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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노무현 대통령이 2012 야권연대에 조언한다면?

by 이윤기 201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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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으며, 노대통령의 유고작이나 다름없는 <성공과 좌절>을 소개하는 서평기사를 포스팅하습니다.

매년 노무현 대통령 추모 기간에 맞추어 노무현 대통령 관련 책을 소개하겠다고 스스로 한 약속을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2010/05/24 - [노무현 대통령] - 서평블로거의 노무현대통령 추모 방법은?)

서거 2주기를 맞으며 추모의 마음을 담아 읽은 책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쓴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이 책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2007년 가을 퇴임을 6개월여 앞둔 노무현 대통령을 3일간 심층 인터뷰한 기록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3일간의 인터뷰만 옮겨놓은 것이 아닙니다. 이 책에 담긴 기록은 1991년 10월 당시 45세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의원에 대한 첫 인터뷰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 첫 인터뷰 이후 나는 여덟 차례 정도 그를 단독 인터뷰했다. 돌이켜보면 그 인터뷰들은 정치인 노무현이 굵은 선택을 할 때마다 이뤄졌다. 특히 대통령 출마를 작심할 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대통령 퇴임을 앞둘 때 나는 그를 인터뷰하는 행운을 누렸다."

오연호 기자는 대통령 당선 이후 첫 국내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퇴임을 앞두고 당시 인기 없는 대통령을 심층 인터뷰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오연호 기자는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을 인터뷰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여섯 명의 노무현을 만나다

하나는 무차별적으로 흙탕 속으로 떠내려가는 노무현 정부가 이룬 가치를 건져 올리고 싶은 마음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진보의 미래에 대해 공부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변화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예사롭지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감지'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정치인 노무현에서 정치학자 노무현, 민주주의 연구가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그 3일간의 대화에서 여섯 명의 노무현을 만났다.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정치학자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 인간 노무현."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누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지자들의 '애증' 어린 평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분석, 오연호 기자가 발견한 대통령의 정치학자적인 면모, 그리고 대통령의 관심이 집중된 진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가? 누가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오연호 기자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바보 노무현의  죽음은 직접적으로는 자살이지만, 그가 그런 선택을 하도록 내몬 것은 검찰 수사입니다. 그것은 지금 현재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 자와 정치권력을 내려놓고 시민권력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자의 한판 싸움이었습니다. 정치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현직 대통령 이명박과 시민권력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권력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싸움이었습니다."

결국 현직 대통령은 시민 속으로 들어가려는 전직 대통령을 용납하지 않았고, 결국 장례기간 내내 시민분향소와 서울광장을 경찰차벽으로 둘러싸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검찰수사로 표면화되었지만 사실은 '현직 대통령 VS 전직 대통령-시민'의 싸움이었다는 것입니다.

▲2007년 12월 28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청와대

정치권력을 가진 자와 시민권력을 만들려는 자의 싸움

저자는 그의 죽음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로 대통령이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참여정부평가포럼의 4시간 연설문에서 '자기사랑'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한 문장을 골라낼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면 세상을 사랑하게 되고,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에 대한 분노를 하게 된다."

쾌락이나 탐욕으로 자기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데 그것이 결국은 자기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역사적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른 것은 자신이 받는 고통보다, 자신에 의해 받게 될 여러 사람들의 고통을 더 참을 수 없어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는 분석이기도 합니다.

한편, 오연호 기자와 진행한 3일간의 인터뷰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자들의 평가에 귀를 열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스스로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난데없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나라당과의) 연정 그놈 들고 나와가지고, 국민들이 '연정이 뭐요?' 하게 만들었죠. 그건 사전에 내가 워밍업도 없이 불쑥 들고 나왔고, 그 뒤에 또 아그래도 골치 아픈데 개헌까지 들고 나오고, 언론하고 지속적으로 싸우고, 한미 FTA 안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는데, 그거 해치워버렸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한 지지자들의 실망과 좌절은 바로 다음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한나라당과 대연정하는 꼴 보려고 우리가 그토록 눈물 흘려가면서, 탄핵 막아가면서 대통령 노무현을 만들었나?" 하는 이런 배신감이었습니다.

▲오연호 기자와 인터뷰 하는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대연정은 성과주의? 대연정은 필생의 정치목표?

