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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예쁜 여자가 버림받을 확률 높은 까닭?

by 이윤기 201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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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난 운명이란 걸 믿으시나요? 제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이 달의 도서로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를 선정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책 읽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대체로 여러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은 아니었다'고 평가 하였는데, 매달 가장 성실하게 책을 읽고 오는 한 분이 '정말 읽기가 너무너무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고백 털어놓았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그 분이 이 책을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아주 못마땅하게 평가한 것은 '사주', '팔자', '운명' 등을 대하는 생각이 저자와 크게 달랐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 됩니다. 여러분은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저자는 명리학 공부를 통해 '사람만이 아니라 천지만물에는 '운명'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합니다. 명리학은 원래 깊고 오랜 공부가 필요한 학문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깊은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운명 지도 정도는 그릴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학문이라고 소개합니다.

 

명리학이야말로 "자신의 운명을 텍스트로 삼고, 우주적 이치를 내비게이션으로 삼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운명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가지셨는가요?

 

역술가가 아니어도 자신의 운명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의 역술원을 찾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입니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 활약 중인 역술가만 해도 30여만 명에 이르고 이런 추세는 가히 세계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자신의 운명을 들여다보는 내비게이션을 갖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어렵고 복잡한 공부는 아니라고 합니다.

 

"나는 <동의보감>을 통해 음양오행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내경편, 외경편을 지나 잡병편을 공부하다가 마침내 사주명리학을 만나게 되었다. 육십갑자와 관련된 아주초보적인 내용을 배운 뒤 내 사주를 직접 살펴보았다. 하, 이럴 수가! 내 팔자에는 소위 조직운(관성)과 공부운(인성)밖에 없었다."

 

그가 "하, 이럴수가" 하고 감탄한 이유는, 처음 역술원에 같을 때 이미 "평생 공부하고 글 쓰겠어요. 꼬부랑 할머니가 돼서도 글을 쓰겠구먼요"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의 사주에 지식인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나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내공이 있어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초적인 공부만으로도 핵심이 드러나더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애와 결혼, 입시와 취업문제 등을 묻기 위해 점집이나 역술원에 간다. 그러고 나선 역술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그들이 내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그저 생년월일을 육십갑자로 바꾼 다음 명리학의 공식대로 풀이를 할 뿐이다."

 

그렇기에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20세기 전반기까지만 해도 육십갑자의 원리를 익히고나면 궁합, 이사, 여행, 집짓기, 수명 등의 제반사항에 널리 운용했었다는 겁니다. 사주명리학은 도인이나 무속인의 전유물도 아니고, 사람의 운명을 읽는데 특별한 영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진보 진영이 가진 '비과학적 숙명론'이라는 비판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갈구하는 활동가들이 박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점집을 찾거나 치유프로그램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연과 우주의 이치에 대하여 탐색해보는 것이 낫다는 주장입니다.

 

정해진 것이 있기 때문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운명이다

 

운명을 안다는 것은 타고 난 운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해진 것이 있기 때문에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지도를 가지고 산을 오르는 것처럼 주어진 명을 따라가되 매순간 다른 걸음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운명을 안다는 건 필연지리를 파악함과 동시에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당연지리의 현장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주명리학은 타고난 명을 말하고 길을 말한다. 그것은 정해져 있어서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아는 만큼 걸을 수 있고, 걷는 만큼 즐길 수 있다. 고로 앎이 곧 길이자 명이다." (본문 중에서)

 

다시 말하자면 타고난 운명을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앎'으로 인하여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타고난 명과 길을 알기 위해서는 우주적 질서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의 시공간적 리듬이 바로 '차서'이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차서가 있기 때문에 생명의 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서도 이러한 차서가 존재하는데 동일한 순환이 반복되면 그것이 곧 '팔자'가 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개인이든 집단이든 팔자를 바꾸려면 사회적 습속과 통념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소유와 집착을 버리고 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잉여가 없어야 하며, 말과 행동, 명분과 실상, 형식과 내용 사이의 간극이 없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주적 시공간의 리듬을 체계화 한 것이 바로 '음양오행'이며 바로 존재와 우주를 관통하는 이치라는 겁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 요소는 기다. 기가 음양으로 나뉘고 음양이 다시 목화토금수 다섯 개의 스텝으로 분화되었다…. 이것이 펼치는 상생/상극의 흐름이 계절을 만들고 만물을만들고 오장육부를 만들고 칠정의 회로를 만든다." (본문 중에서)

