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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미국연수 여행

헬렌 켈러 체험? 그래도 백문이불여일견 !

by 이윤기 201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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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 34, 최종편] 느닷없이 찾아온 행운, 글로벌 해피로그인

주말마다 이어가는 비영리단체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이야기 최종편입니다. 2011년 봄, 인생 계획에 없던 미국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인생이란 것이 모두 계획한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행운이 찾아왔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느닷없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겨울 어느 날, 2011 비영리 활동가 해외연수 ‘Globle Happy Log-人’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비영리단체 활동가를 위한 해외연수인데, 2박 3일 동안의 2011 비영리 기술 컨퍼런스( Nonprofit Technology Conference(NTC)) 참가 일정이 포함된 미국연수였습니다.

 

나를 위해 준비(?), 딱 맞는 조건의 해외 연수

돌이켜 생각해보면, 느닷없이 찾아 온 행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를 위해 딱 맞춤으로 준비된 행운이기도 하였습니다. 저를 위해 준비된 행운이었다고 생각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연수 일정입니다. 사실 3월 초와 4월 초에는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단체 일정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연수라고해도 참가할 수가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 모집 광고를 보니 제가 3월 중에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기간이 연수일정으로 정해져있더군요. 제가 매일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을 대신 맡아주겠다는 후배 덕분에 큰 고민 없이 연수에 지원할 수 있었답니다.

두 번째 고민은 바로 영어였습니다. 전에 국내에서 열린 동시통역이 되는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친교 시간이 좀 힘들기는 하였지만 심포지움에 참여하는 것은 별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시통역이 이루어지면 참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주최 측에 문의하면서도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였고, ‘영어를 못해도 상관없다’는 기분 좋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물론 미국 현지에서 연수에 참가하는 동안은 상관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이다 싶은데, 미국 연수에 참가하는 동안은 다행인지 불행이었는지 구분이 잘 되지 않더군요.

만약 ‘신의 뜻’이라면, 저의 20년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축하와 격려’일지도 모릅니다. 1991년에 지금 일하는 단체 활동을 시작하여 2011년 1월로 만 20년을 일하고 있습니다. 소정의 격려금과 기념패를 받았습니다만, 안식년 혹은 안식월 같은 휴가가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요.

그런데, 약 2주 동안 미국으로 휴가(?)를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느닷없이 찾아온 행운이 아닐 수 없지요. 80명이 넘는 참가자 중에서 6명을 뽑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서 뽑혔으니 그 역시 행운인 것은 분명합니다.

헬렌 켈러 체험? 그래도 백문이불여일견 !

아무튼 미국에 도착하여 하루를 쉬고 참석한 2박 3일 동안의 2011 비영리 기술 컨퍼런스(NTC)는 한 마디로 ‘헬렌 켈러 체험’ 이었습니다. 헬런 켈러 보다는 조금 나은 것은 그래도 볼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은 매우 큰 불편함이었습니다.

제가 큰 좌절감을 느끼지 않고 이걸 불편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애초에 이런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 각오하고 참가하였기 때문입니다. 2박 3일 동안 영어의 바다에 푹 빠져서 지내보는 경험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을 뿐만 아니라 그래봐야 결국은 ‘다 지나간다’ 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연수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서 참여했던 세션에 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으로 조금씩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이었지요. 들리지도 않고, 말도 할 수는 없었지만 눈으로 보며 ‘짐작’하고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영어 이야기가 불필요하게 길어졌군요. 아니라고 하지만 꽤 힘들기는 하였나 봅니다. 그래도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연수 보고서를 한글로 작성할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의 벽에 가로막히기는 하였지만 2011 NTC에 참가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은 적지 않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참가 규모였습니다. 공식 참가 접수를 한 사람이 모두 2008명이라고 하더군요.

비영리컨퍼런스, 공식 참가자 2008명 !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큰 나라이기는 하지만 비영리단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2000명이 넘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미 미국은 비영리가 돈(?)이 되는 나라라는 증거겠지요.

활발한 사업과 모금을 통해 막강한 생산유발 효과를 일으키고 영리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결합하고 구글, 마이크로소트프 같은 큰 회사들도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더군요. 비영리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솔루션,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참여도 신기하였습니다.

특히 비영리단체를 위하여 개발한 프로그램의 개발자와 그 프로그램을 직접 활용해본 경험이 있는 비영리단체 활동가가 한 자리에 모여서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비영리단체가 시장성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한 번도 개발자들과 마주 앉아서 이런 토론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이런 토론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비슷한 컨퍼런스가 열리면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는 경우가 아주 드뭅니다. 그런데 미국 NTC의 경우 제가 참여해본 대부분의 세션에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더군요.

