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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빈 라덴 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 위키리크스

by 이윤기 2011.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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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가 쓴 <위키리크스>

국내언론에 위키리크스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약 3년쯤 전입니다만 당시에는 그다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라크 미군의 민간인 살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입니다.

인터넷을 기사 검색을 해보면 2010년 4월부터 국내뉴스에 ‘위키리크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도 위키리크스를 ‘위키디피아’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국제정치나 미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정부 비밀정보 폭로사이트, 내부고발 사이트입니다.

미국 외교부의 비밀 전문이 폭로된 뒤로는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를 폭로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 외교, 안보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테러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 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지요.

“줄리언 어산지는 자신의 조직 위키리크스와 함께 강대국들의 정부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미 국무부 외교전문 25만 1000건을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글로벌 사회의 시선을 국제정치의 무대 뒤편으로 이끌어주었다.”(본문 중에서)

위키리크스는 대중들에게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실상을 통째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방부 컴퓨터에 숨겨져 있던 이라크 미간인 폭격 동영상(부수적 살인 영상)이 공개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기밀문서 7만 6000건과 이라크 전쟁 기밀 39만 건을 공개하였으며, 국무부 외교전문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민중(?) 정보기관 위키리크스, 정보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통제에 반대 !

그렇다면 위키리크스는 왜 이런 기밀정보들을 폭로하는 것일까요? 오랫동안 위키리크스에 주목하고 줄리언 어산지와 접촉해온 저자들은 ‘정보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통제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위키리크스는 정보권력의 소유를 문제 삼고 있으며, 정부와 대기업이 어떤 정보를 얼마 동안 비밀에 부쳐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따라서 정치 프로세스의 투명성과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통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풀뿌리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시각에서 보면 기대와 희망을 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계속 비밀로 부쳐질 수 없으며 모든 것이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적어도 위키리크스 사람들은 그렇게 확신한다.” (본문 중에서)

위키리크스 사람들은 권력자들이 시민에 의해 통제되어야 더 나은 정치가 출현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른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라고 믿는 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이야 말로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겁니다.

시민사회에 의한 권력 감시와 권력에 대한 저항이 뒤섞여 위키리크스의 이념이 되었다고 합니다. 줄리언 어산지는 민중의 정보국으로서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이 될 것이라고 호언하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정부의 진짜 계획과 행동 방식을 알 때만 그 지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생존능력이 강한 형태의 열린 정부는 공개와 폭로의 자유를 보호하는 정부였다. 이 같은 보호가 없는 곳에서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시민사회에 의한 권력감시와 알 권리라는 차원에서만 보면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실제로 정보를 둘러싼 싸움은 권력투쟁이며, 모든 국가는 자국의 기밀을 지키기 위하여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을 겁니다.

모든 나라는 자국의 기밀을 지키면서 동시에 타국의 기밀을 알기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기밀유출에 대해서는 사형까지도 불사하는 중범죄로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강대국 정부로서는 위키리크스의 존재자체가 커다란 위협이며 지금까지는 미국이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위키리크스는 얼마 전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살해된 ‘오사마 빈 라덴’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슬람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사마 빈 라덴’이 9.11테러의 배후가 아니라는 주장을 믿고 있는데, 위키리크스는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하여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위키리크스를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적으로 선언하였고, 적어도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미국은 이제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미국 우파들은 위키리크스를 증오하고 있으며,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세라 페일린은 오사마 빈 라덴과 똑같은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여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였답니다.

 


빈 라덴보다 더 위험(?)한 위키리스크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하이테크 테러리스트’라고 지목하였으며, 조지부시의 참모였던 마크 티센은 정보기관이나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는군요. 마침내 2010년 여름 폭로이후 FBI는 1917년에 제정되어 사문화되어 있던 ‘방첩법’ 적용을 검토하였답니다.

