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 못한다고?

by 이윤기 2022. 3. 3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8. 16 방송분)

 

지난주 이 방송에서 신림청의 2050탄소중립 추진전략 중에서 3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를 통해탄소 3400만톤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지금도 이미 숲가꾸기 사업이 추진 되고 있는 전국 여러 곳에서 무분별한 싹쓸이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씀드렸는데요. 오늘까지 지난 주에 이어서 문제점과 논란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지난주 방송에서 전해드린 환경운동 단체의 문제 제기를 요약해보면, 산림청이 2050년까지 산림부문에서 3400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국의 산림 1/3을 베어내고 새로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새로 심기 시작하였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곳에서 베어내는 나무들이 30~40년 이상 자라고 있는 나무들인데, 산림청은 30년 이상 자라면 이산화탄소흡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두 베어내고 새로 심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30년 이상 자란나무는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고?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양측은 팽팽한 주장과 반론을 주고 받았습니다. 우선 환경단체와 생태전문가들은 산림청의 추진전략을 무분별한 벌목 계획 뿐만 아니라 ‘산림을 탄소흡수를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볼 뿐, 생물다양성 증진 등 다양한 공익기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으며, 일각에서는 “탄소중립을 빙자한 벌목정책”이라는 강경한 비판도 뒤 따랐습니다. 

이에 대하여 산림청은 30년생 이상 나무가 베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여 보호할 계획이며, 탄소중립 전략(안)에 제시된 나무를 수확하고 심는 정책은 전체 산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경제림에서 집중 추진할 계획”이라고 반박하였습니다. 

또 숲의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생물다양성 증진 등 산림의 공익적 가치 증진을 위해 희귀ㆍ특산식물 자생지, 수원함양림, 백두대간과 같은 핵심 생태축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정 면적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울러 지난주 방송 때 말씀 드린 베어낸 나무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확된 원목에 대해 사용기간이 긴 제재목의 사용 비율을 높이고, 건축 목구조(CLT)기술 등 첨단 공학목재 가공 기술을 이용해 목조 건축을 늘리는 한편, 플라스틱 대체재, 목섬유 단열재 개발 등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 목재의 이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탄소중립 추진 전략 재검토 민관협의체 구성


하지만, 산림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환경단체와 생태전문가들의 재반박이 이어졌고, 결국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는 정책이나 산림을 이용한 탄소 감축 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양측의 팽팽한 주장 대립이 이어지자 정부가 비교적 서둘러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환경부가 앞장서서 환경운동 단체와 기후변화 전문가, 산림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수용하면서 산림청의 산림탄소중립 전략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아울러 약 한 달 후에는 산림청의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였는데, 산림청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임업인과 환경단체, 전문가 등 총 19명이 참여해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며, 갈등관리 전문가도 위원으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산림 벌목이 전국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전면 재검토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1년 11월 7일 산림청 산림 부문 탄소중립 민관협의회(민관 협의회)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30억그루 나무심기 계획을 철회하였습니다. 이른바‘2050 탄소중립 산림부분 추진전략(탄소 순환림 조성)’을 대폭 수정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 탄소 중립 추진전략이 쟁점되어 산림청의 벌채 벌목의 문제점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미 시행중인 이른바 숲가꾸기 사업 과정에서 나무가 베어지고 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고, 환경운동가들과 기자들의 취재결과 많은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산림조합을 비롯한 사유림에서 마구잡이 벌채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말씀 드렸는데요.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확인한 결과 산림청이 관리하는 경북 울진과 봉화의 국유림도 싹쓸이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을 방문했던 환경운동가들은 그 유명한 울진 지역의 아름드리 금강송 소나무들이 벌목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름드리 금강송 벌목도 친환경 벌채라고?

산림청은 벌채 면적 5ha 사이사이에 기존 나무들을 존치하는 친환경 벌채라고 주장했지만, 현장 확인 결과 대한민국 최고의 금강송이 자라는 국유림의 깊은 산속까지 임도가 건설되었고, 임도 바로 옆 한쪽 능선을 따라 약 18ha의 숲에 있는 금강송들을 모두베기로 다 베어내고 어린 소나무들을 심어놓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리 인근에 있는 울진군 쌍전리 약 38헥타아르의 숲도 똑같은 방식으로 벌목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또 경북봉화군 남회룡리 국유림은 이른바 친환경 벌채를 해둔 곳인데, 5ha마다 나무를 남겨 놓은 걸 친환경 벌목이라고 하는데...사진으로 본 모습은 골프장 공사라도 하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산에 중간중간 나무들이 띠를 이루어 남아 있는데 흉측하기는 똑 같았습니다. 

이런 벌목 현장은 대부분 작은 산사태들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나무가 사라진꼴짜기마다 빗물에 토사가 유출되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 놓은 사방댐들이 토사로 메워지는 2차 피해가 생기고 있었답니다. 

아울러 지난주 방송 때, 이렇게 베어 낸 나무들 대부분은 제대로 목재로 활용되지도 못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2021년 산림청 목재수급 통게 및 목재수급 계획에 따르면 국내에서 벌목한 나무 중에서 제재소 원목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고작 13.9%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저가의 보드, 펄프, 바이오매스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싹쓸이 벌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산림청의 2050탄소중립 전략을 비판하고 나선것입니다. 현재 경상북도와 강원도, 충청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숲가꾸기 사업이 경남에서는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숲가꾸기 사업은 산주인만 배불리는 예산낭비?

 

2010년 이후 숲가꾸기 사업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곳은 4112ha가 이루어진 강원도이고, 경상북도와 전라남도가 각각 2958ha, 2955ha였으며, 경남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1971헥타아르가 숲가꾸기 사업 지역이었습니다. 예컨대 경남에서도 깊은 산림지역에서 앞서 말씀 드린 비슷한 일들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숲가꾸기 사업에 지원되는 모든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비 50%, 지방비 50%) 국가가 소유한 국유림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이 소유한 산림에서 숲가꾸기 사업을 하여도 설계 및 감리 비용, 인건비 등 사업비까지 100% 정부 지원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산을 소유한 산주인은 자기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벌목한 나무를 헐값에 팔아 생기는 수입을 챙기고, 나무를 벤 땅에는 정부가 베어낸 나무값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들여서 새로 나무를 심어줄 뿐만 아니라 키우는 비용까지 부담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2020년 김해시 숲가꾸기 사업이 모두 60군데에서 이루어졌는데, 이 산지의 소유자 중에서 15명만 김해거주자이고, 대부분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주소를 두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산림 소유주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산림업자들이 다 알아서 사업을 집행하고 이익을 나누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또한 형식적으로는 산림 소유자가 숲가꾸기 보조사업 신청서를 작성하여 시군구청을 거쳐 산림청에 신청하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산림청이 매년 벌목과 숲가꾸기 면적 목표를 정한 후에 각 지차체에 산림 면적 비율에 맞게 벌목 면적을 배정하고 예산을 내려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자체는 산림청으로부터 할당 받은 면적과 예산만큼 벌목과 숲가꾸기를 진행하고 국고보조금 집행 결과를 보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지역 할당이 이루어지다보니, 경남만 봐도, 2020년 어린나무가꾸기 면적이 창원 50ha, 진주 60ha, 통영 50ha, 사천, 50ha, 김해 30ha 이런식으로 사업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면적을 신청했다면 이렇게 딱딱 숫자가 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산림청과 전국에 산재한 지방산림청 그리고 시도 산림환경연구원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국의 숲가꾸기 사업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지고, 제대로된 산림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