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이완용·이승만 뒤에 숨은 악질 친일파와 독재부역자들

by 이윤기 2016. 10. 14.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이완용이라는 이름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다 숨어버렸습니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조차 이완용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자들은 쉬이 잊고 살아갑니다.


임종금이 쓴 <대한민국 악인열전>은 교과서에선 볼 수 없는 부끄러운 우리 역사를 만든 주연급이자 행동대장급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인간의 탈을 쓰고 한 일이라고 보기 힘든 악랄한 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출판사 피플파워에서 책으로 엮여 나오기 전에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에 7회에 걸쳐 기사로 연재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뉴스펀딩을 통해 적지 않은 후원금이 모였으며,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넷 연재 기사를 바탕으로 자료를 더 모으고 글을 다듬어 책으로 묶은 것이 바로 이 책 <대한민국 악인열전>입니다.


이 책의 출발은 <풍운아 채현국>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채현국 선생이 가장 악랄하고 나쁜놈으로 지목한 '이협우'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매국노 이완용 뒤에 숨은 친일파와 이승만 독재 뒤에 숨은 독재정권의 부역자들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악인은 백두산 호랑이를 자칭했던 살인마 김종원, 고향사람을 무참히 학살한 이협우, 일본 국회의원이 된 극력친일파 박춘금, 악질 헌병의 대명사 신상묵과 박종표, 악질 경찰의 대명사 노덕술, 없는 간첩도 만들어 낸 김창룡, 일제도 감복한 친일파 김동한과 그 후예들입니다.


이완용, 이승만 뒤에 숨은 매국노와 독재부역자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노덕술입니다. 영화 <암살>에서 배우 이정재가 '열연'하였던 염석진은 독립운동을 하다 밀정이 된 실제 인물 염동진을 모델로 하였다지만, 반민특위 재판과정은 대표적인 친일경찰 노덕술을 떠올리게 하지요.


저장 임종금은 <대한민국 악인열전> 노덕술 편에서, 그의 친일 행적과 해방 이후 잔혹한 고문기술 그리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만들어 낸 여러 조작 사건에 대하여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일제 경찰이 독립운동가를 잡아 고문했던 고문기술의 70%가 노덕술의 기술이었다고 알려졌으니 그가 얼마나 잔인무도한 악질 경찰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독립운동가를 체포하는 데 혈안이 되었고, 심지어 독립운동과 관련 없는 수많은 활동들을 반일 행위로 조작하여 체포하고 고문하였더군요. 바로 이런 공적(?) 덕분에 일제 강점기를 통틀어 8명뿐이었던 조선인 '경시'중 1명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부패한 경찰이기도 하였던 노덕술은 반민특위 조사를 받을 당시에 이미 지금 시세로 1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축재하였답니다. 반민특위가 와해되었으니 노덕술의 많은 재산은 모두 후손들에게 물려주었을 것이고, 그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후손들은 무탈하게 부유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영화 <암살>과 최근 <밀정>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국내외에서 이루어진 의열단 투쟁과 의열단을 이끌었고 김원봉 선생의 일대기가 알려지기 시작하였지요.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백범 김구보다 현상금이 많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오랜 의열 투쟁을 거치면서 단 한 번도 일본 경찰에 체포되지 않았던 전설적인 독립운동가 김원봉 선생을 해방 후에 체포 고문한 자가 바로 노덕술입니다.


노덕술은 1947년 약산 김원봉을 '남로당이 주도한 파업에 연루되었다'는 죄목으로 체포해 빨갱이 두목이라며 구타와 고문을 하고 뺨을 때리며 모욕하였습니다. 평생 독립운동을 해왔던 약산 김원봉은 해방된 조국에서 악질 친일파에게 겪은 수모에 사흘을 꼬박 울며 원통 해 하였답니다.


영화 <암살>에서는 염석진(이정재)은 반민특위에서 풀려난 뒤 해방 이후 국내로 돌아 온 독립운동 동지들 손에 암살당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노덕술은 1968년 4월 1일 69세의 나이로 천수를 다 누리고 죽었습니다. 현실은 영화 <암살>보다 훨씬 답답하였던 것입니다.


친일파들을 충성 경쟁시켜... 독재 정권 유지


이 책에 등장하는 노덕술, 김종원, 김창룡 같은 자들의 공통점은 일본 군대나 경찰에서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하고 고문하던 악질분자들이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에서 충성 경쟁을 벌이며 철저하게 독재에 부역하면서 면죄부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민족 반역자들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해방 이후 이어 온 40년 넘는 독재정권의 뿌리가 바로 친일민족반역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임종금이 쓴 <대한민국 악인열전>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만큼 잔인하고, 간악한 친일반민족행위자와 독재부역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그중에서도 앞서 예를든 노덕술에 견줄만한 악인으로는 김창룡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만주 헌병부대 군속을 거쳐, 헌병보조원이된 김창룡은 만주국 국경지역에서 항일인사를 감시하는 일을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김창룡은 해방 직전 2년 동안만 무려 50여 개의 항일조직을 적발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는 것입니다.


해방 후 소련군이 진주한 북한에서는 두 번이나 체포당해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탈출에 성공하여 남한으로 내려와서 옛 만주군 간부의 도움으로 장교로 임관되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노릇이 아닐 수 없지요.


