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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한국에 태어나면 누구나 출생 신고 가능해야...

by 이윤기 2022.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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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01. 17 방송분)

 

시흥시 출생확인서 발급조례

 

지난 연말 제주도에서 생후 3일 된 아들을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산후조리원에 유기한 30대 부모가 구속되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2년 전에도 아기를 낳아 산후조리원에 버리고 도주했다고 합니다. 3월 6일 제주시 한 산후조리원에 태어난 지 3일 된 아이를 버리고 달아나자 산후조리원 측은 한 달 보름이 지난 후에 경찰에 신고하였고, 9개월 후인 12월 19일에 부모들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합니다. 오늘은 신생아 출생신고 제도의 허점과 최근 시흥시에서 주민 발의된 ‘시흥시 출생확인서 발급 조례’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부부가 아이를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유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2019년에도 첫아이를 출산한 후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산후조리원에 유기한 전력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는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라고 하는데,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후 6개월 이내에 필요한 필수 예방접종 등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유사한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24살, 22살, 15살 세자매가 출생 신고도 없이 20년 넘게 제주도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세 자매의 어머니가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의 출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센터 직원원 세 자매가 호적에 올라있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세 딸은 모두 의무교육은 물론이고 전국민의료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혜택은 말할 것도 없고 필수적인 예방접종도 받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출산 이후 몸이 좋지 않아 출생신고를 바로 하지 못하였고,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생신고 절차가 복잡해지자 포기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 세 자매가 부모에게 출생신고를 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 더 놀라운 것은 이들 세 자매가 20년 동안 무호적자로 살아 왔지만 이웃과 친척들도 몰랐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신생아를 버린 부모들의 사연이나 스무 살이 넘은 세 자매가 아직도 출생신고 조차 되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부모들의 잘못이 제일 커지만, 절차와 제도의 개선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 세 자매의 경우 출생증명서가 없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사이의 혈연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와 출생 확인 신청서를 제출하여 가정법원의 확인을 거쳐야 하구요. 조리원에 버려졌던 아이는 이혼 후에 출산을 하였어도 남편과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무조건 전남편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하는 민법 규정이 문제였습니다. 아이를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 기재하려면 출생 후 2년 내에 ‘친생 부인의 소’를 제기해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항에 대하여 2015년에 이미 헌법재판소가 6대 3의 의견으로 여성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조항에 해당되다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위헌 선언만 하고, 법률 개정 시한을 정하지 않아 잘못된 법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생신고 미등록 하동은 최소 8천명에서 최대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합니다. 가족관계등록법에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동거하는 친족이나 의사, 조산사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지자체장이나 검사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실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한 사례는 전국에서 10건 뿐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법률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시흥시 아동의 출생확인증 작성 및 발급을 위한 조례’를 발의하였다고 합니다. 

이 조례는 한국 국적이 없거나 부모의 혼인 중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즉시 출생신고가 불가능하고,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 긴 시간과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즉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아이들도 각종사회복지 서비스나 필수 예방접종 등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즉,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자격, 혼인 관계 또는 자가 출산 등의 사유로 민법에 따른 출생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실제 아이가 태어나면 시흥시장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확인하고 증명서를 발급해주도록 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사례들처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필수적인 예방접종이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 질병과 상해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방역 혜택과 지원도 받지 못하며 유치원, 어린이집 그리고 학교 입학도 할 수 없는 유령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데, 부모 때문에 아이들이 기본적인 권리조차 평등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시흥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정말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중앙정부가 집행하는 법적인 출생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시흥시장의 책임하게 시흥에서 출생하는 모든 아동의 출생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에도 시흥시에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존재를 중앙 정부보다 시가 먼저 인정하고 기본적인 아동복지 정책의 혜택을 제공하도록 하자는 것이니 자치 분권 시대에 딱 맞는 조례 제정이라고 생각됩니다. 


흔히 조례안 발의는 시장이나 시의원이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시흥시의 경우 주민발의로 조례제정 청구가 이루어지려면 19세 이상 주민 1/50인 8285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8월부터 3개월 동안 시흥시민 2만 3천명이 서명에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의회에 접수된 주민발의 조례는 올 3월쯤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데요. 시흥시장은 조례 제정에 맞추어 경찰, 병원과 협종하여 출생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에 나설 뿐만 아니라 출생신고를 독려하고, 출생신고가 어려우면 조례에 따라 출생확인증을 발급하겠다고 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7조는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도 출생신고 제도의 문제가 있다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창원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68개 지방자치단체가 유네스코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았고, 44개 도시가 인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만, 이런 실질적인 아동권리와 인권보호 제도 마련에는 둔감한 것이 현실입니다. 특례시 인구 100만을 지키기 위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이부터 잘 챙기려는 노력이 창원에서도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