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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노무현 대통령 초청 거절한 한약방 주인...왜?

by 이윤기 2016.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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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주완이 <별난사람 별난인생>


읽기를 좋아하는 내가 책을 읽고 마음에 새겨 인생의 좌우명처럼 간직하고 있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스콧 니어링이 전해 말입니다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국장이 <별난사람 별난인생>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모두가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세상의 순리대로 둥글둥글하게 사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별난사람으로 보이고별난인생으로 보이는 것이겠지요


읽기를 좋아하고 남들의 사는(살아 온) 이야기를 즐겨 읽은 탓에 <별난사람 별난인생> 등장하는 주인공들중엔 낯설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채현국 일대기를 담은 <풍운아 채현국>, 김진숙의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소금꽃 나무>, 방배추의 자서전과 다름없는 <배추가 돌아왔다>, 임종만 회고록 <나는 공무원이다>을 읽고 서평을 썼기 때문입니다. 


서평을 썼다는 만큼 자세히 읽었고, 글을 쓰기 위해 중요한 대목과 마음에 닿았던 문장 예컨대 밑줄 곳 들은 여러 반복해서 읽었다는 것이지요. 밖에도 농민운동가 김순재의 경우 차례 직접 만난 일도 있고, 농협조합장 선거에 출마 했을 때는 그를 알리기 위한 글을 여러 차례 블로그에 포스팅 하였기 때문에 역시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난사람 별난인생> 단숨에 읽을 있었던 것은 다른 책에서 소개되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고, 책을 통해 처음 알게 장형숙, 김장하 같은 분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은 모두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 개는 채현국 선생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채현국 선생 인생을 책으로 쓰고 뒤에도 그를 꾸준히 밀착 취재(?)했더군요. 강연회장에서 혹은 대담자리에서 패널이나 청중들과 주고 받은 대화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여 저자가 <풍운아 채현국> 담아내지 못한 선생의 다른 면모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좋은 책 저자에게 격려편지 보내는 89세 할머니


4번째 에피소드는 매년 백 통의 편지를 쓰는 89 장형숙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오래 일본으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연수를 갔다가 이른바 전공투 세대인 일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소일거리 삼아 핵잠수함 감시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장형숙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기억이 나더군요. 


분은 <풍운아 채현국> 읽고 저자인 김주완 국장에게 앞으로도 좋은 많이 쓰라고 감사와 격려의 편지를 보냈는데, 김주완 국장만이 아니라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좋은 , 좋은 사람, 좋은 책을 발견하면 격려와 감사의 편지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늙은이가 있는 있나요? 편지라도 써서 좋은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면 보람이지요. 진짜 보석 같은 사람들이 많이 숨어 있는 같아. 특히 시골에 그런 보석이 많이 살아요.”


심지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읽고는 일본에 있는 동창을 통해 주소를 수소문해  저자 와타나베씨에게 편지를 썼다더군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역시 책을 읽고 오마이뉴스와 블로그에 서평을 쓰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 하였지만, 저자에게 편지를 쓴다는 생각을 번도 못해봤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경성여자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였으니 인텔리였다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부모를 잘만나 어린 시절부터 글을 읽을 있었던 것을복이 터졌다 하셨더군요. 89세가 되어서도 소박하지만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고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도 숙연해졌습니다. 


교토의정서, 국제통화기금, 모기지론 같은 단어의 뜻을 찾아 붙여 놓고, 미국지도와 중국지도를 붙여 놓고 책을 읽는다는 할머니의 학구열에도 놀라움을 금할 없었습니다. 30, 40 후에 나도 장형숙 할머니처럼생각하는 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다짐을 하게 되더군요. 


전설의 운동권 주먹 방배추 


5번째 에피소드는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이라는 방배추 어른이야기입니다. 그가 전설의 주먹으로 불린 것은 아무래도 평생을 주먹잡이로 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1954 백기완에게 따귀를 얻어 맞고 이른바 운동권과 어울리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권 주변에 대체로 주먹을 쓰는 사람이 흔치 않으니 젊은 시절 그의 주먹 다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전설이 되었으리라 짐직할 있습니다. 하지만 100만평 노나메기 농장을 운영하다 억울한 간첩 누명을 쓰고 감옥생활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경관 이근안의 악몽같은 고문을 견뎌냈으니 전설같은 인물은 분명합니다. 


아마 <별난사람 별난인생>에서 방배추 어른을 소개하는 짧은 글을 읽고나면 그의 인생이 무척 궁금해질 것이고, 그러면 저처럼 자전적 에세이 <배추가 돌아왔다> 읽게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스 펀딩 기사로 글을 읽고 헌책방에서 <배추가 돌아왔다> 1, 2권을 구해 읽었답니다. 


6번째 에피소드는 영화평론가 양윤모, 분은 50살 넘어 잘나가던 직업을 내려놓고 고향 제주로 낙향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가로 살아가는 분입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으로 번이나 수감생활을 하였고, 차례의 장기 단식으로 투쟁을 이어온 분입니다. 


