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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날 정해놓고 맞선보는 행정구역 통합

행정구역 통합하면 반드시 후회한다 !

가끔 후배들에게 '결혼을 꼭 해야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기회가 되면 하는 것이고 안 되면 안 하는 것이고 억지로 할 필요도 억지로 안 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동석한 동료나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는 상투적인 대답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는 말 입니다. 그런데 행정구역 통합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에 한 번 행정구역 통합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주민 서명을 받아 통합 건의를 하고나면 통합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것 같습니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결혼의 좋은 대안은 연애를 오래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애를 오래하면서 깊게 사귀다보면 아무래도 결혼하고 나서 후회 할 가능성이 줄어들테니까요.

행정구역 통합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만난지 몇 달 만에 속전속결 해치울 것이 아니라 연애를 오래하면 그만큼 후회 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지난주 경상남도가 주최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대비 도, 시군 공무원 워크숍>에서 만난 공무원이 이런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행정구역 통합 그것 한 번 해본 지역은 절대 안 할려고 합니다. 우리 경남에도 그런 지역이 있습니다. 사천-삼천포는 통합한 지 16년이 지났습니다만, 아직도 제대로 화합이 되지 않습니다."
 
"마산, 창원, 진해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한 번 통합 해 본 지역에서는 또 통합하자는 말 함부로 못합니다. 그리고 통합을 하자고 먼저 나서는 쪽, 주도적인 쪽에서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싫다는 쪽도 똑같이 책임과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됩닏. 그래야 창원같은 일이 안 생깁니다."


통합하자고 몸 달은 쪽이 책임, 부담 더 많이져야 한다

이분들 이야기에 살을 좀 붙여보면 이런 겁니다. 행정구역 통합은 연애 결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앙정부가 중매를 서서 반 강제로 결혼을 시키면 반드시 파탄(?)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결혼 비용도 중앙정부가 혼수(인센티브)만 좀 마련해주는 정도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 연애를 할 때 쫓아다니는 쪽이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고, 형편이 좀 나은 쪽 혹은 결혼을 서둘러야 하는 쪽이 혼례 비용을  더 부담 합니다. 

이처럼, 행정구역 통합을 할 때도 통합 하자고 먼저 나서는 쪽이 통합 비용을 더 부담하고 통합 시청사, 시명칭을 정할 때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아무튼 저는 연애 결혼 이외에는 안 된다는 공무원들의 발상에 깊이 공감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니 이번에도 모두 중매 결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파(결혼정보회사 같은)로 나선 중앙정부가 인구, 면적 등(학력, 재산 처럼) 조건을 딱 정해놓고 그 조건에 맞는 경우를 골라 맞선을 주선하고 결혼을 하라고 부추기는 모양새 입니다. 

연애 오래하면 커피값, 영화비, 술값, 밥값 많이드니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얼른 결혼부터 하라는 것입니다. 일단 결혼만 하면 혼수 같은 것은 물론이고 아이를 낳으면 양육비까지 중앙정부가 다 책임지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아직 맞선도 보기 전에 결혼 날짜를 먼저 정해놓았습니다.  밥도 먹어보고, 손도 잡아 보고, 뽀뽀도 해보고 결혼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하는데.... 이렇게 졸속으로 만나 데이트도 제대로 못해보고 하는 이 결혼(통합)이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후회없는 결혼이 가당키나 할까요.

키스도 한 번 안 해보고, 손도 한 번 안 잡아보고 결혼하라고?

아무튼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의 계획에 따른 행정구역 통합건의안 제출 마감시기가 연말로 다가왔습니다. 전국적으로 21개 지역 50개 시·군에서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행정구역 통합을 찬성하는 시, 군에서는 통합건의서를 제출하기 위하여 주민서명을 받는 등 통합 건의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상당수 시군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예상하고 있는 통합대상 지자체 중 모두 찬성하는 곳은 충북 청주·청원 2개 시·군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예상보다 많은 시, 군이 행정구역 통합에 반대하고 있으며, 여러 지역에서 지역 내, 지역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이런 갈등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지역 정서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기준을 만들어 놓고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아울러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주장하는 행정구역 개편 추진의 배경과 행정구역 통합의 필요성도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우선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교통, 통신, 인터넷' 등의 발전을 비롯한 아래와 같은 근거를 들어 행정구역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교통, 통신, 인터넷의 발달이 행정구역을 합쳐야 하는 당위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교통, 통신, 인터넷의 발달은 행정구역의 크기와 별로 상관이 없는 지표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수립 이후 인구증가, 농촌 도시가 인구 이동, 지방정부의 역량 차이 등도 행정체제를 바꾸어야 하는 납득할 만한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특히 앞으로 인구는 줄어들 것이고 농촌으로부터 도시로 대규모 인구이동도 더 이상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구증가, 도시화에 따라 도농 통합을 비롯한 행정구역 통합과 행정체제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의 행정구역은 100년 전에 행정구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정착, 세계화 추세는 모두 행정구역 통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수사'에 불과하며, 오히려 중앙정부가 권력을 이양하고, 주민자치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해결 되는 일들니다.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키려면 수도권의 경우 대부분 서울과 통합하여야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구역을 넘어서 출퇴근 한다거나, 학군이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들은 꼭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오히려 행정구역을 통합하고 나면 실제 생활권과 상관없이 이른바 명문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무리하게 학군을 통합해달라는 요구가 생기기도 합니다.(창원, 진해처럼) 

