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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국회 기생하는 박쥐 정치인 누구인지, 살펴 봤더니

by 이윤기 201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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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이 끝났습니다. MB정부 심판이라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선거결과를 보며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대강 사업, 한미FTA, 부자감세, 민간인 불법사찰 등 헤아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MB정부에 면죄부를 안겨준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울러 이재오, 심재철, 김진표 같은 역사를 더럽히는 희대의 변절자와 기회주의자들이 살아남아 국회의원이 되어 계속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것도 매우 불쾌한 일입니다.

 

마침 이동형이 쓴 <와주테이의 박쥐들>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박쥐'같은 자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다니는 꼴을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전여옥, 홍준표, 신지호 같은 변절, 기회주의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입니다'하고 설치고 다니는 꼴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작년 가을 이동형이 쓴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저자 가 쓴 <와주테이의 박쥐들>를 주저없이 골랐습니다. 콧구멍이라는 필명을 가진 저자는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과 박정희가 다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설문 결과를 보며 첫번째 책을 썼다고 하더군요.

 

 

와주테이=윤중로, 박정희가 남긴 친일 잔재

 

이번에 소개하는 <와주테이의 박쥐들>은 그가 쓴 두번째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와주테이'란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여의도에는 윤중제(輪中,와주)라 부르는 제방이 있고, 국회의사당 앞 길 이름은 윤중로입니다. 이 길에는 일본 국화 사쿠라가 흐드러지게 피어 봄마다 장관을 이룬다고 합니다.

 

윤중제, 윤중로 같은 특이한 이름은 우리말과 한자에는 없는 일본어라고 합니다. 가마쿠라 막부 말기쯤 농민들을 위해 인공 제방을 쌓고 그 이름을 와주테이(輪中堤)라고 불렀는데, 윤중제, 윤중로는 박정희가 그 일본말을 끌어다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는 여의도 국회에서 사라져야 할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변절자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이 책 제목을 '와주테이의 박쥐들'이라고 지었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윤중제의 박쥐들'쯤 되겠지요.

 

저자 이동형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변절자로 김문수, 이재오, 심재철, 변희재, 신지호, 손학규 등 6명, 그리고 가장 기회주의적인 정치인으로 홍준표, 전여옥, 김진표, 홍정욱 4명을 꼽습니다.

 

와주테이의 박쥐들은 바로 이 열 명을 말합니다. 이자들 중에는 총선에 출마했던 자들도 여럿 있는데, 이재오, 심재철, 신지호, 홍준표, 전여옥, 김진표 등입니다. 4·11총선을 앞두고 마치 낙선대상자 명단이라도 공개하듯이 변절자와 기회주의자들의 발언과 주요 행적을 과거부터 지금까지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현역 경기도지사 김문수, 4대강 전도사 이재오는 1세대 운동권 변절자, 심재철, 신지호는 2세대 운동권 변절자라고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과거 운동권 경력을 가진 자들이 변절하여 한나라당 정치인이 되었거나 이른바 뉴라이트가 된 자들입니다.

 

손학규의 경우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변절자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론할 가치도 없는 변절자로 변희재를 꼽습니다. 변희재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도 두지 말라고 독자들에게 권유합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변절자 이재오, 김문수 그리고 심재철

 

이 시대를 대표하는 변절자 중에서 이재오, 심재철은 4·11총선에 출마하여 다시 당선되었습니다. 다행히 신지호는 공천조차 받지 못하였고, 손학규는 아예 출마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 시대를 대표하는 기회주의자 4명도 4·11총선을 거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홍준표, 전여옥, 홍정욱 중에서 홍정욱은 불출마, 전여옥은 탈당 후 낙선, 그리고 홍준표는 총선에 출마하여 낙선했습니다. 민주당에 속한 김진표만 유일하게 다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와주테이의 박쥐들>에 등장하는 변절자와 기회주의자의 대표선수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있지만, 일단 19대 국회의원에 다시 당선된 이재오, 심재철, 김진표 등을 중심으로 행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는 김문수, 이재오의 경우 일찌감치 변절의 싹이 보였다고 합니다. 김문수의 경우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일찌감치 사회주의의 실패를 인정하였으며, 이재오의 경우 자신은 처음부터 좌파 혹은 사회주의자였던 적이 없다고 하였더군요.

 

"젊은 날 좌파라서 혹은 사회주의자라서 독재와 싸우고 감옥에 간 것이 아니었다.......좌파냐 우파냐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않은가가 내게는 문제였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범주는 애당초 머릿속에 없었다."(이재오. 본문 중에서)

 

김문수, 신지호 같은 변절자들이 '젊었을 때 잘못 생각하였다'고 하는 것과 달리 이재오의 경우 애초에 그런 사상 따위를 가진 일이 없다고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웃기는 것은 그러면서 민중민주주의를 꿈꾸는 민중당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민중당 사무총장을 맡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민중당은 지금의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처럼 총선 득표율이 2%를 넘지 못하여 해산하였고, 이재오, 김문수 등은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대신 '신한국당'(현 새누리당)으로 들어갑니다.

 

노동법 날치기 통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저격수 노릇, 사학법 반대, 국보법 폐지 반대 등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뒤집는 기가 막힌 변신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김문수, 이재오 등의 변절과 그 이후 극단을 치닫는 수구보수 꼴통으로의 변신을 드라마 추노의 명대사로 들려줍니다.