이 책은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에 대하여 '자만심이 만들어 낸 오류'였음을 인정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정은, 내 전략이 보통은 옳았다고 하는 자만심이 만들어낸 오류입니다. 내 딴엔 건곤일척의 카드라고 던졌는데, 그게 흑카드가 됐어요."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판 승부수를 띄웠다는 생각, 역사의 한 매듭을 짓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은 여전하였던 모양입니다.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오연호 기자는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국민들, 지지자들은 역사에 남을 큰 승부 한판을 벌이겠다고 나선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지 않았다. 이해 못한 것이 아니라 이해를 거부한 것이다. 큰 권력(시민사회)이 작은 권력(대통령)의 성급한 성과주의에 '정신 차려' 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와 제도를 선택하였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성과주의에 끌려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오연호 기자의 평가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반론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반론 전문이 이 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역구도 해소는 나의 필생의 정치목표입니다. 나는 여기에 모두를 걸었습니다. 결국은 그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으나 정작 나는 아직도 이 목표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구도 해소와 대타협의 정치를 위해서는 어떤 대가라도 지불 할 생각으로 정치를 해왔습니다. 동거정부 구상, 대연정 제안, 개헌 주장 등 모두가 이 목표를 위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필생의 정치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대타협의 정치를 위하여 대연정 제안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타협의 정치를 위한 연정은 제안하는 쪽이 힘의 우위에 있을 때 가능한데, 제 판단은 당시 대통령은 압도적 우위의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고 생각됩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는 검찰과의 갈등, 당정분리, 그리고 말투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에서 무사히 걸어 나가기 위하여 검찰과 손을 잡지 않았으며, 당권을 장악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분리 원칙을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아울러 임기 내내 지적 받은 자극적이고 냉소적인 말투에 대해서는 소위 '운동권이 되고부터 반어법, 역설법을 쓰고 감정적으로 팍 폭발적으로 자극적인 것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다음 대통령은 좀 부드러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놓았다는 것입니다.

▲오연호 기자와 인터뷰 하는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왜 대통령에 출마하였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출마를 자극하고 결심을 굳히게 한 계기는 이인제씨의 출마였다고 합니다. 기회주의자가 지도자가 되면 국민도 기회주의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대통령에 출마하였다는 것이지요.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 옳은 것을 옳다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대통령에 당선되어 그것을 증명하려 하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오연호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링컨에 주목하였음을 강조합니다. 대선출마 선언 한 달 전에 <노무현이 만난 링컨>을 출간하였으며, 패배를 딛고 정의의 개념을 내세워 승리한 링컨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낮은 사람이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든 전형을 창출한 사람, 그가 곧 링컨이다. 그는 옳은 길을 갔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그 길을 가 성공했기에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노무현이 만난 링컨> 중에서)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링컨과 닮았다는 사실을 소개합니다. 심지어 천수를 누리지 못한 것까지도.

노무현 대통령이 2012년 야권연대를 위해서 조언한다면?

이 책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조중동 언론 권력과 갈등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이유와 역사적 이유, 그리고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FTA에 대한 생각, 이라크 파병에 대한 솔직한 평가가 담겨 있습니다.

2011년 총선을 앞두고 있고, 야권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뜻을 모으는 지금, 오연호 기자와 인터뷰에서 나눈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몇 대목 더 소개해보겠습니다.

"정치인들은 두 부류가 있습니다. 대세에 편승해서, 상황과 민심에 편승해서 표만 받으려는 사람이 있고, 역사의 진보에 꼭 필요한 전선에 마주서서 상황을 돌파하고 때로는 민심을 새롭게 일어켜서 이끌고 가려고 깃발을 세우는 그런 정치인이 있습니다. 나는 역사에서 적어도 지도자가 될 정치인이라면 후자여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적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국민의 눈높이로는 좀 부족하다. 역사의 눈높이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도자는 정치인 중에서 나와야 된다고 얘기했던 이유가 그저 느낌이 아니라 투명성의 검증을 과연 받았느냐를 묻는 것입니다. 그가 선거판에 들어가도 꼿꼿할 거냐, 깨끗할 거냐 그리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정치판에서 지도력을 과연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검증이 돼야 한다는 말이죠."

정치판 흙탕물 속에서 살아남아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흙탕물 속에 나뒹굴어보지 않고 깨끗한 체하지 말고, 더럽혀질 각오를 하고 흙탕물 속으로 뛰어들어 당당하게 검증받고 신뢰를 획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2011년 야권연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오연호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와 억양을 흉내 내어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2011년 야권연대의 승리를 위하여 꼭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입니다.

"누군가는 정치판을 바꿔가야겠지요.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하세요. 너무 계산하지 마세요. 정도를 걸으세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유권자의 신뢰를 형성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특권을 버리고 몸을 던지세요. 흙탕물 속 검증의 바다로, 시민들 속으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10점
오연호 지음/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