운로드 서비스 회사로 알았던 소리바다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리바다’ 잊혀진 10년, 무슨 일 있었나?

여러분은 소리바다를 기억하시는가요? 대한민국의 인터넷 사용자라면 대부분 기억하는 인터넷 음악 공유사이트가 바로 소리바다입니다. 그러나 한 때 가입자수 2000만 명이 넘었던 소리바다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이용하는 사람은 당시만큼 많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소리바다를 둘러싸고 있었던 일을 정확히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소리바다’를 불법 다운로드사이트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10년 현재 ‘소리바다’는 합법적으로 음악을 판매하는 사이트입니다. 현재는 애플의 ‘아이튠즈’ 같은 대박 가능성을 잃어버린, 인터넷 음악 사이트 중 국내 2위를 차지하는 견실한 중소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소리바다’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기에 책까지 써야 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혜성같이 나타난 인터넷 음악서비스 소리바다의 데뷔 성적표입니다.

“가입자 수 2000만 명, 소리바다가 2000년 5월 P2P 기반 음악서비스로 세상에 나타난지 불과 3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2000만 명이면 이땅에서 컴퓨터를 다루고 인터넷을 즐기는 모든 사람이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소리바다를 이용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다 가입자와 열성적인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던 소리바다가 10년 만에 평범한 음악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소리바다가 정상에서 추락하는 과정에 우리 IT산업의 모순이 압축되어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혁신을 두려워하는 대기업의 공격적인 견제와 정부의 적당한 무관심 혹은 대기업 편들기 속에서 무궁하게 꽃필 수도 있었던 한국의 디지털 혁신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를 소리바다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P2P 넵스터와 소리바다의 차이는?


숀 패닝이 만든 세계 최초의 P2P 서비스인 냅스터는 ‘쌍방향성’과 ‘공유’라는 특성 때문에 순식간에 인터넷 문화의 우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냅스터의 경우 ‘검색 서버를 직접 만들고 관리한 행위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불법 파일 교환을 의도적으로 조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 때문에 불법 서비스로 규정당합니다.

“소리바다는 미국에서 검색서버에 대한 판단(2001년 2월)이 내려지기 이전에 검색서버를 사용하지 않고, 피어가 피어를 직접 검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2000년 6월)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서버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선택한 일종의 궁여지책이었다.”

미국에서 냅스터는 여러 차례 법정 논쟁을 거친 끝에 2001년 7월에 최종적으로 폐쇄됩니다. 냅서터가 폐쇄된 것은 곡을 관리하는 서버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한국에서도 P2P 기반의 소리바다와 관련하여 세 가지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첫째는 음반복제금지 가처분 신청이고, 둘째는 손해배상 소송 그리고 셋째는 저작권법 위반 형사고발 이었다고 합니다.

냅서터와 달리 소리바다는 검색 서버를 관리하지 않았지만  ‘회원을 관리하는 서버도 위법하다’는 국내 판결로 2002년 7월 31일 처음 폐쇄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을 닫은지 정확하게 24시간 만에 ‘슈퍼피어 기능’을 장착하고 서버가 존재하지 않는 ‘소리바다2’로 부활하였고 위법성 논란에서도 벗어 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은 2005년 1월 소리바다측이 각각 2000만 원의 배상금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습니다. 2008년 8월에 시작된 세 번째 형사소송은 지방법원,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7년 4개월 후인 2007년 12월 대법원에서 패소하게 됩니다. “서버는 없지만 미필적 고의로 사용자의 복제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해주었다”는 취지입니다.

소리바다를 만든 양정환씨는 소송과 별개로 합법적인 음악유통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음악권리자들과 합의를 통해 소리바다3를 오픈합니다. 소리바다3는 ‘부분 유료화’만으로 월 100만곡의 판매라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리바다3 역시 손해배상 소송을 거쳐 2005년 11월 7일에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고, 2006년 2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에 보상금 70억 원을 비롯한 85억 원을 지불하게 됩니다. 이 합의를 바탕으로 2006년 3월 1일에 ‘보호음원의 필터링 시스템’을 적용한 소리바다5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고, 2006년 7월 10일에 월정액 3,000원으로 유료서비스로 전환되었습니다.



                ▲ 2000년 대 초반의 소리바다 서비스

골리앗 재벌기업 SK텔레콤과 다윗 소리바다의 싸움

그런데 잇따라 재벌기업 SK가 주도하는 또 다른 법정분쟁이 시작됩니다. SK텔레콤은 2004년 11월에 멜론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2005년 5월에 YBM서울음반을 인수하여 소리바다와 전면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당시 온라인 음악시장은 소리바다와 멜론이 양분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업계 추정치로는 멜론이 유료회원 80만 명이었고, 소리바다가 70만 면으로 대등한 규모였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대기업이 2위를 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을 향해 칼을 빼든 것이다.”