 

"한 번 돌아선 자는 그 반대를 향해 끝까지 달려가는 법이다. 누구보다도 악독하게 그 자들의 반대편에 설 것이다." (본문 중에서)

 

변절자들은 변절해 간 곳에서 믿음을 얻기 위하여 더 악랄하게 과거를 부정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와주테이의 박쥐들>에는 이재오의 안하무인 막말과 막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국회연설 녹취록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저격수 노릇을 하며 반대쪽 끝까지 달려가던 이재오는 1996년 7월 이명박의 국회 연설을 듣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에는 대운하와 4대강 전도사 노릇을 자처하였으며 이른바 '왕의 남자'로 불렸습니다.

 

변절자는 반대를 향해 끝까지 달려간다

 

다음은 심재철입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 회장으로 이른바 '서울역 회군'의 주역입니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된 심재철은 재판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보입니다.

 

"핵심 관계자 24인 중 대부분은 재판정에서 자신이 수사를 받을 때 인정한 범죄 사실은 고문에 의한 강요된 진술이었다며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다"는데 유독 심재철만이 범죄사실을 시인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재철의 변절을 뒷받침 할 만 한 일들이 이어집니다.

 

"검찰 구형에서 7년형을 받은 심재철은 1심과 2심에서 5년형을 선고 받고, 2심에서 5년 형을 선고 받은 바로 다음날 마술처럼 형집행 면제로 풀려나게 된다."

 

이후 심재철의 행적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됩니다.

 

"다른 이들이 실형을 살고 있을 때 형집행 명제로 풀려났고, 사상범임에도 교사가 되었으며, 당시 어용방송사라고 손가락질 받던  MBC 기자로 입사했다. 그리고 그 후 떳떳하게 신군부 잔당 세력들이 만든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15대 총선에 낙선한 심재철은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됩니다. 국회의원이 된 심재철은 이해찬 총리의 저격수로 역할을 하고,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과 함께 <여의도>라는 극단을 만들어 노무현 대통령을 모독하는 '환생경제'라는 공연을 합니다(이 공연 영상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향하여 "청맹과니 인식, 하룻강아지 범 무서울 줄 모르고 대드는 꼴, 기초상식도 모르는 것, 놀부 심보이자 착각, 철없는 노무현 대통령 같은 막말을 쏟아내고, 국회 본회의에서 "그놈의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참 쪽팔리네"라는 막말을 속기록에 남겼습니다.

 

좌파적출을 공언하였던 심재철은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에 앞장서고, 광우병 촛불시위를 반미, 반정부 투쟁으로 몰아붙이고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광우병에 걸린 소로 만든 스테이크, 우족탕을 먹어도 안전하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우스개가 됩니다.

 

심재철은 재산을 불리는데도 남 다른 능력을 발휘합니다. 16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이미 30억 88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하였고, 10년 뒤 18대 때는 63억 567만 원을 신고하였답니다.

 

왜 김진표를 엑스맨이라 부르는가?

 

<와주테이의 박쥐들>을 쓴 저자는 민주당을 한나라당과 별 차이 없는 보수정당으로 만드는 자들을 엑스맨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민주당을 선명야당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사쿠라'들이 숨어있으며 그 대표주자가 바로 김진표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참여정부가 경제개혁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김진표 발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집단소송제 반대, 출자총액 제한 반대, 감세정책 추진을 주장한 것이 김진표 재경부 장관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김진표는 골프장, 스키장 건설로 인한 경기부양 책을 내놓았고 심지어는 아파트분양원가 공개와 보유세 중과세도 적극 반대했다."

 

한 마디로 김진표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그의 경제정책, 정치적 입장은 한나라당에 딱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KBS수신료 문제, 한미FTA문제 등에서 민주당 당론과 다른 처신을 하였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민주당이 총선, 대선에서 승리하고 정권을 되찾으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수원에서 의석하나를 잃더라도 김진표와 갈라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그리고 나는꼽사리다의 선대인 같은 이들)의 이런 바람과 달리 김진표는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아 수원에서 다시 당선되었습니다.

 

<와주테이의 박쥐들>에 등장하는 10명 중 9명은 왜 국회에 기생하는 박쥐라는 평가를 받았는지 쉽게 알수 있는 인물들이었는데, 딱 한 사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홍정욱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보며 홍정욱을 소신과 염치는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하였는데, 저자의 평가는 전혀 다릅니다. 하버드 수석(?)졸업이라는 허위 경력, 꼼수를 부려 6개월 공익 근무로 마친 병역문제, 헤럴드코리아 인수 과정, 그리고 그 가족들의 국적문제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꿈인 홍정욱에게 차라리 미국 대통령을 노리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이 책은 여기 소개하지 않은 김문수, 신지호, 손학규, 홍준표, 전여옥 등에 대하여 국민이 잘 모르는 치부 혹은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부풀리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합니다.

 

저자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김문수, 이재오, 심재철, 변희재 등에 대해서는 "그자들은 원래 그런 인간들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들은 민중을 사랑하지 않으며, 오직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자들이라고, 그자들은 좌우, 진보 보수 같은 가치가 아니라 오직 권력을 좇을 뿐이었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줍니다. 그들은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쪽으로 움직였을 뿐이라는 겁니다.
 

 

와주테이의 박쥐들 - 10점
이동형 지음/왕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