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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구글=검색 NO, 전쟁, 테러, 혁명도 연구한다

by 이윤기 201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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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IT 기술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다시피 에릭 슈미트는 애플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양대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구글의 회장입니다. 에릭 슈미트와 함께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쓴 제러드 코언은 구글의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의 소장이라고 합니다.

 

먼저 공동 저자인 두 사람의 이력부터 한 번 살펴볼까요? 에릭 슈미트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의 CEO를 맡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특히 기술 및 사업 전략 분야에 집중해 애플과 필적할 만한 성과를 거둡니다.

 

그는 구글의 CEO를 맡기 전에 이미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노벨 회장,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최고 기술 책임자,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와 벨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IT업계의 최고 기술 경영자였습니다.

 

제러드 코언 역시 놀라운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구글 아이디어 센터의 소장 역할과 함께 미국 외교정책 및 국제정치 연구기구인 외교협회 부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고, 24살 때 이미 미 국무부 정책기획팀에서 중동, 남아시아, 대테러 작전, 21세기 국정운영 방안 등을 담당하였다고 합니다.

 

구글, 미래의 전쟁과 테러도 연구한다고?

 

세계적인 기업에 속해 있으면서 남다른 경력을 가진 에릭 슈미트와 제러드 코언이 쓴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구글 같은 기업이 이 책에 담긴 국가의 미래, 혁명의 미래, 테러리즘의 미래, 미래의 전쟁과 전쟁 후의 재건과 같은 거대 담론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에 나오는, 가까운 장래에 우리가 경험하게 될 디지털 기술의 미래, 개인정보보호나 사생활 보호 혹은 시민권의 미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혁명과 테러리즘, 전쟁과 재건 문제까지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예컨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경험하게 되는 미래에 대한 게 아니라 디지털 기술로 인해 달라질 것이 분명한 혁명, 테러리즘, 전쟁, 재건, 달라지는 국가, 기업 그리고 개인의 역할 변화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대전제는 "곧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출발합니다. IT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개인용 기기의 보급에도 이제 겨우 20억 인구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앞으로 50억이 넘는 인구가 가상세계에 합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단일 기술이나 기기의 발달보다도 바로 이 연결의 확장이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가상 세계에 합류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날로그 문명과 새로운 디지털 문명이 크게 충돌하는 대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예컨대 연결이 확대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며, 3D프린터와 같은 기술은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다품종 소량 생산시스템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로봇 공학, 인공지능, 음성 인식 같은 기술의 발달로 일상적·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많은 일들에 정보기술이 적용될 것이고, 위키피디아·위키리스크 등과 같은 세계적인 협업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무인자동차는 조만간 아주 흔해질 것이다. 구글과 스탠퍼드대학 공학도들이 함께 만든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사고 없이 수십만 마일을 주행했으며, 이외의 다른 모델들도 곧 길 위를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미국에서는 이미 2012년에 네바다주에서 무인 자동차 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하였고, 같은 해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무인자동차 면허증의 합법성이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가까운 장래의 일이라는 것이지요.

 

앞으로 50억명이 더 연결되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또 의료 건강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혁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롯한 건강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기본이고, 혈압측정·심장병 감지·조기 암검진·인슐린 측정 같은 것을 해주는 소형 기계들이 들이 등장하며 몸속을 지나면 질병을 진단하는 '전자약'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컴퓨터와 IT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고, 가상세계와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공존하고, 충돌하고, 상호 보완하는" 새로운 문명의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디지털 문명과 아날로그 문명의 충돌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첫째 시민권의 문제가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가상 세계와 온라인 연결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데이터를 생산하게 될 것이며,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통제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겁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저장 방식이 유행하면서, 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온라인 신원 일부를 보거나, 공유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중략) 따라서 모든 부모는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훨씬 전에 사생활과 보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아울러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소셜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온라인에 축적된 데이터를 모드면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된다고 합니다.

 

"사람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 인생이 모든 단계에 걸친 종합적인 네러티브, 모든 진실과 허구, 모든 잘못과 승리를 축적해서 온라인에 저장해두게 될 것이다. 소문조차 그 수명이 영원해질 것이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개인이 온라인 신원을 공격하는 범죄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개인의 평판을 망치는 '주홍글씨'가 한 번 새겨지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예컨데 "사람이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앞으로는 "나이 마흔이면 온라인 데이터에 책임을 져야 한다"로 바뀔 것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개인이 잘못된 사생활 기록과 평판을 찾아내 삭제해주는 산업이 성장하고, 그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도 출현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 축적된 당신 인생... 당신 책임이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를 통해 정보자유화 운동을 펼쳤던 어산지와도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어산지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정보자유화'라고 하는 정부 기밀문서에 대한 폭로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였습니다.