제주 해군 기지라는 너무 터무니 없는 거예요. 사업의 순수성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군도 하나의 이기집단이라는 거죠. 국제적인 전쟁 괴짜들,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 하지만 껍데기 속을 들여다보면 군수산업체 패밀리들의 잔치라고 보는 거죠. 그들은 나중에 전쟁도 계획하게 되고 그것을 실행하게 되고...그런 국제적인 전쟁 괴짜들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된다는 거죠.” (본문 중에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간명하게 정리해주더군요. 그러면서 끝내해군 기지가 들어섬으로써 강정 싸움은 패배한 아니냐?’ 질문에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답하더군요. “우리는 저걸 평화공원으로 만드는 획기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더군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일에 일생의 꿈을 걸었다고 하더군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지역운동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으로 새로운 지역언론을 만들고, 강정생명평화사목센터를 세워 해군지지를 평화공원으로 만드는 호흡의 운동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나이들어 꼰대로 살지 않기 위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양윤모 선생에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나이들어 꼰대로 살지 않는 법


7번째 에피소드는 책에 등장하는 8명의별난사람중에서도 저자인 김주완 국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분입니다.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경영하고 있는 분은 자기를 자랑하거나 내세우는 일을 일체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뷰없이 여러 증언과 자료를 정리하여 글입니다.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되겠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100 원의 사재를 쏟아 부은 사립 고등학교를 세웠다가 국가에 헌납해 버립니다


학교 설립의 모든 재원이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것이지요. 


인권운동, 지역신문, 장학사업, 평화운동, 문화운동에 헤아릴 없을 만큼 많이 후원 하였지만, 그것을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는 분이라는 겁니다. 진주시민사회가 범 민주단일 시장후보로 추대하였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은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 그렇다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초대에도 응하지 않았다더군요. 


자신이 번돈을 자기 돈이 아니라고 하는 부자, 흔치 않은 인물이지요. 가진 돈이 없으니 그의 삼을 고스란히 닮을 수는 없습니다만, 그가 보여준 삶의 자세라도 배울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초청도 거절한 한약방 주인


8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영혼이 있는 공무원 임종만 선생입니다. 공무원 노조활동을 하다 2년에 걸친 복직 소송을 하고, 재 징계를 받아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당한 분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생은 아랑곳 하지 않고 “2년간 일도 하지 않고 봉급을 받아 미안할 이라고 하였더군요. 


흔히 공무원을 빚대어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그는 승진 욕심을 버리면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랜 세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남몰래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가 뻔한 땅을 공원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서녹색환경인상 받기도 하였습니다.

임종만 선생의 살아온 이야기는 자전적 엣세이 <나는 공무원이다>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만, 김주완 국장이 <별난사람 별난인생>에는 임종만 선생이 자신의 책에 담지 못한 그의 면모가 드러나 있습니다.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에도 희망을 엿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함께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던 임종만 선생을 새롭게 만날 있었습니다. 


9번째 에피소드는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농성의 주인공 김진숙 선생입니다. 타워크레인 농성 당시 <소금꽃나무> 읽고 서평을 썼기 때문에 분의 역시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인터뷰이 김주완 국장을 통해 이분의 새로운 면모를 있었습니다. 


누가 좋은 사람이다고 소개를 해도 사람은 연애감정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사람하고 같이 노동조합을 해볼까 이런 생각이 우선들었으니까.” (본문 중에서)


책에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 하였는지, 희망버스와 이른바날라리들에게서 배운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 그런 진정성들을 충전하지 않으면 공허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촛불집회 때도 마찬가지였죠. 진정성이 있어야 대중의 역동성이 되살아나는 거다.”(본문 중에서)


아울러 평생을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그이가 녹색당 사람들에게 건넨 덕담도 인상 깊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서,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운동권...진정성 있어야 대중의 마음 얻을 수 있어


10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낙선한 농민운동가 김순재입니다. 선관위로부터 블로그 글을 블라인드 당하면서까지 응원 하였습니다만, 표차로 낙선 하였습니다. 김순재 조합장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준재벌 규모를 갖춘 거대한 조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농협을 바꾸면 농민의 삶을 바꿀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답니다. 


저도 20년을 훌쩍 넘겨 가지 일에 인생을 걸고 있습니다만, 양반 만큼 주도면밀하였는지, 만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꽤뚫고 있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없더군요. “농민을 위해서는 농협이 적자를 봐도 된다 말에 그의 철학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농협조합장으로서 누릴 있는 특권을 모두 내려놓고,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농산물 판매방식에 농협의 책임성을 높이는 수탁판매 비율을 높여냈더군요. 가끔 진보세력에게 권력이 넘어오면 나라를 경영할 있을까? 우리에게 집권능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김순재 선생은 작은 농협 조직을 통해운동권 출신이 대중을 잘살게 있다 것을 보여준 사람입니다. 


책을 읽고보니 예비 독자들에게 가지는 분명히 말씀 드릴 있겠습니다. <별난사람 별난인생> 읽고 나면 책에 등장하는 여덟 사람의 인생이 점점 궁금해질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책을 읽거나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질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터뷰이의 집요함과 실력을 동시에 엿볼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