화장장 이용이나 시내버스 추가비용 역시 행정구역을 통합한다고 다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어차피 통합 이후에 모자라는 화장장 운영비용은 지방정부가 다 부담해야 하고, 버스회사의 운송수입금 부족도 보전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얼핏보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아울러 이런 문제들은 꼭 행정구역을 통합하지 않아도 지방 정부간의 행정 협력만 잘 이루어지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이해관계가 전혀 나라와 FTA도 체결하는데, 지방정부가에 협력이 안 되니 그냥 살림을 합쳐버리자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구역 통합으로 농촌지역 고령화, 시군구의 취약한 재정력이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행정구역이 통합되면 당장 통계 지표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도시와 통합되면 농촌지역의 이런 어려움은 묻혀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통합시의 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많아지면 행정 우선 순위에서 이런 문제들은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고, 취약한 시군구의 재정력은 행정구역이 합쳐지면 하향 평준화되는 것이 자명한 일입니다.

근본적으로 지역균형 발전과 수도권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 것이지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은 아무 관련이 없고 행정의 효율성은 높아지지 않습니다. 창원시의 경우 공무원 숫자도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행정구청이 5개나 새로 생겨 행정단계는 더 복잡해졌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의 근거로 교통, 통신, 인터넷의 발달을 이야기 하였으면 마땅히 구청을 설치하지 않아야합니다. 기껏 시, 군을 통합 해놓고 새로 행정구를 설치하는 것은 행정체제 개편의 구실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들 역시 출신 지역별로 줄 서기가 이루어지고 있고,  내 지역 출신 챙겨주기가 공공연한 현실입니다. 예산 배정, 대형 프로젝트 사업(야구장, 통합 상징물) 결정 때문에 새로운 갈등과 혼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한편 인력과 예산의 효율성을 말하지만, 부산 광역시 혹은 인구나 규모가 비슷한 성남시나 수원시보다 보다 창원시 시의원 숫자는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도 통합으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세금은 덜 부담하고 복지는 높인다"는 거짓 논리가 혹세무민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울러 예산 역시 결코 절약할 수 없습니다. 창원시의 경우 인구 100만의 통합시가 되었다는 것을 핑게로 더 많은 토건사업을 벌이는 역효과가 생길 뿐입니다.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쳐놓은 것 뿐인데도 인구 100만을 빙자하여, 새로운 도로, 새로운 (해저)터널, 새로운 야구장, 도시철도, 세계적인 공연장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흥분(?)합니다.

아파트 평수를 늘려서 이사를 가면 집 크기에 맞춰서 더 큰 가구와 더 큰 가전제품을 마련하고, 작은 집에 살 때는 없던 옷 방을 만들고  홈시어터나 고급 오디오 같은 새로운 가전 제품을 들여놓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행정구역 통합,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아니라 하고나면 반드시 후회 합니다. !


 










Trackback 0 Comment 2
  1. Lilliput 2011.11.30 12: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통합을 결혼에 비유하다니... 적절합니다.

    그래도 궁합이 맞다면 "홈시어터나 고급 오디오 같은 새로운 가전 제품을 들여놓는 것" 정도는 노려봄직하다고 봅니다. 마창진 통합 사례는 지나치게 서둘러서 그르쳤지 궁합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보거든요.

    사족입니다만, 통합 후 갈등 때문에 박완수 통합 창원시장의 재선이 간당간당할 것 같긴 합니다. 범야권 후보가 통합 후 갈등을 해소할 올바른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완수횽은 누구와 비슷하게 통합의 꼬깔콘이 될 것 같네요.

  2. veste ed hardy 2011.12.07 15:0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울러 잔디관리를 위한 예산도 없구요. 토론회에 참석하셨던 한 선생님은 그냥 잔디를 심었다가 나중에 관리가 안 되어 잔디가 죽으면 그냥 맨땅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그나마 나은 선택이라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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