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여행

명문대학이 미국, 영국에만 있는줄 아니?

by 이윤기 2014. 1. 2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서평] 세계 대학 일주 프로젝트 <캠퍼스 로드>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나? 정말 잘하고 있나?"

 

이 질문은 165일 동안,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19개 대학을 다녀온 대학생 세 명이 스스로와 또래 대학생 친구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들이 전하는 자신과 친구들 모습은?

 

"유명한 영화나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미국 시트콤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유럽과 일본에서 넘어오는 패션을 너나없이 좇는 것이 대학생활이니, 과연 진정한 '내 모습'이 있을 리가 없다."(본문 중에서)

 

미국 교환학생 코스에 참가하기 영어에 미쳐 지내던 세 명의 대학생들이 어느 날 자신들을 돌아보니 인생이 시시해지고 부끄러워졌다고 한다.

 

세계 일주를 꿈꾸던 이들은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어대는 세계 여행 대신에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의 대학을 여행'하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고, 마침내 그 계획은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야심찬 계획의 성과는 <캠퍼스 로드>(세종서적 펴냄)라는 책으로 엮어졌다.

 

<캠퍼스 로드>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생 박정범과 학부생인 권용태, 김성탄이 165일 동안 세계 19개 나라 대학을 여행하고 돌아온 여행기록이면서, 소위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나라들에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대학'을 한국에 소개하는 '보고서'이기도 하다. 또한 여행을 통해 발견하게 된 한국사회와 한국대학생에 대한 '자화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영미권 대학만을 동경하는 한국 대학생들에게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명문대학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한 대학 탐방 기록이다.

 

미국과 영국으로만 향하고 있는 자신들과 또래 대학생들의 나침반 중에서 일부라도 세계 곳곳에 있는 '명문 대학'들로 향하게 해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캠퍼스 로드>에 담긴 여행기록은 얼핏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방문한 대학 도서관을 찾아가서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를 전하는 일, 방문 대학 캠퍼스에서 벌이는 '한국 알리기 행사', 그리고 그곳 대학에서 만난 학생들과의 크고 작은 인연과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일이 열아홉 나라, 열아홉 대학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마저도 단순하지 않다. 어떤 대학에서는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조차 전하지 못하기도 하고, 중국 푸단 대학과 같이 외국 대학생 친구들 이름을 한글 발음으로 붓글씨를 써주는 소박한 행사조차 허가를 받지 못해 취소되기도 한다.

 

영국·미국 아니어도 '명문대학' 수두룩하다

 

유럽 여러 대학에서는 전혀 다른 이유로 공개적인 '한국 알리기 행사'를 포기한다. "왜 너희 나라를 알리고 다녀?"라고 묻는 유럽 대학생들의 질문은 '애국심'으로 가득한 한국 젊은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유럽 대학생들이 던진 이 질문에 대하여 그들이 가진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나 혹은 이기심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19개 나라, 19개 대학에 대한 방문 기록인 <캠퍼스 로드>는 짧은 여행보고서 19편을 묶어놓은 것과 같은 형식이다. 방문한 나라에 대한 짧은 소개, 방문한 나라에서 만난 대학생들과의 크고 작은 인연, 그들과에 만남과 대화에서 발견한 새로운 사실과 정보, 그리고 각 대학교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다.

 

홈페이지 주소, 대학 소재지, 학생수, 입학신청 조건, 추천학과 그리고 학비와 기숙사 비용, 식비와 교통비를 포함하여 '유학'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대학생활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유학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지나치게 간략한 정보일지도 모르지만, 세계 속에 있는 새로운 대학들을 향하여 시야를 넓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살뜰하고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참 놀라웠던 것은 이들이 방문한 여러 나라 대학들에 한국어학과 혹은 한국학과가 설치되어 있거나 혹은 중국, 일본과 함께 한국을 공부하는 대학생이 빠짐없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 나라에서 한국을 배우는 젊은이들은 열악한 조건에 놓여있었다.

 

"이번에 방문한 하노이 국립대 한국어학과에도 필요한 교구들이 많다. 오죽하면 학과 사무실에 딱 한 권 비치된 <한국어-베트남어 사전>을 다함께 보고 있겠는가.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한국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확실하게 한국을 전할 수 있다."(본문 중에서)

 

책을 쓴 지은이들은 다시 베트남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국어-베트남어 사전>을 몇 권 사들고 가야겠다는 '결심'을 밝히고 있다. 이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국을 알리는 일은 화려한 칼라로 인쇄된 번쩍 번쩍하는 팜플렛이나 첨단 기술을 담은 DVD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에서 얻은 상식을 바꾸는 새로운 경험

 

현지 대학생들을 만나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새로운 사실 중에는 대부분 여행서적에서 아시아 여행 필수 코스로 소개하고 '카오산 로드'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이들이 만난 대학생들은 카오산이 한국 여행자들이 알고 있듯이 아시아를 여행하는 젊은 배낭족들의 성지로만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하고 있다.

