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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무상급식 반대했었지만...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by 이윤기 2014.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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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도 교육감 블로거 간담회 이야기 이어갑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블로거 초청 간담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발전해온 무상급식의 성과에 대해서도 강조하여 이야기 하였습니다. 특히 '무상급식'은 한국의 교육 복지 수준이 선진국을 향해가는 중요한 계기 혹은 지표가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서구 유럽의 교육복지 선진국들이 많이 있지만 무상급식을 제대로 하는 나라는 스웨덴, 핀란드 정도 뿐이라더군요. 그러니 한국이 무상급식을 제대로 하면 그야말로 교육선진국으로 가는 출발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듣고 보니 '무상급식' 실현으로 대통령이 좋아하는 이른바 '국격'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무상급식을 실현하는 과정도 아래로부터 교육복지가 정착되는 모범적인 사례였다고 그 의미를 설명하였습니다. 중앙정부가 정책을 수립하여 지방정부로 내려 보낸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경남도, 시, 군)와 교육청이 협치를 통해 무상급식을 실현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큰 아쉬움은 서둘러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일이라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도와 시군의 무상급식비 지원은 '비법정 전입금'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지요. 만약 법정 전입금으로 되어 있었다면 이런 혼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교육감에 당선되기 전인 교육위원 시절에 전북 무주군에서 급식비를 지원하다가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여 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본 일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무상 급식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교육감에 당선되고 그일을 추진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안타깝습니다."


이때 현직 기자인 한 블로거가 추가 질문을 하였습니다. 박종훈 교육감이 교육 위원 시절에 무상급식에 반대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한 차례 해명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 자리를 빌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였고, 교육위원 시절에 무상급식에 반대 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자칫하면 "교육감 되지 전에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더니 교육감 되고 나서는 무상급식 예산 안 준다고 난리냐?" 하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교육위원 시절 무상급식에 반대한 일 있지만...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박종훈 교육감은 난감한 기색없이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사실입니다. 교육위원 시절에 무상급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발언도 하고 홈페이지에 글도 쓴 일이 있습니다. 그 때가 2008년인데 무상급식을 하려면 재원이 2400억원 정도 필요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경남도나 시군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도 없었습니다. 현실적으로  교육청으로서는 재원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후에 경남교육포럼에서 무상급식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깊은 고민과 공부를 하면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확신을 새롭게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그쳐서 학교급식지원 조례를 만들 때는 적극적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아무튼 당시에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것은 맞지만 그 후 1년여 동안의 토론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고 그 후로는 무상급식 실현을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변명없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또 그후에 자신의 생각이 바뀌게 된 과정도 담담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예컨대 핵심은 박종훈 교육감이 교육위원 시절에 무상급식에 반대할 때만 해도 무상급식은 교육청 재원으로 한다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는 것입니다. 


경남도와 시군이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게 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고, 자신의 생각도 그후에 바뀌었다는 해명이었습니다. 과거를 문제 삼아 발목을 잡을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고 보니 우리 사회 전체로 봐도 지난 10년 사이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박교육감의 인식 변화도 자연스러웠다고 이해 되더군요. 


학교 급식 이야기가 마무리 될 즈음 블로거 한 분이 박종훈 교육감의 아픈 곳을 또 한 번 찔렀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고입 선발고사 폐지 공약이 지켜지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선발고사가 확실히 폐지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고입선발 고사 내년에는 폐지된다 !


박종훈 교육감은 "올해 중3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이야기부터 먼저하더군요. 


"내년에는 시험이 없습니다. 제가 공약을 하고 당선되고 자세한 법률 검토를 해보니 불가능 하더라구요.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발고사를 치뤘습니다. 내년 3월에 선발전형 방법을 공고하기 위하여 공청회, 전형위원회 등을 거치고 있습니다. 선발고사는 없애고 100% 내신 성적으로 선발하게 될 것입니다. 교과성적을 70%, 비교과를 30% 정도 반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간담회 말미에는 학교 배정 방법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현재의 선지원제도가 악용되고 있고, 사립학교에 성적 우수아이들이 몰린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사립학교에만 우수 학생이 몰리는 틀을 좀 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지원 제도의 역기능을 없애고 학부모의 선택권도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하고 공립학교가 삼류학교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홍준표 도지사가 촉발한 무상급식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박종훈 교육감은 무상급식 이슈에만 매달려 중요한 교육 현안과 정책 추진을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의 말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아울러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많은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에 희망을 담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교육감 선거에 희망을 걸었던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의 말도 하더군요. 


사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무려 일곱 표를 찍었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일곱 표 중에서 자신이 찍은 사람이 당선된 후보가 교육감 뿐이었을 겁니다. 교육감 선거마저 희망을 걸 수 없었다면 참으로 절망적인 선거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박종훈 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이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그의 당선에 경남 교육의 희망을 걸었던 유권자들이 함께 무상급식 예산을 되찾는 일에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