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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명예시민증 수여 졸속으로 결정되는 이유?

by 이윤기 201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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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창원시 명예시민증 중복 수여 논란이 벌어진 후에 행정 정보공개를 청구 통해 명예시민증 수여 절차와 과정에 대하여 확인해보았습니다.

정보공개된 문서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창원시 명예시민증 수여 조례를 검토해보니 명예시민증 수여가 졸속으로 처리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졸속이라는 표현이 못 마땅한 공직자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분명 졸속입니다. 특히 통합 창원시 명예시민증 번호를 제 1호부터 시작한 것과 맹형규 장관을 지나치게 예우하려다가 내국인을 따로 구분하고 2011-1번을 부여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판단이었습니다.

우선 '창원시 명예시민증 수여 조례'의 문제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조례에는 명예시민증 수여 심사를 '창원시 인사위원회'에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명예시민증 수여에 관하여 심의하는 위원들은 현직 공무원과 전직 공무원이 태반입니다.

대학교수, 변호사 등 외부 인사가 포함되기는 하였지만, 전, 현직 공무원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창원시 인사위원회'는 공무원 인사를 위한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한지 모르지만, '명예시민증 수여'에 관하여 심의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시의원을 비롯하여 일반 시민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각계 대표들이 위원으로 더 많이 참여하여야 '명예시민증'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위원회 구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명예시민증 심사를 왜 창원시 인사위원회가 하나?

실제로 지난 3월 창원시 제 1호(?) 명예시민증을 받은 노키아 티엠시 '티모 엘로넨' 사장의 경우에도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명예시민증 수여 자격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창원시에서는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있다.”(창원시)는 입장이었지만, 노동계에서는 "정규직을 해고한 악덕 기업이다"라는 엇갈린 평가를 하면서 명예시민증 수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창원시의 명예시민증 공로조서에는 띠모 엘로넨 사장이 "008년 9월 부임해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2009년 30억9000만달러라는 대단한 수출 성과를 올렸고, 세계 노키아 제조공장 9곳 중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시켜 창원 생산품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공헌했다" 고 평가하였습니다.

또 “ 열린 사고와 협력으로 노사화합에 힘쓰며 다양한 직원복지 정책을 펴고 지난해에는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 3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노사관계 개선에 본보기"가 되었으며, "2011년 말 완공 예정인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표준공장(4개동) 신축에 1800만달러를 투자하여 1000명 일자리 창출, 수출 20억불 증대"가 예상된다고 하였습니다.

비정규직 수 없이 해고한 노키아 사장이 명예시민 제 1호?

그러나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등 지역 노동계는 노키아 티엠시 티모 엘로넨 사장 공적이 ‘과대 포장됐다’는 평가를 하였다고 합니다.

"민노총 경남본부는 2008년 노키아티엠씨가 비정규직을 수 없이 해고했고, 2010년 초까지 8개 외주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해 외주업체의 경영악화를 불러온 전력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민노총경남본부는 엘로렌 사장과 노키아티엠씨에 대한 이런 사실은 마산자유무역 내 기업들이 모두 알고 있으며 노동부에도 보고된 내용이라며 엘로넨 사장의 경영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안다면 명예시민으로 선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경향신문)

뿐만 아니라 이른바 내국인 제 1호 명예시민증을 받은 맹형규 장관의 경우에도 '자격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맹장관의 경우 통합 창원시 출범을 위하여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였다는 것인데, 어찌보면 장관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직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2011/07/07 - [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 맹형규 장관이 왜 명예시민 1호인가?)

통합창원시 출범을 위한 공로를 따진다면 경남도지사에 출마하였던 전임 이달곤장관이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맹장관의 경우 이달곤장관 당시에 약속하였던 것을 이행하고, 법규에 따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예시민증 심사, 시의회가 하면 어떨까?

따라서 시민의 뜻과 상관없이 행정의 뜻만으로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관행을 고치려면, 창원시 명예시민증 수여 조례를 개정하여야 합니다. 명예시민증 수여 심사는 전, 현직 공무원이 중심이 된 '창원시 인사위원회' 대신에 가칭 '창원시 명예시민증 수여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각계의 시민대표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혹은 시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시민의 대의기구인 시의회 의원들이 심사하여 명예시민증 수여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명예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명예시민증을 수여할 수 있는 현행 제도는 꼭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지금처럼 창원시 인사위원회가 심사하는 경우에는 민선 시장이 선심을 쓰듯이 명예시민증을 남발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실제로 옛 창원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민선 시장의 임기 동안 명예시민증 수여가 대폭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2011/08/18 - [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 창원 명예시민은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봤더니...)



명예시민증 왜 서면심사로 결정하나?


또 다른 문제는 '서면심의'입니다. 창원시 인사위원회는 맹형규 장관과 띠모 엘로넨 사장에 대한 명예시민증 수여 심사를 하면서 두 번 모두 '서면심의'를 하였습니다.


서면심의는 말을 그럴듯 하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창원시 인사위원회가 모여서 회의를 한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창원시의 해당 부서 공무원들이 서류를 들고 위원들을 찾아가서 싸인을 받아와서 인사위원회 심의를 대신하였다는 것입니다.

서면심의는 가장 나쁜 방식의 심의입니다. 시민운동을 하는 저는 서면심의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서면심의는 토론이 없습니다. 따라서 다른 위원들의 견해를 듣고 의견을 바꾸거나 수정할 수 없습니다.

오직 어떤 안건을 통과시키려고 마음먹고 있는 담당 공무원의 설명만 듣고 심의를 하여야 합니다. 실제로 서면심의를 해보면 서류를 들고 와서 찬성 의견을 내놓는 공무원에게 면전에서 거절하고 반대의견을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서면심의'는 중요하지 않은 안건을 처리하거나 혹은 모여서 심의위원회를 거친 내용 중에 일부 확인이나 수정이 필요한 사항을 위임하는 경우 서면으로 심의하는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창원시는 관행적으로 명예시민증 수여는 '서명심의'로 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창원시의 경우 명예시민증 수여 심의를 '서면심의'로 대체한 것은 명예시민증 수여 문제가 중요한 안건에 해당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창원시 명예시민증 수여 조례'를 개정하여 시민의 뜻을 담아 명예시민증을 수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명예창원시민이 되는 사람도 자랑스러워하고, 창원시민들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에게 명예시민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