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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30대 엄마들, 사교육 다이어트 함께 해요!

by 이윤기 2009.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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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이도 엄마도 행복해지는 <30대 엄마의 사교육 다이어트>


180만 여성 회원이 활동하는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클럽'에서 30대 엄마들의 아이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해법을 담은 유아교육 책을 출간하였다.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 시작되는 조기교육과 사교육 열풍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30대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고민과 대안을 담은 책이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엄마들이 대담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솔직담백하게 털어놓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 조기교육, 사교육과는 다른 길을 택한 엄마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보는 그런 책이다.

조기교육과 사교육을 벗어난 다른 교육에 대한 모색을 통해 돌봄과 나눔, 공동체적인 배움이 일어나는 ‘엄마표 교육’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찾아본다.

대안교육 잡지 <민들레>를 발행하고 다양한 대안교육 관련 책을 만드는, 출판사 '민들레'와  대안학교 학부모인 이지현, 유아교육 연구를 하고 있는 김명하가 기획자문을 맡았다. 사실 <30대 엄마의 사교육 다이어트>라는 제목은 끌리지 않았지만, 기획자문에 '민들레'라는 이름이 들어있어 이 책을 골랐다.

책 중에는 제목이 내용을 잘 함축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조기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사교육을 줄이자는 차원을 넘어서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제목이 내용을 다 담아내지 못하였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제목보다 더 풍부하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임에 틀림이 없다.

새로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조기교육의 병패를 지적하고 사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차원을 넘어 소위 '위험사회'라고 불리는 새로운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고민과 전망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조한혜정 교수는 이 책에 쓴 글, '돌봄과 배움, 사회적 모성으로 작은 학교 만들기'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위험사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군사와 자본을 소유한 집단이 지배하는 제국의 등장과 끝없는 테러, 지구를 한꺼번에 없애버릴 수 있는 무기의 소유, 계급 양극화, 이상기온과 질병, 그리고 실업과 갖가지 집단적 갈등. 인간 삶의 근본을 이루었던 다양한 공동체들은 급격히 해체되고 있다."(본문 중에서)

이런 위험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효율성과 경쟁을 통한 방식으로는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효율성을 강조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은 결국 아이들을 조기교육과 사교육으로 내몰게 되고, 사회의 위험은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인터넷 커뮤니티 마이클럽에서 활동하는 '선영맘'(마이클럽 회원들이 서로를 부르는 이름)들이 참가하는 솔직 담백 토크다. 세 명의 마이클럽 회원, 선영맘들과 기획자문위원들이 벌이는 '30대의 자아실현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다'라는 주제를 놓고 벌이는 토론이 첫 번째 토크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마이클럽 선영맘들의 솔직 토크

두 번째 솔직 담백 토크는 마이클럽에서 벌어진 온라인 토론이다. 전업맘과 워킹맘이 벌이는 토론 주제는 '슈퍼엄마 콤플렉스 대 자아실현'인데, 온라인으로 벌어진 이 토크의 주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하루 종일 육아에만 집중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육아 문제로 퇴직한 후, 후회한 분 없나요?, ▲남편이나 시집에서 맞벌이하라고 압박하는 분 계세요?, ▲직장맘 아이 전업맘 아이, 정말 차이가 날까요?, ▲육아스트레스 우울증 탈출하기와 같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주제를 놓고 벌이는 온라인 토론이다.

세 번째, 솔직 담백 토크는 마이클럽 회원인 선영맘들의 경험으로 진단하는 우리 아이 교육에 관한 이야기다. ▲유아교육은 언제 시작해야하나?, ▲문화센터 다닐 만한가요?, ▲유치원 이런 것이 궁금해요? ▲집에서 아이 공부는 어떻게 시키나요? 와 같은 질문에 대한 온라인 토론인 것이다.

또 하나 선영맘들의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진 주제는 독서교육 시기와 전집류 구입에 대한 찬반 토론이다. 모든 주제들이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쏟아내는 궁금증과 그에 대한 경험을 담은 토론이기 때문에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어지는 이 책의 후반부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엄마들과 교사, 학부모, 도서관운동가, 생협활동가, 기자, 교수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유아교육과 교육 사례모음과 대안제시이다. 개인적으로는 전반부 대담과 온라인 토론보다는 후반부 개별 사례와 실천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엄마들은 왜 불안할까?

