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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수제비누 선물이 불법? 참 납득안되네

by 이윤기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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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5월 24일 방송분)

 

기후위기와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고,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창궐도 결국 사람들의 무분별한 자연환경 파괴로부터 기인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우리가 소비하는 물품들도 친환경 제품이나 자연 친화적인 제품이 주목받고 있고 동시에 수제 비누, 수제 향초나 수제 방향제 같은 수제품들도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오늘은 누구나 한 번쯤 선물로 주고받아 봤을 수제 비누 선물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불법행위라는 사실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제가 수제 비누 선물이 불법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달쯤 전에 마산에 있는 모성당에 신부님의 사연을 듣고나서입니다. 본당 주임 신부로 처음 부임한 젊은 신부님이 신자들과 잘 소통하려는 마음으로 생일을 맞은 신자들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수제 비누를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신자 중 한 분이 조용히 찾아와 “신부님 수제 비누를 선물하는 것은 불법이니 자제하시라”고 알려주더라는 겁니다. 신부님께 그 이야기를 듣고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싶어 뉴스 검색을 해봤더니 정말 법이 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수제 비누 선물은 이 신부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지금도 아마하고 있을겁니다. 제가 활동하는 마산YMCA가 운영하는 청소년문화의집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행사 때마다 수제 비누를 만들어서 행사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주었고, 어버이날 같은때는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수제 비누를 만들어 선물로도 나눠드렸습니다. 뿐만아니라 세월호 기금 마련 행사 때는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수제 비누를 판매하고 그 돈을 모아 후원금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아마 코로나-19로 작년 내내 청소년 축제가 모두 중단되지 않았다면 분명 청소년들의 수제 비누 만들기와 나눔 활동은 지속되었을 것입니다.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무시무시한 법률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럼 도대체 언제부터 수제 비누를 선물하는 것이 3년 이하 징역 3천 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만큼 무시무시한 중범죄가 되었을까요?

 

 

수제비누 선물이 3년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을 중범죄인가?

네, 그건 지난 2019년 12월에 정부가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그 이전까지는 공산품이었던 세안용 비누를 화장품으로 분류하면서 수제 비누를 만들어서 친구에서 선물로 주는 행위가 불법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2019년 12월에 개전 된 화장품법 시행규칙에는 그 이전에 액체비누라고 되어 있던 규칙 조항중 한 곳을 ‘액체비누 및 화장 비누(고체형태의 세안용 비누)’라고 바꿨는데, 이 작은 변화가 많은 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경기도 광명시의 초등학생들이 화장품법 위반으로 곤경에 처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초등학교 학생자치에서 수제비누 77개를 만들어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광명희망나누기운동본부에 기부한 것이 논란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초등학교 학생들은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고, 비누 안에 장난감을 넣고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선물했더니 비누 안에 있는 장난감을 갖기 위해 열심히 손을 씻게 되더라는 미국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에서 영감을 받아 비누 만들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가 들어봐도 참 좋은 아이디어이고 아이들 마음도 참 착하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불법이었다는 겁니다.

 

이 수제 비누 기부가 화장품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이날 행사에는 해당 초등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장선생님과 지도교사 그리고 광명시청 복지정책과장과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광명희망나기운동본부장이 모여서 함께 전달식을 하고 초등학생들의 착한 기부를 격려하고 응원하였다고 합니다.

 

수제비눈 선물했던 초등학교...학생과 교사 곤경

그런데 이 전달식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수제 비누를 나눠주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지역의 모 언론사에서 화장품법 위반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었고, 지도교사는 물론이고, 교장선생님, 광명시 복지정책과장, 사회복지협의회 본부장이 모두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이이지요.

저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것을 보면서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화장품 사업자들이나 미용 관련 학원사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였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2020년부터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국가자격증 제도가 생긴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예컨대 맞춤형 화장품 우리가 쉽게 쓰는 말로하면 수제 화장품을 제조하는 국가자격이 생기면서 국가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하는 학원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불법인줄도 모르고 언론에 보도된 초등학생이 의료진에게 보낸 선물, 


지난 2019년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게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세안용 고체비누가 화장품이 되었고, 화장품이 되었기 때문에 화장품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이 제작한 비누를 선물하거나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 것인데, 시민운동을 하는 저는 이런 법은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법을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악법도법이다’라는 어떤 철학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악법은 얼른 고치던지 혹은 국민 대다수가 함께 법을 위반해서 그 법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제비누 선물이 불법이면... 김치 나눔도 처벌해야지?

내가 만든 수제 비누를 이웃과 친구에게 나누지 못하게하는 논리라면, 내가 만든 음식을 이웃이나 친구들과 나눠먹으면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처벌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제 비누를 처벌하려면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처벌하고, 연말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여 김장을 담아 나누는 것도 모두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될거라고 봅니다.

아마 고체형 세안비누를 화장품으로 분류하신 분들은 국민들의 피부건강을 핑계로 아무나 세안비누를 만들게 하면 위험하다는 논리를 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체형 세안 비누가 화장품이 된 것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제 비누 키트가 인터넷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제비누를 만드는 일반 소비자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재료를 따로따로 구입하여 비누를 만들지 않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보면 수제비누를 만드는 제조키트가 무수히 많이 판매되고 있고, 그 제조 키트를 사서 설명서대로 만드는 것 뿐 입니다.

정부 당국자들이 정말로 수제비누 때문에 국민들의 얼굴 피부가 손상되는 걸 걱정했다면 자기가 만들어서 자기만 쓰는 것도 규제했어야 합니다. 아울러 수제비누 제조 키트를 인터넷이나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것도 금지시켰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수제비투 제조 키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제비누 제조 키트를 판매하는 분들은 모두 화장품 제조업, 화장품 책임판매업 등록을 마쳤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격을 가진 분들이 판매하는 제조 키트를 사서 단순히 재료를 모두 섞어서 각자 다른 모양의 비누를 만들었을 뿐인데, 자기 혼자 쓰면 불법이 아니고 그걸 친구한테 선물한다고 해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은 너무나 현실과 괴리가 큰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량한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도록 하루빨리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