 

바로 이런 이치에 따르면, 예컨대 사람의 몸에는 태어나는 순간 우주적 기운이 담긴다는 것입니다. 음양오행이라는 인식의 프레임으로 생리와 병리에 접근하면 의학이 되고, 운명의 사건에 접근하면 역학이 된다는 것입니다.

 

 

 

음양오행, 0과 1의 디지털보다 정교하다

 

어떤 이들은 음양 혹은 오행이라는 다섯 개의 코드로 천변만화를 표현하다보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비판하지만, 첨단 디지털 문화도 고작해야 0과 1로 천태만상을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사주명리'란 복잡한 공식이 아니라 만상을 관통하는 운용의 원리를 터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원리를 터득하는 방법은 멀리 혹은 깊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계절의 변화와 같은 자연의 흐름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음양오행이란 인생과 사회 그리고 우주의 이치를 하나로 관통하는 앎의 체계라는 것입니다. 명리학은 하나의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명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며, 개별 사건이 아니라 인생 전체의 지도를 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울러 무속인의 '영빨' 혹은 '신통력'과는 무관한 앎의 체계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기이한 현상이나 심리적 도약을 통행 미래를 예언하는 술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음양오행이라는 개념적 도구를 통해 인생의 우주적 비전을 탐구하는 앎의 체계라는 겁니다.

 

사주명리학의 기본개념은 음/양이고, 음양이 목화토금수로 분화하고 거기에 각각 음양이 붙으면 열개의 천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10간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지지가 결함한 것이 바로 간지라는 겁니다. 60갑자란 바로 이둘의 결합이 한 번 순환하는 주기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갑자/을축/병인/정묘/무진/기사/경오/신미/임신/계유/갑술/을해… 갑자에서 다시 갑자로 돌아오려면 60년이 소요된다… 이런 간지의 순환을 가지고 한사람의 인생살이를 풀이하는 것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란네 개의 간지(생년/월/일/시), 명리란 운명의 이치라는 뜻이다."(본문 중에서)

 

"아이구 내 팔자야"라고 말할 때, 그 팔자는 바로 사주(네 개의 기둥)에 담긴 열덟 글자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사주에 담긴 여덟 글자가 바로 八字라는 것입니다. 아기가 엄마 뱃속을 빠져나와 처음으로 우주의 기운을 마주치는 바로 그 시점에 모든 존재는 여덟 개의 시크릿 카드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팔자는 평등하다

 

자 그럼 자신의 사주팔자를 확인하고 싶은가요? 그럼 서점에서 만세력을 구입하여 자신이 태어난(생년/월/일/시)에 해당하는 여덟 글자를 찾아보면 그만입니다. 마음이 급한 분들은 인터넷에서 몇 번의 검색만으로 만세력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고, 자신이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입력하면 어렵지 않게 '八字'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명을 이해하는 것은 이 여덟 글자가 담고 있는 뜻과 글자들 사이의 관계와 흐름을 읽어내는 일인데, 여기서 그 이치를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저자가 쓴 책과 저자가 소개하는 자료와 책들을 길잡이로 삼아 직접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 저자는 결코 어렵지 않다고 하였지만, 결코 쉬운 것도 아닙니다, 특히 초보자들에게는.