원더걸스가 가요계를 휩쓰는 동안 엄마들 사이에는 '원더맘스'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원더맘스는 집안일과 바깥일을 모두 잘하는 슈퍼엄마+교육에 관해 탁월한 능력을 겸비한 '슈퍼 울트라 메가톤급 킹왕짱 엄마'를 지칭하는 말로 현존하는 엄마들 중 최강자를 이른단다.

세상 많은 엄마들이 이런 '원더맘스' 엄마들을 보면서 점점 더 불안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 자유로울 줄 알아야 남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데, 내가 자유롭지 못하니 아이들의 일상도 함께 옭아매고 있었던 것이다."(본문 중에서)

여러기관에서 듣는 부모역할 훈련을 비롯한 강의가 보톡스 주사처럼 작용하지만, 잠시 예쁘질 수는 있으나 '원판 불변의 법칙'에 의해 다시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가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엄마들 중에는 아무 죄의식도 없이 아이의 잠재의식까지 지배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잠이 들어도 15~30분 정도는 깨어있기 때문에 아이가 잔다고 해서 바로 테잎을 끄지 말고 영어를 들려주라는 이야기. 이것은 결국 아이의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세계까지 지배하려는 엄마들의 폭력(?)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두 아이를 둔 엄마이자 한의사 이지은이 쓴 아이 건강을 위한 네 가지 원칙은 유익한 도움을 주는 글이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네 가지 원칙으로 ‘심리적 건강, 두뇌 건강, 바른 자세, 약을 멀리하라’를 꼽고 있다.

가공식품 속 나쁜 지방이 뇌를 딱딱하게 만든다.

심리적 건강은 부모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로 키우려면, 반드시 부모가 먼저 건강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아울러, 두뇌 건강을 위해서는 아이에게 좋은 지방을 섭취하도록 하라고 충고한다.

"가공식품을 많이 먹은 아이들은 근육이 적고 뻣뻣하게 굳어있습니다... 뇌의 인지질은 지방인데, 몸의 지방질이 이렇게 마가린처럼 딱딱하게 되면 두뇌를 구성하는 성분 역시 쓰레기 지방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그러면 공부를 잘하기 힘들게 되겠지요. 그러니 좋은 음식을 주시길 바랍니다."(본문 중에서)

또한 바른 자세가 척추건강은 물론이고 전신 건강과 관련이 깊어서 비염과 천식, 축농증이 경추 교정으로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물의 장기 복용이 면역력과 저항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라고 충고한다.

조기교육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이남수의 글도 인상적이다. "때 아닌 때 뿌린 씨에도 싹이 틀까?"는 모든 것을 더 많이, 더 빨리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 부모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조기교육 때문에 "아이들의 자발적인 욕구가 생겨날 즈음엔 모든 것이 이미 지루하고 식상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경험 세계를 넓혀 준다는 "체험학습도 때에 맞지 않다면 아이에게 득이 되기는커녕 정작 해야 할 시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역효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는 영어놀이학습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집중 시간이 짧은 유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다보니 필요이상으로 자극적인 말투와 몸짓 화려한 교구와 교재 사용으로 아이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는 것이다.

때 아닌 때 뿌린 씨에도 싹이 틀까?

이런 자극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나중엔 웬만한 자극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통제와 억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조기교육이 아이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짓밟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글에서 이남수는 '이벤트로 변질된 비교육적인 체험학습'에 속지 말라는 강조한다.

"이미 다 준비된 흙을 대충 주물러서 그릇을 만들어 놓으면 선생님이나 담당자들이 손을 봐주고 굽고 유약 발라 다시 굽고 해서 다 만들어 놓아도 찾아가지 않는 것들이 넘쳐난다. 자기가 만든 것에 대한 애착은커녕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도 적지 않은데 도자기 체험은 계속되고..."(본문 중에서)

그는, 체험학습이란 따로 시간을 내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자체가 체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한다. 엄마가 태워주는 차 대신에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함께 요리하고, 빨래하고 시장보고 집안일을 해보는 것과 같은 의식주를 중심으로 하는 '생활체험' 무엇보다 더 소중한 체험학습이라는 것이다.

