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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진보, 집권과 개혁 보수한테도 배우자 !

by 이윤기 201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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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조중동도 아니고 KBS, MBC 혹은 종편도 아니고 <나는꼼수다>라고 생각합니다.  
 
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2011년 가을, 겨울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2개의 폭탄인 '내곡동 사저' 문제와 '선관위 디도스' 사건은 모두 <나는꼼수다>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은 결국 BBK 사건으로 감옥에 가게 되고 총선 출마도 좌절되었습니다만,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김경준이 하는 행보를 보면 어쩌면 내년 봄쯤엔 BBK 사건이 완전히 새롭게 조명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나꼼수>는 한국사회에 없던 전혀 새로운 정치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에서 미디어의 주도권을 바꾸는 초유의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나꼼수> 김용민의 보수 심층 분석
 
<보수를 팝니다>는 <나꼼수> 멤버 중 한 명이자 제작자 그리고 조현오 경찰청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 성대모사로 뒤늦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치평론가 김용민이 쓴 책입니다. <조국현상을 말한다> <나는꼼수다 뒷담화>에 이어 새로 낸 책이 바로 <보수를 팝니다>입니다.

<보수를 팝니다>라는 어중간한 제목의 이 책은 짐작하시는 대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물건을 사고 팔 듯이 보수의 가치가 잘 팔리는 현실에 주목하자는 의미입니다. 다른 하나는 보수에 대하여 깊이 파고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보수를 알려면 눈에 보이는 표면 뿐만 아니라 아래에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고 하지만, 사실 보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진보만큼 다양한 보수 스펙트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저자 김용민은 2012년은 자기 덫에 걸린 대한민국 보수가 본격적인 몰락의 길을 걷는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렇지만 보수의 몰락이 자동으로 진보의 대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이대로 우물쭈물하고 있다가는 짧은 진보집권에 뒤이어 보수의 새로운 부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보수를 제대로 알아야 보수를 이길 수 있고, 2012년과 그 이후 '기회주의' 보수를 몰락시키고 진짜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구도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 김용민은 보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수를 구분해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 땅의 보수를 모태보수, 기회주의 보수, 무지몽매 보수로 구분합니다. 듣기에 따라서 그냥 재미있는 구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매우 일리 있는 분류이기도 합니다. 먼저 모태보수는 전체 보수진영에서 언제나 안정된 기반을 바탕으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해온 집단을 말합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돈과 기득권을 갖춘 집안에서 태어나 아쉬울 게 없이 자라온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로는 박근혜와 정몽준이 이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유승민 또는 이정현을 필두로한 여러 친박계 의원들, 그리고 남경필, 홍정욱, 김세연 같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소장파' 의원들 역시도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보수가 된 모태 보수로 분류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모태보수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정과 여유라고 합니다. 이들은 돈과 기득권으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 떨어져도 크게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한 홍정욱에게서도 이런 의연함 같은 것이 느껴졌지요.
 
저자 김용민은 모태보수는 상대적으로 도덕과 염치를 아는 집단으로 합리적 보수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라고 평가합니다. 이들의 가장 큰 약점은 기회주의 보수에 비하여 권력의지가 약하고 나약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명박 측근 복제인간, 박근헤 측근 자율야구단

다음으로 기회주의 보수입니다. 모태보수와는 다른 길 혹은 반대편에 있다가 갑작스럽게 보수로 돌아서서 권력을 잡은 보수들을 말합니다. 이 나라 집권세력은 대부분 기회주의 보수였다는 것이 저자의 분류입니다.

"권력을 장악한 보수 중에 기회주의 보수가 많다는 사실이다. 만주군 장교를 지내고 한때 남로당에 몸담은 전력까지 있는 박정희를 필두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과 노태우,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가 호랑이에 빙의되어 버린 김영삼, 그리고 현 대통령인 이명박까지 모두 기회주의 보수들이다." (본문 중에서)

최고 권력에 오르지는 못하였지만 민중당 출신의 김문수, 이재오 그리고 뉴라이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신지호, 최홍재, 김영환 같은 자들도 모두 기회주의 보수라는 것입니다. 전향하거나 변절한 이들은 태생부터 보수인 모태보수들에게 그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이들은 권력 의지가 강하고 이기적이며 사리사욕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과거 행적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수 속에 자리 잡기 위하여 권력욕과 집착을 보인다는 겁니다.