 

예컨대 어산지가 베네수엘라·북한·이란과 관련된 자료를 폭로한 것이 아니라 미 국무부의 기밀문서를 폭로하였기 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부들은 적대국에게는 디지털 폭로를 권장하면서, 자국 내에서는 그것을 가차 없이 고발하는 이중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는 겁니다.

 

언론의 미래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트위터 등을 통해 경험하였듯이 속보 경쟁에서 주류 언론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주류언론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은 아마도 정보를 수집, 보호, 입증하는, 한 마디로 모든 정보를 거르고, 읽고, 이해하고,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신뢰성 필터 역할을 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주류 언론이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주류 언론을 신뢰하는 기업 리더·정책 당국자·지식인들은 주류 언론의 '검증' 능력을 중요하게 볼 것이고, 저질 보도와 정보가 넘쳐날 수록 주류 언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날의 타블로이드 신문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처럼 무의미한 내용, 콘텐츠도 없이 자기 홍보만 하고 상업적 명성만 쌓으려고 하는 '셀러브리티' 언론이 등장하고,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과 셀러브리티 언론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겁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혁명의 미래"와 '테러리즘의 미래' 그리고 '전투'의 미래를 다룬 장들입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온라인 연결이 확대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혁명과 테러, 전쟁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예컨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적극적이고, 직설적이며 세계화된 시민사회가 등장하게 되면 더 쉽게 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가상공간 덕분에 반대와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반대와 참여를 넘어 혁명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가상공간과 새로운 정보에 접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억압적인 정부 내지는 투명하지 않은 정부를 상대로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대항하는 패턴이 생겨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들이 혁명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앞으로 10년간 온라인에 접속할 사람들 중 대부분은 독재정부나 준독재정부에서 생활하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억압적인 정부, 투명하지 않은 정부에 대항하는 일을 시작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지요.

 

혁명, 시작은 쉬워도 성공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혁명을 시작하기는 쉬워도 혁명을 끝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지난 40년간 주요 혁명지도자들을 거의 대부분 만났던 헬리 키신저도 인터뷰하였더군요.

 

"권력을 얻은 시민은 사람들을 광장으로 뛰쳐나오게 만들 줄은 알지만, 정작 광장에 나온 사람들을 데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승리했을 때조차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죠." (본문 중에서)

 

쉽게 요약하자면 가상 공간은 쉽게 지금보다 쉽게 혁명의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겠지만, 현실세계에서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으며 꼭 민주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가상공간에서도 혁명운동에 대한 탄압과 견제는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지만,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중단하는 간단한 선택으로 혁명의 불길을 잠재우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기름을 붓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테러리즘의 미래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가상세계에서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의 기술력은 나날이 성장할 것이며, 사이버 테러리스트가 등장할 것이고,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꼭 나쁜 결과만 예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테러는 계속해서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테러리스트들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속에 모두 거주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비밀주의와 신중함을 중시하는 그들 조직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들을 감시하는 디지털 눈이 늘어날 것이고, 그들의 상호작용은 더 많이 기록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첨단 기기와 장비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테러의 위험은 증가하겠지만, 다행히 모든 디지털 흔적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에 대테러 대응 활동도 그만큼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테러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미래에는 전쟁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대부분의 전쟁은 가상공간에서 시작되겠지만 정교한 무기를 가진 군인들은 여전히 현실세계에서 활동해야 하는 것이지요. 저자들은 미래 전쟁에 사용될 기술로 로봇 공학, 인공지능, 무인항공기 기술을 꼽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 전쟁·테러 억제 효과 없어

 

미국은 이미 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지상로봇과 하늘을 나는 드론을 개발하여 운용 중이며, 이런 첨단 무기들은 원격조종이 가능한 무인 무기 형태로 보급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첨단 기계와 사이버 전략을 활용하기 위한 결정은 인간의 몫입니다. 매우 확실하고도 분명한 것은 미래의 전쟁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리라는 사실입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수천 년의 시간동안 발전해온 현실 세계의 문명과 새롭게 등장한 가상세계의 문명이 공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이 더 평등하고 더 평화롭게 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연결의 확장'이 혁신을 향한 출발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선뜻 동의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예측과 주장들로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연결의 확장'으로 변화되는 세계에 대한 넓고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책입니다.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 - 10점
에릭 슈미트 & 제러드 코언 지음, 이진원 옮김/알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