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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결혼하고 싶으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유괴하라고?

by 이윤기 200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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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기타조노 가즈마가 쓴 <세계황당 상식사전> 

나와 남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머리로는 잘 이해하고 있지만, 몸과 마음은 자칫 흔들리기 일쑤다.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무엇보다 타자가 나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것이 첫 걸음일 것이다. 

<세계황당 상식사전>을 쓴 기타조노 가즈마는 세상에는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르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문화적 현상들에는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정상적인 일반인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혹은 깊은 고찰을 하지 않고서도 극히 자명하며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을 말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식’은 지형, 기후, 시대라는 조건에 따라서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지타조노 가즈마의 생각이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천동설’이 상식이었으며, 21세기 지구에도 휴대전화를 비롯한 첨단장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평생을 사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런 장비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자기중심적인 인간은 때로 자신과 다른 삶의 방식을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치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타조노 가즈마는 “편견을 버리고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인간미 넘치는 다양한 황당함”을 경험해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혹은 나라에 따라 상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배우고 이해”함으로써 나와 다른 남을, 그리고 남들이 사는 다른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세상을 보는 눈높이도 바꾸어보라고 한다. 세상에는 단 하나의 상식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황당한 이야기만 모아놓은 <세계황당 상식사전> 중에서 가장 ‘황당한’ 사례 몇 편을 맛보기로 소개한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 카자흐스탄 사이에 위치한 나라, 키르기스스탄과 이웃한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알라카추’라고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매우 위험하고 두려운 풍습이 있다고 한다. 알라카추는 900년 이상 된 ‘현대판 보쌈’인데, 여성이 남성에게 유괴를 당하면 그 범인의 아내가 되어야 하는 풍습을 말한다.

“남성에게 유괴하고 싶은 여성이 생기면 그는 도와줄 친구와 친척을 모으고 자동차를 준비한다. 그리고 유괴에 성공하면 여성을 집으로 데려와 감금한 다음,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결혼하자고 설득한다. 설사 생각을 굽히지 않고 거부한다 해도 일단 남자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면 그집 사람이라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만다. 따라서 여성은 일단 유괴되면 그것으로 끝이다.”(본문 중에서)

결혼하고 싶으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유괴하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 문명국가에서 유괴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법으로 금지된 유괴결혼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으며 대다수 국민들은 법으로 금지되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황당한 결혼풍습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정상적인 방법으로 결혼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경우 약혼의 표시로 적지 않은 돈과 소 한 마리를 준비해야 하는 등 재정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과정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남성은 자연히 유괴 결혼 쪽으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본문 중에서)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혼인을 미루고 있었다면, 키르기스스탄식 ‘유괴결혼’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결혼에 따른 과도한 비용을 모두 줄이고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니 말이다. 그런데, 남성이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여성을 유괴하거나 혹은 전혀 모르는 여성을 유괴하는 것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책에는 이렇게 결혼한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나중에 헤어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와 같은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해답은 없다. 그렇다면, 유괴결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나는 처녀가 아니에요”하고 밝히는 길 뿐이라고 한다.  

이런 황당한 결혼에 버금가는 황당한 이혼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이혼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말레이시아다. 문명국가 말레이시아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당신과 이혼한다’고 세 번 말하면 곧바로 이혼이 성립한단다.  

이것은 탈라크라고 하는데, ‘탈라크’는 ‘이혼한다’는 의미로 결혼한 남성이 아내에게 ‘탈라크’라고 세 번 말하는 것으로 즉시 이혼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아무리 탈라크를 외쳐도 혼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과 2년 전에도 말레이시아의 종교법정에서는 ‘탈라크’로 인한 이혼선언의 효력을 다투는 재판이 벌어졌으며, 같은 해 인도에서는 잠꼬대로 탈라크를 세 번 중얼거린 남편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말했다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깨고 이혼할뻔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다처제가 남아있는 이슬람 문화에 존재하는 또 다른 심각한 차별제도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일부다처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처다부제도 있다. 네팔에서는 여성이 남편형제들 모두와 한꺼번에 결혼 한다 것이다. “일단 여성이 한 집안의 장남과 결혼하면 그녀는 남편 남동생의 아내도 된다. 신부는 한 번의 결혼으로 두 명의 남편을 얻는 것이다.” 