소리바다5를 둘러싼 분쟁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가 본질이었다는 것입니다. 소송의 핵심은 소리바다가 보유한 ‘불법음원 필터링 기술’의 적합성을 따지는 것이었는데, 객관성을 잃은 문광부부의 필터링률 조사 때문에 소송에서 패소합니다.

소송에서 패한 소리바다는 SK텔레콤의 서울음반 등과도 모든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여 합의를 하게 됩니다. 소리바다를 둘러싼 소송은 여기까지입니다. 저자 김태훈은 이 책을 통해 소리바다가 겪은 억울함 사연을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순위를 다투던 유망한 IT기업을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음악시장의 족쇄 역할을 한 DRM 음악 파일

첫째는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입니다. 당시 정부가 만든 요금제도는 ‘소리바다’가 서비스하던  DRM('Digital Rights Management'를 줄인 말로, 복사 방지장치를 의미) 프리상품을 판매를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문광부의 개입으로 세계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메론 등 대기업에 유리한 기형적인 서비스 가격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2007년 1월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메이저 음반사들에게 DRM을 풀자고 제안한 지 1년 만에 EMI, 유니버셜뮤직, 워너뮤직, 소니BMG 등 메이저 4개사가 모두 DRM프리 음악상품을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아마존과 월마트 등을 통해 DRM프리 음악파일이 유통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소리바다의 DRM 프리 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결정되는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이미 DRM프리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스티브잡스의 편지에 나오는 일부 구절입니다.

“CD용 DRM은 개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CD로 배포된 모든 음악은 DRM이 없는 음악파일로 인터넷에 쉽게 업로드 될 수 있고, 동시에 얼마든지 다운로드 될 수 있다. 2006년 온라인에서 DRM을 입힌 채로 판매된 음악이 20억 곡이지만, DRM 없이 CD로 팔린 음악은 200억 곡이 넘는다.”

한마디로 음반사가 90% 이상을 DRM없이 판매하면서 나머지 10%에 DRM을 적용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국내에서는 휴대폰 음악서비스에서도 DRM이 적용되었습니다. 2009년 말까지 국내 휴대전화는 통신사가 소유한 음악 사이트를 이용하도록 최적화 되어있었고, DRM이 적용되지 않은 MP3 파일을 휴대전화에 저장하는 것을 아주 복잡하게 만들어놓았습니다.

2005년 3월 LG전자가 MP3폰을 내놓았을 때 한 달 만에 7만 대가 팔려나가는 뜨거운 시장의 호응이 있었지만, 역시 비슷한 저작권 논쟁을 거친 후 이동통신 3사가 모두 휴대폰에 폐쇄적인 DRM을 적용하였답니다.

이 같은 조건에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한 SK텔레콤은 음악파일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폐쇄적인 DRM 정책이 재벌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였지만, 음악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는 것입니다. 2009년 말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직후 SK텔레콤은 뒤늦게 DRM이 해제된 휴대전화 공급을 시작합니다.

“폐쇄적인 비즈니스의 대명사였던 SK텔레콤이 아이폰 하나 때문에 정책을 바꿨다. 정부와 소비자를 상대로 ‘DRM이 없으면 음악시장이 망한다’고 주장했던 그들이 하루아침에 ‘DRM을 해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왜 DRM 정책을 바꾸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한국 소비자와 음악시장은 6년 넘게 SK텔레콤이 주도하는 DRM이라는 족쇄에 묶여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 변화 대응하지 못하고 영세한 P2P와 씨름만 하다가 아이튠즈가 등장했을 때 음악시장의 주도권을 애플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IT강국?, 혁신적이고 새로운 서비스는 실패

현재, 세계의 유료 디지털 음악시장은 애플의 아이튠즈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월마트이고, 냅스터, 랩소디, 아마존 등이 뒤를 따라고 있고, 마이스페이스, 판도라를 비롯한 다양한 무료음악서비스가 각축을 벌이고 있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역동적으로 새로운 무료 서비스 서비스가 개발되고 확산되는데 비하여 국내는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기 못하고 있는데, 이유는 음악 신탁 3단체의 음악저작물 징수규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규정에 나와 있는 대로만 서비스를 해야 하니 사업자가 창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규정에 나와 있는 상품들은 기존 사업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신규 사업자가 새로 진입할 수가 있습니까?”

국내 시장은 역동성을 잃어버린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아이폰이 국내 에 진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10년 전 IT강국을 자부하던 나라가 어느새 모바일 후진국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우월한 지위를 활용하여 권리자를 희생시키고 소비자에게 불편을 강요하면서 엄청난 이윤을 축적한 것입니다. 국내에서 성공한 서비스는 글로벌 스텐더드와는 거리가 멀고, 울타리를 쳐서 자기 시장을 보호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소리바다라고 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소송으로 10년 세월을 보낸 것도 모두 정부와 재벌기업이 주도한 ‘IT 쇄국정책’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지난 10년 동안 이런 답답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그 답은 김태훈이 쓴 <소리바다 왜?>에 상세한 기록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으로는 더 이상 국내소비자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아이폰’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소리바다’의 지난 10년을 모르고 대한민국 IT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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