주목할 만한 일은 1948년 여순사건으로 14연대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김창룡과 일제치하부터 활약해 온 그의 부하들은 박정희 소령을 체포하여 심문하였고, 군내 남로당 조직을 적발해내었다는 겁니다.


"1949년 3월까지 방첩과는 불과 4개월 동안 1500명에 달하는 이를 숙청했다. 당시 군 병력의 3%에 달하는 엄청난 인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증거보다 자백을 받아내는 식으로 심문했고 고문이 혹독하게 가해졌다. 자백을 한 뒤에는 연루된 좌익 인물을 대라고 또다시 고문이 이어졌다."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에 이승만 독재정권에 부역하면서 좌익과 인민군 부역자 색출로 출세가도를 달린 김창룡은 35살에 대령으로 진급하여 육군특무부대장(기무사 전신)에 임명되었습니다. 이승만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었던 것인데, 자신의 출세를 위해 독재권력에 철저히 부역하였던 겁니다.


전두환, 노태우도 모두 김창룡의 후예


김창룡은 백범 김구 암살에도 깊이 관련되었습니다. 백범 김구 암살범인 안두희를 감옥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전쟁 후 군소위로 임관하여 대령으로 제대할 때까지 뒤를 봐 주었다고 합니다. 훗날 안두희는 김창룡이 김구 살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하는군요.


자신이 출세와 권력욕을 채우고 이승만의 총애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은 '빨갱이 사냥'에서 그치지 않고, 빨갱이 만들기로 이어졌고, 어이없는 간첩조작 사건들이 연거푸 일어났었다는 겁니다. 소위 삼각산 사건, 부산정치파동, 동해안 반란 사건, 이승만 암살 음모 사건 등의 다양한 조작 사건으로 이승만 독재를 공고히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지요.


39살에 육군 소장으로 진급한 김창룡은 이승만의 오른팔, 이승만의 양자로 불리웠을 뿐만 아니라 우익반공검사 오제도, 일본경찰 출신 고문기술자 노덕술, 남로당 출신 박정희 같은 정적들과 경쟁을 벌였던 기가 막힌 일화들이 있습니다. 박정희가 남로당에 있을 때 그를 잡아내고 심문한 사람이 바로 김창룡입니다.


만약 1956년 1월에 김창룡이 직속상관이 정일권 육군참모총장과 강문봉 중장 등 정적들을 제거하려는 과정에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5년 후에 박정희는 소장까지 진급하지 못하였을 수 있고, 어쩌면 5.16 군사쿠데타 같은 것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다 소개하지 못하는 '웃픈' 이야기는 임종금이 쓴 <대한민국 악인열전>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전국축구대회에서 벌인 추태와 권력남용은 정말 웃기면서도 슬픈 사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회규칙과 심판마저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무도한 권력자가 벌이는 추태는 한편의 코미디 같은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죽은 뒤 친일 역사학자 이병도가 썼다는 비문 역시 참 어이가 없습니다. 무고한 양민을 죽이고 멀쩡한 사람들을 간첩을 조작했던 김창룡을 절세의 애국자로 칭송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됨이 총명하고 부지런하며 또 불타는 조국애와 책임감은 공사를 엄별하여 직무에 진수하더니 급기야 그 직무에 죽고 말았다."


친일매국노이자, 독재자의 손발 노릇을 하던 김창룡을 이렇게 미화하였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창룡의 후예들이 바로 박정희를 죽인 김재규, 12.12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 같은 자들입니다. 김창룡이 만든 특무대가 방첩대, 보안대 이름만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노덕술, 김창룡이 행동대장이면 두목은 누구?


대한민국 악인열전에 등장하는 이 자들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이거나 독재정권의 부역자들입니다. 살인마 김종원, 이협우 극력친일파 박춘금, 악질 헌병 신상묵과 박종표, 악질 경찰 노덕술 그리고 김창룡과 김동한 같은 자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잔악하고 탐욕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잔인한 고문기술, 무고한 양민을 죽인 악질 경찰과 군인들,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며 부정축재를 일삼던 이자들에게는 이승만이 가장 든든한 빽이었습니다.


조직 폭력배로 친다면 조직의 우두머리는 이승만 혹은 조선총독부이고, 이 책에 등장하는 김종원 김창룡, 노덕술, 이협우, 박춘금, 신상묵, 박종표, 김동한 같은 자들은 '행동대장' 노릇을 하던 자들이지요. 이 책에 등장하는 악인들의 겉으로 드러난 잔혹함 때문에 진짜 우두머리인 이승만의 집요한 권력욕구와 반민족 범죄 행각이 잊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수구보수정권 10년 동안 8.15를 건국절로 삼자는 주장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데, <대한민국 악인열전>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그런 기준으로 보면 '건국의 주역'들입니다. 따라서 만에 하나라도 8.15일이 건국절이 되다면, 친일 매국노 독재 부역자들이 모두 건국공신이 될지도 모릅니다.


친일매국노들이 건국 공신이 되는 기가막히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악인들과 그들이 한 짓을 잊지 않고 기억 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라나는 젊은이들도 그 자들의 친일반민족행위와 독재부역 행위를 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히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투쟁'이라도 승리해야 친일청산의 단초라도 지켜갈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악인열전 - 10점
임종금 지음/피플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