이런 관습은 네팔, 티베트, 부탄 등 산악지대와 태평양 작은 섬 등 자연환경이 열악하고 척박한 곳에 남아있다고 한다. 대부분 여성이 부족하고 남편 혼자서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형제가 힘을 합쳐서 하나의 가정을 꾸려간다는 것이다. 남편이 오랫동안 타지로 돈벌이를 나서면 집에 남아있는 다른 형제(남편)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 볼 수 있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집과 토지를 비롯한 모든 재산은 가족 소유로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때문에 상속과정에서 재산이 분산되는 일도 없다고 한다. 아울러 그곳 사람들에게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며, 남편 형제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모두 ‘집안의 아이’로 자라게 된다고 한다.  

투표율이 100%인 나라가 실제로 있을까? 

다음 아고라를 통해 130만 명이 탄핵을 요구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지난 17대 총선의 총 유권자수는 약 3700만 명이었고, 이 중에서 약 2300만명이 투표에 참여하였으며 이명박 후보는 약 1100만 표를 얻어 대통령이 되었다. 투표율은 63%, 득표율은 48%이지만 실제로 그를 지지한 유권자는 약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30%라는 것은 그에게 투표한 사람들만 그를 지지한다는 뜻이고, 지지율이 30%도 안 되는 경우에는 그에게 투표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투표제도는 국민 30%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대표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부추긴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분단 교육을 받으며 자란 중년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북한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투표율이 100%이고, 투표율 100%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책을 보니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르헨티나 역시 투표율이 100%라고 한다.

“강제투표제도를 실시하는 이들 나라는 국민 전원이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만약 투표를 하지 않으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그 이유를 묻는 편지를 받게 된다. 깜박했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면 벌금이 부과된다....... 벌금으로 끝나지 않고 투표자 명단에서 이름이 삭제되는 무서운 페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이후 선거 때마다 매번 최저투표율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18대 총선에서는 유권자 절반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참가증’을 배포하기도 하였지만,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들이지 못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르헨티나와 같은 ‘강제투표’ 제도 도입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국민 대부분이 O형인 나라도 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류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재미삼아 혈액형으로 사람을 나누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혈액형으로 나눈 성격을 사실이라고 믿기도 한다. 성격과 혈액형이 관련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흔히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대범하며, AB형은 고집이 세고, O형은 소극적이라고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을 네 가지 혈액형에 맞춰 네 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일을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 

<세계황당 상식사전>에서 가장 ‘황당’한 사례로 꼽고 있는 것은 바로 혈액형이야기다. 과테말라는 국민 95%가 혈액형이 O형이라고 한다. 과테말라뿐만 아니라 볼리비아(93%), 니카라과(92%) 그리고 페루는 100%가 O형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O형 혈액형이 적은 나라가 브라질인데, 47% 만이 O형 혈액형이고 41%가 A형이라고 한다. 

원래부터 혈액형이란 것은 네 가지 혈액형이 비슷한 비율로 분포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국민들이 모두 같은 혈액형을 가지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O형 혈액형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본래 남미에 살았던 인디오들 혈액형이 100% O형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남미 나라 사람들에게 O형이 많은 것은 그러한 인디오들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O형은 다른 혈액형에 비하여 병원균과 기생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고 한다. 중남미 사람들은 조상들에게 선천적으로 건강한 몸을 물려받았다는데, 유럽 침략자들에 의해 독감과 천연두와 같은 병균이 전해져 수많은 인디오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세계황당 상식사전>에는 재미있고 황당한 일이 가득하다. 사람을 빌려주는 스웨덴 도서관, 벌레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프랑스 사람들, 가슴확대 수술을 하면 우주여행을 할 수 없는 이유, 91명의 아내와 결혼한 남자, 러시아 국경일에 비가오지 않는 이유, 18세 미만은 5년간 남녀 관계를 할 수 없는 나라, 평일에는 자동자운행이 금지되는 나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일에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 들이라 하여도 정말로 국민의 상식을 벗어난 일들을 계속해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계황당 상식사전 - 10점
기타조노 가즈마 지음, 서수지 외 옮김, 강희우 그림/뜨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