 

관계와 흐름을 중심으로 사주팔자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꼭 새겨두어야 할 만한 이야기 몇 가지를 더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 첫째는 역설적이게도 모든 팔자는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누구든 여덟 개의 카드뿐이라는 사실. 황후장상이건 농민이건 브라만이건 수드라건 혹은 그 누구건 여덟 개 이상의 카드를 가질 수는 없다."(본문 중에서)

 

"고스톱의 원리와 비슷하다. 고스톱을 해본 이는 알 것이다. 광이 많다고 패가 더 잘 풀리질 안는다는 걸… 요컨대 패가 좋다는 건 패가 잘 풀리는 데 있는 것이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는 부차적인 사항이다. 팔자 또한 그러하다. 여덟 개의 카드로 음양오행이라는 기운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골고루 다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무의미하다는 게 더 맞을지도."(본문 중에서)

 

따라서 팔자(八字)는 정해져 있지만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주어진 카드 여덟 장은 과거의 산물이지만, 이를 어떻게 쓰던 미래이기 때문에 운명은 '숙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팔자가 어떻게 결합되고 배열되는 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팔자는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여덟 개의 카드를 바꿀 수는 없다. 고스톱이 그렇듯 패를 다 바꾸려면 판을 포기하거나 엎어야 한다. 판에 끼려면 일단 이 주어진 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 패들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떤 차서로 내려놓을 것인가는 오직 나에게 달려 있다. 용신도 그런 원리다." (본문 중에서)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일상을 바꾸라

 

또 한 가지 중요한 팁, 그럼 운명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사람마다 몸과 기질이 다르듯, 운이 막히는 대목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보통 운명이라고 하면 거창한 인생역정을 떠올리지만 그 어떤 인생역정도 일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운명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일상의 리듬을 바꾸어야 한다.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가. 이 일상을 건너뛰고 다른 방편을 쓰고자 한다면 그건 다 사술이다." (본문 중에서)

 

"단언컨대, 핵심은 오직 일상이다. 일상의 리듬과 몸의 강밀도, 인생과 우주의 통로는 오직 이 뿐이다." (본문 줭에서)

 

말하자면 일상이 습속을 바꾸고 습속이 몸의 생리가 되고 몸이 또 인연의 장을 바꾸고 마침내 운명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이치이지만 누구나 쉽게 일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그 정도로 인생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타고난 팔자를 되풀이 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재미난 이야기 하나 더 소개해드릴까요? 사주명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예쁜 여자일수록 버림받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봅니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재다신약) 하나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에는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결국, 예쁜 여자일수록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사주명리, 예쁜 여자일수록 버림받을 확률 높아

 

한편 이 책의 3장 '육친법과 오이디푸스' 그리고 4장 '케이스 스터디: 팔자의 정치경제학'은 일종의 해석과 활용을 위한 사례 연구에 해당됩니다. 가족제도, 국가와 자본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 것 운명의 덫에 갇히지 않는 것은 모두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울러 명운을 바꾸는 것은 지식이나 정보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공이나 학벌이 아니라 삶에서 터득되는 것이 지혜라는 것입니다. "지혜는 심오한 정신활동이자 생리적 기전"이라는 겁니다.

 

또 하나, 내 몸과 운명을 개척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약속과 청소'라고 조언합니다. 언행을 일치시키고 소통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약속에서 비롯되며,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의 첫 걸음은 바로 청소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 운명에 끌려다니지 않는 지혜로운 인간이 되려면 존재와 세계에 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소리내어 읽어야 하고 토씨하나 빼지 않고 외워 텍스와 신체가 한 몸이 되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리아드><오디세이><사서삼경><불경><성경> 등 인류의 위대한 고전은 모두 다 암송을 통해 구전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쳐줍니다. 암송에 버금가는 방법으로는 필사가 있고 연극도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으로 고전의 지혜와 나의 삶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절정은 바로 '글쓰기'라고 강조합니다.

 

"당연히 보고 듣고 암기하고 베끼고 한 다음엔 스스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고전 연구자로 빼어난 글쓰기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저자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듭 생각할수록 틀린 제안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우주적 질서 속에서 이 세상에 어떤 팔자를 가지고 태어났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일상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약속을 잘 지키고 청소를 깨끗히 하는 것만으로도 운이 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10점
고미숙 지음/북드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