또 다른 특징은 '조급함'인데, 4대강 사업, 방송장악, 물대포로 상징되는 언론탄압과 자유탄압은 모두 기회주의 보수의 조급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들은 원래 가진 것이 없었고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보니 모태보수에 비하여 더 부도덕한 경우가 만하고 합니다. 바로 이명박 정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김용민은 이명박의 측근에는 복제인간들이 판치고, 박근혜의 측근은 자율야구단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마치 아바타처럼 영혼이 없는 이명박의 측근에 비하여 박근혜 측근 중에는 소신파들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기회주의보수는 구린 부분을 서로 감싸주면서 조폭처럼 끈끈한 상하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구분하자면 모태보수는 성골, 기회주의 보수는 진골로 볼 수 있는데, 기회주의보수가 성골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무지몽매 보수는 바로 묻지마 보수를 말한답니다. 자신의 계급적 지위로 본다면 진보정당을 지지해야 하지만, 맹목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보수피라미드의 최하위에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다른 부류에 비해서 지식과 정보가 대단히 부족한 이들은 정치에 대해서도 사회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지식을 거의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다. 단순히 말해서 그냥 <조선일보> 보고 세뇌된 보수다. 이들의 생각이나 활동은 정치라기보다는 처세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보수 중에는 이 세 부류로 딱 구분할 수 없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 정몽준, 이인제 같은 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셋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셋과 뚜렷하게 구분되면서 매우 영향력이 큰 다른 보수집단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자본가 보수라고 합니다.

보수 중의 보수, 자본가 보수

저자 김용민은 보수의 토대, 보수 권력의 원천으로 '자본가 보수'를 꼽습니다. 앞선 보수 분류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가 보수야 말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위를 누리는 보수 중의 보수라는 것이지요. 결국 한국 역사 속 보수정권 집권은 자본가 보수와 기회주의 보수가 손을 잡고 권력을 나눠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저자는 자본가 보수는 매우 위험한 보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본가 보수가 무서운 점은, 그 장악력이 비단 보수 진영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들은 진보 진영마저도 표적으로 삼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자본가 보수의 손아귀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본문 중에서)

자본가 보수는 돈을 무기로 정권은 물론이고 관료사회, 법조계를 광범위하게 포섭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 혹은 조정래 선생의 <허수아비 춤>을 보면 실체가 잘 드러나 있지요. 아울러 보수의 또 다른 연결고리는 조중동을 필두로하는 보수언론인데, 자본의 떡고물을 받아 진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고, 보수의 가치를 홍보하는 노릇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자 김용민은 모태보수, 기회주의보수, 자본가 보수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진보의 관심은 무지몽매 보수에게로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무지몽매 보수는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거쳐 중도 또는 진보로 견인해야 하는 집단이라는 겁니다.

진보집권플랜, 보수도 벤치마킹 하라

2012년 정권교체 과정에서 기회주의 보수는 몰락시켜야 하고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가 말하는 보수를 이기는 진보의 전략, 보수에게 배워야 할 진보의 전략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진보는 당위성을 이야기 할 때, 보수는 이익을 이야기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진보도 당위성만 주장하지 말고 집단별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보수는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표를 몰아주는 충성고객에게 보답을 안겼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따라서 진보를 선택하면 복지가 증가하고 서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보를 상식으로 만드는 부단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셋째, 지금까지 보수는 뭉치고 진보는 분열하였습니다. 따라서 2012년 대선에서 진보 진영이 집권하면 반드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진보도 협상과 논쟁을 통해 타협해가는 경험을 축적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제안입니다. 집권 전부터 개혁 플랜을 만들고 정권을 교체하면 전광석화처럼 개혁을 완수하라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보수를 팝니다>에는 보수의 생존전략, 보수의 친일, 친미성향, 보수와 개신교, 보수와 사학의 밀월관계에 대한 탁월한(?) 분석이 담겨있습니다. 2012년을 기점으로 보수가 왜 몰락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과감한 결론을 내립니다.

기회주의 보수의 조급함에 주목하자

저자는 기회주의보수는 조급함으로 무너지고, 보수의 자만심이 오버액션을 부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이 대표적인 오버액션이겠지요. 또 모태보수와 자본가 보수는 조중동의 막강한 이념공세 그리고 국민의 '정치무관심'으로 지배체제를 구축하였는데 이제 더 약발이 떨어져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박근혜가 전면에 나서고 한나라당이 재창당을 하여도 결국은 20대의 관심과 각성이 '정치 무관심'이라는 지배체제를 깨부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20대, 30대의 각성이 보수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한편 20대에게는 공부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80년대, 90년대 운동권처럼은 아니어도 인문학적 기본기는 갖춰야 끌려다니지 않는 자신의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 끝머리에는 '보수완전정복을 위한 추천도서 10권'도 소개해놓았더군요.
 
등을 보이지 않고 의연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싸우면 꼭 이긴다는 것입니다. 블로그에서 트위터에서 그리고 광장에서 유쾌하고 즐겁게 승리하자고 제안합니다. 네 남자가 <나는꼼수다>에서 잊어 버릴 만하면 꼭 '쫄지마 씨바'하고 외치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보수를 팝니다 - 10점
김용민 지음/퍼플카우콘텐츠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