늦게 피는 꽃도 아름답다

이어지는 글 '이제는 적기교육이다'에서 백소영은 "모든 아이들은 늦게 꽃피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늦게 피는 꽃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뇌가 충분히 발달한 뒤 적기에 가르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을, 부모의 욕심 때문에 긴 시간 많은 것을 희생해가며 학습에 찌들게 만든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활동 자체가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고 강제성과 자발성 없이 이루어지는 놀이야 말로 가장 좋은 유아교육이라는 것이다. 놀이는 통합적 발달을 이루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며, 놀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사회화과정을 이루어갈 수 있다는 것.

아이 교육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공통으로 공감하는 것은 '독서교육'이다. <30대 엄마의 사교육 다이어트>는 많은 지면을 독서교육과 도서관 활용하기에 대한 체험을 소개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이웃들과 함께 공공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원봉사에도 참여하는 모임인 '도서관 친구' 모임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미 세워진 공공도서관을 주민밀착형 기관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도서관이 없는 동네에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 번듯한 도서관을 세우는 과정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도서관뿐만 아니라 엄마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품앗이 교육, 학교를 중심으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사례, 지역아동센터, 생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품앗이 교육 사례도 집 밖으로 나서길 망설이는 엄마들에게 힘이 될 만 한 사례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 가장 비수처럼 꽂히는 글은 '보따리학교 교사' 김재형이 쓴 글 '저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길 위의 학교를'이라는 글이다. 그는 짧은 글에서 ▲교육은 국가와 학교 안에 있지 않다, ▲가난이 꼭 필요한 교육적 기반이다, ▲교사는 국가 자격보다 운명적 과정이 더 중요하다와 같은 놀라운 주장을 쏟아낸다.

내 아이가 꼴지 하는 것이 윤리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주장은 ‘겸손한 지식’에 관한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우리사회가 재산, 권력, 지위에 따른 계급사회를 넘어서야 하겠지만, 만약 우리 아이들 세대에도 계급사회를 남겨줘야 한다면 당연히 ‘내 아이’는 낮은 계급에 속하는 게 양심적이고 윤리적이라고 말한다.

"교육의 성과는 계급사회에서 높은 계급을 많이 차지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런 건 교육하지 않아도 짐승들도 하는 일입니다. 교육은 양심과 인격의 높은 도야를 통해 스스로 낮은 자리로 갈 수 있는 힘을 내면화하는 데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성적을 통한 학생서열화 사회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내 아이가 꼴찌를 하는 게 윤리적이고, 제대로 공부한 아이의 결정입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의도적으로 내 아이의 성적이 학년에서 절반 이하의 범위에 들도록 애쓸 필요가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심지어 그는, 자기 아이가 시험 치기 전날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부모가 그걸 다스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할 수만 있으면 고등학교 정도에서 교육 과정을 중단하는 게 개인과 사회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똑똑함'이란 어느 정도는 '지식 우월감과 지식 폭력'입니다. 똑똑함이 교정되어 '겸손한 지식'으로 거듭났을 때 그 아이가 정말 훌륭한 인재가 되는 겁니다."(본문 중에서)

그는, 이걸 받아들이는 아이들만이 성장이 끝난 미래 사회에서 보살핌의 사회를 주도할 힘을 가지게 될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국가권력에 포섭된 대부분 아이들은 기계성을 가진 인간이 된다는 것.

자칭, 경쟁과 서열화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교육제도에 반대하고,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많은 교육운동가들이나 학부모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비수(?)와 같은 메시지이다. 물론, 그가 던지는 이 성찰적 질문에는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연 당신(나는)들은 과연 '똑똑함'이 '지식 우월감'과 '지식 폭력'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시험 치기 전날 아이와 여행을 떠나거나, 내 아이가 낮은 계급에 속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이라도 해 본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