1시간 30분 세션이면 발표자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은 길어야 20~30분입니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참가자들과 발표자가 토론하고, 참가자와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더군요. 대부분의 참가자들의 자신의 경험을 쏟아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발표 중간에도 거침없이 손을 들고 발표를 중단시키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청중들 누구도 발표 중간에 끼어드는 참가자에게 눈치를 주거나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들 아주 자연스럽게 발표자에게서 시선을 옮겨서 손을 들고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더군요. 미국인들의 토론문화와 활발한 소통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편, 모금의 중요성 그리고 온라인 모금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는 전통적으로 활동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약간의 사업수익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외부 모금에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수에 참여하면서 E-mail이나 문자메시지뿐만 아니라 SNS를 활용하여 소통하고 모금까지 해내는 사례들을 보면서 온라인 모금 활동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도 큰 변화입니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이번 연수를 후원한 해피빈의 모금과 활동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입니다.

나름대로 온라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왔었는데, 국내에서 수년 동안 온라인을 통한 기부활동이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전혀 몰랐습니다. 저희단체는 물론이고 지역활동가들과 해비빈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마음먹게 되었지요.



돈보다 귀한 것을 경험시키는 Common Cents

미국 연수 기간 동안 여러 단체들을 방문하였습니다. Network for Good, Do something, Common Cents, Jumo, Foundation Center를 방문하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역시 Common Cents 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저금통을 나눠주고 동전을 모아오라고 하는 단순모금 활동을 뛰어 넘어 아이들이 모금과 배분을 직접 경험하고 결정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놀라웠습니다. 왜 우리는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확 생기더군요.

Foundation Center의 활동도 놀라웠습니다. 10만 개가 넘는 단체와 재단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고 비영리단체에 정보를 제공하는 Foundation Center의 규모와 활동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더 놀라웠던 사실은 이 단체가 1956년에 설립되었다는 것입니다.

1956년에 NPO를 위한 도서관을 만들고 정보를 모으고 교육하는 활동을 시작하였다는 선견지명이 참 대단하더군요. 5곳의 센터에서 150명이 넘는 직원들이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기업이나 재단의 사회공헌 정보를 한 곳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 참 매력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매년 봄이면 정부부처와 정부투자기관의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프로젝트 사업’을 찾는 한국 활동가들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여러 곳에 널려있는 흩어진 자료들이 어떻게 유익한 정보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곳이더군요.

첫 번째 방문 단체였던 워싱턴의 Network for Good 역시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것을 주요활동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미국이 기본적으로 NPO 영역이 큰 나라이기 때문이지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아주 활발하더군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지만 제가 미국 정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미국이라는 나라의 제도와 사회시스템도 그다지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또 삐딱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미국의 비영리단체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놀라운 활동성과를 돌아보면서 한편으로는 참으로 미국적인 방식, 자본주의적인 방식이 만들어내는 효율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Common Cents의 경우는 예외입니다만, 그들의 활동에서 협동이나 자치,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더 효율적인 모금 방법을 동원하여 더 많은 자원을 끌어내는 것,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더 좋은 모금 시스템을 도입하여 더 많이 모금하는 것, 비영리단체에 사회공헌사업과 배분사업 정보를 판매하는 비영리단체들...모두 경쟁에서 살아남은 성공한 NPO들이더군요. 딱 집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호혜와 협동의 사람 냄새를 느낄 수는 없었다는 것이 큰 아쉬움입니다.

긴 연수를 떠나기 위해서는 가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도 많았고, 다녀와서 메꿔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준비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였고 활발하게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이런 사족을 다는 것이 연수를 준비한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입니다만 다음 연수를 위한 평가라고 생각하고 평가를 보탠다면 이렇습니다.

첫째 사무실만 찾아다니지 않고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둘째, 모금이라는 주제에 치우쳤다는 느낌입니다. 미국까지 같으니 워싱턴이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시민사회 활동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넣지 못한 것도 작은 아쉬움입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둘러보며 남다른 감회가 떠올랐습니다. 2002년부터 수년 동안 내가 사는 작은 도시에도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공원을 만들자고 하는 시민운동을 펼쳤습니다. 센트럴파크에 한 번 가보지 않고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공원을 만들자고 글을 쓰고, 홍보물을 만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10만 명이 넘는 시민 서명을 받아 의회에 공원을 만들어달라고 청원도 하였지요.

이제 센트럴파크에 관하여 글을 쓰면 훨씬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하였겠지요. 잘 들리지도 않고, 잘 말할 수도 없었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앞으로 20년을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득 채워오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새로운 일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얻어온 것 같습니다. 긴 여행을 통해 서로 이해를 넓히고 경험을 나누고 영향을 주고받은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어쩌면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릅니다만 해외연수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성과인 경우도 많습니다. 서로 다른 현장에서 일하는 11명의 새로운 ‘사람’을 얻었으니 말입니다. 저에게 느닷없는 행운을 가져다준 그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