미국정부와 정보기관들은 위키리크스를 내부고발자가 아닌 국외의 스파이로 몰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스파이 전쟁이 위키리크스와의 정보전쟁으로 바뀐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은 결과적으로 아주 많은 사람들을 잠재적인 스파이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미국정부의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시민은 250만 명에 달하는데,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이들은 모두 내부고발 문건을 위키리크스로 보낼 수 있는 잠재적 스파이와 다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위키리크스>를 쓴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는 독일의 <슈피겔>기자입니다. 그들은 수년 동안 위키리크스 창립자들과 접촉하였으며, 그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수년 동안 줄리언 어산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위키리크스의 아프간전쟁과 이라크 전쟁관련 기밀문서 공개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독일, 영국, 호주, 아일랜드, 미국 등지에서 위키리크스의 전, 현직 활동가들을 만나 인터뷰하였다고 합니다. 그들이 쓴 <위키리크스>는 줄리언 어산지의 전기는 아니지만, 줄리언 어산지를 빼놓고 위키리크스를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줄리언 어산지는 스타 해커 출신이며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와 함께 호주 전역을 떠돌며 떠돌이 생활을 하였다고 합니다. 아이큐가 146~180으로 나오는 컴퓨터의 천재이며 ......

그는 유명인이 되어 팝스타처럼 추종하는 팬들이 생겼고, 위키리크스를 정보공개를 지지하는  수 많은 후원자들의 기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구글 창에 그의 이름을 쳐넣으면 무려 1억 6900만 개의 검색결과가 뜬다. 어산지는 인터넷의 ‘해방전사’로 추앙받으며 자주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와 비교되곤 한다. 그는 또 비판적인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와 비교되기도 하고 인터넷상에서 모반 세력을 규합하는 디지털 체게바라로 불리기도 한다.” (본문 중에서)

2010년 영국 언론은 그를 세계의 주요 인물 50인 중 한사람으로 선정하였는데, 줄리언 어산지는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23위에 올랐으며 <타임>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인물에서 1위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국 외교전문이 공개된 후 모스크바에서는 어산지를 노벨평화상후보로 치켜세웠답니다.

줄리언 어산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와 함께 비밀문서 공개작업을 함께 하였던 저자들은 그를 “비범한 아이디어를 지닌 비범한 대화상대자”였다고 평가합니다.

줄리언 어산지, 비범한 아이디어를 지닌 비범한 대화상대자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줄리언 어산지는 존 영이라는 뉴요커가 운영하는 비밀문서 공개 웹사이트인 ‘크립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2006년 위키리크스의 도메인 등록을 영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위키리크스의 짧은 역사를 자세히 들려다보면 인터넷이라고 하는 혁명(?)적 수단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위키리크스는 고정된 장소와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활동가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며, 컴퓨터를 사용한 메일 교환과 채팅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만남은 활동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하지만 직접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2007년 1월 중국관련 자료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라크 전쟁 동영상 파일 공개, 아프간 전쟁 기밀문서, 이라크 전쟁 기밀문서, 그리고 미국무부 외교문서 공개에 이르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정부가 위키리크스의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과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줄리언 어산지에게 가해지고 있는 이른바성 여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담고 있습니다.

또 줄리언 어산지에게 집중된 위키리크스의 활동의 문제점과 활동가들의 내부 분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다음은 줄리언 어산지가 자신을 비판한 자원봉사자에게 채팅을 통해 한 말이라고 합니다.

“나는 이 조직의 심장이고 영혼이며, 창립자이고 대변인이고 최초의 프로그래머이고 기획자이고 자금조달자이고, 그리고 나머지 전부다 이게 싫으면 떠나라” (본문 중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위키리크스와 이런 줄리언 어산지의 발언을 쉽게 납득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위키리크스가 세계 여러나라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추적당하고 있으리라고 하는 것도 분명하기 때문에 쉽게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그가 뛰어난 해커이며 탁월한 조직력과 놀랄만한 열정으로 위키리크스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이트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매우 분명합니다. 그가 상업적인 인터넷 회사를 세웠다면 훨씬 더 편안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1966년 12월 28일부터 2010년 2월 28일까지 미국 외교관들이 작성한 25만 1287건의 외교전문 공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질 것인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키리크스를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비밀 정보 공개를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위키리크스>를 직접 읽은 후 저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