 

"난 카오산을 정말 싫어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아마 다른 여자애들도 그럴걸? 거기서 노는 애들은 보통 애들이 아니야"(본문 중에서)

 

"에어컨이 있는 식당이 카오산보다 방콕 시내에 더 많다는 것, 시암이나 센트럴에 가면 카오산보다 더 싸고 괜찮은 방이 많다는 것, 방콕 버스 시스템은 꽤 합리적이라 저렴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본문 중에서)

 

국립 타마산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는 나(Na)는 지은이들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방콕에 대한 새롭고 유익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 책은 또한 저렴한 비용으로 아시아를 여행할 수 있는 비결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여행은 대부분 버스와 기차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루어진다.

 

흔히,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공항이나 항구를 이용해서 입국하는 것에 익숙해 있는데, 이들은 장거리 이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버스와 기차 그리고 유럽에서는 승용차를 이용해서 이동한다. 유럽 기차여행은 잘 알려져 있지만, 아시아를 버스와 기차로 여행하는 일은 흔치 않아 보인다. 세 대학생의 아시아 대학 투어는 육상교통을 이용한 '아시아 투어'라고 소개해도 손색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유럽에 이용한 렌트카보다 훨씬 저렴한 '리스 자동차'는 보통 유럽배낭여행은 '기차'로 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종교의 자유란 '차별' 받지 않는 것

 

지난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기독교 장로인 대통령 때문에 불교가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있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대통령의 사과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으면 불자들이 모여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들의 말레이시아 여행 사례는 '종교의 자유'를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있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말레이시아를 직접 가보기 전에 이들은 "말레이시아 국교는 이슬람이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지에서 그들은 말레시아가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해주면서 이슬람교도가 타 종교로 개종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 자유국 그리고 인종간의 화합이라는 그들 모토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슬람으로 개종할 때는 국가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만, 이슬람교에서 다른 종교로 바꿀 때는 돈을 반납해야 하고, 타 종교인과의 결혼은 이스람교로 개종할 경우에만 허락된다고 한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종교의 자유란' 법이 선언적으로 그 자유를 보장하는 것보다 실제로는 다른 종교와 차별 받지 않는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같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이 되어 그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정부 요직에 '발탁'되고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상대적으로 차별 받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흔들리는 조짐인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서 만난 역사학을 전공하는 '누리아'라는 여학생은 '투우'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놓는다. 영상매체든, 여행 가이드북이던 스페인을 소개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문화가 바로 '투우'이다. 그런데 현지에서 '투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만나게 된 것이다.

 

"동물을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희열감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지 않니?"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투우가 과거 프랑코 독재 시절 중우정치의 수단으로 이용된 배경에 대해서도 전해주었다고 한다.

 

화려한 복장을 한 투우사가 빨간 망토를 들고 이리 저리 소를 피해 다니는 흥겨운 문화로 알고 있었던 투우가 흔히 독재정권이 국민들을 우민화시키기 위하여 사용하는 3S와 그 기원을 같이 한다는 것은 지은이들도 독자들도 모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스페인 사람들 모두가 '투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투우'는 프랑코 독재정권 '중우정치' 유산

 

이밖에도 <캠퍼스 로드>는 먼 나라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과 맺어진 여러 이채로운 만남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한국 대학생들이 본 적이 없는 영화 '오발탄'을 비롯하여 500편이 넘는 한국 영화를 섭렵한 폴란드 청년, 1930년대를 힘겹게 살다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에 심취한 브라질 대학생, 그리고 인도 마더 데레사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을 만난 것도 놀라운 일이다.

 

<캠프스 로드>를 읽으며 꼼꼼히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19개 나라, 19개 대학 중에 우리나라 대학보다 학비가 비싼 나라는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대학과 함께 세계 여러 대학의 학생이나 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나 기숙사비용 그리고 학생 복지 같은 것을 비교해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한 유럽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EU로 통합되는 유럽의 저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럽대학들 간에 진행되고 있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과 국내대학들이 진행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좀 더 상세히 비교해서 소개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다.

 

그리고 푸단 대학교를 소개하는 중국 편에, 상해 루쉰공원에서 대한독립을 외치며 폭탄을 던진 독립운동가 '윤봉길 열사'를 '이봉창 열사'로 잘못 기록한 것은 옥에 티다. 이런 아쉬움에도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겠다는, 미국과 영국 대학으로 만 쏠린 시선을 한 번쯤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겠다는 참신한 시도로 시작된 <캠퍼스 로드>는 '아름다운 도전'의 결과물이다.

 


캠퍼스 로드 - 10점
박정범.권용태.김성탄 지음/세종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