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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민간단체소비자운동의 형성과 활동성과

지역 민간단체 소비자운동의 형성과 활동성과-19

by 이윤기 2022.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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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라톤대회 참가비 환불 규정 마련 운동

  마라톤 참가비 환불 규정 마련 운동은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된 마라톤 붐이 절정을 향하고 있던 2003년에 마산YMCA 시민중계실과 YMCA 마라톤 동호회가 함께 진행한 소비자운동이다. 부당하고 잘못된 마라톤대회 규정에 대한 문제를 처음 발견한 것은 마라톤 동호회 모임에서 활동하던 회원들과 실무자들이었다. 당시 마라톤대회는 워낙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대회 개최 3개월 전부터 최대 6개월 전에 참가신청을 하고 참가비를 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문제는 참가비 완납 후에 개인 사정이 생겨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일이 생겨도 마라톤대회 참가비는 전혀 환불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중에는 마라톤 연습 중에 부상을 입는 경우,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 심지어 본인의 결혼식과 대회 날짜가 겹치는 경우까지 다양한 피해사례들이 있었다. 
  2003년 5월 27일 오마이뉴스 기사 “마라톤 참가비, 일절 반환할 수 없다?”를 보면, 국내에서 개최되는 마라톤대회만 한 해에 100개가 넘었고, 동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마라톤대회는 6천~1만 6천 명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이었다. 마라톤 동호인 숫자도 30~4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었으며, 전국적으로 마라톤 동호회 숫자도 500~600여개 이상으로 추산하였다.[각주:1] 국내 마라톤대회는 주로 언론사가 주최하는 스포츠 홍보마케팅 차원의 대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지역 홍보용 마라톤대회들이었는데, 대부분 대회 규모보다 더 많은 참가자가 몰리는 상황이었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았고, 마라톤 기록측정을 위한 전자칩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마라톤대회는 1만 5천원~4만원의 참가비를 받으면서, 한결같이 '참가비는 어떠한 경우에도 반환하지 않는다'는 대회 규정을 적용하였다. 참가신청 후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 대회에 불참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마라톤대회마다 참가자들의 불만과 원성은 끊이질 않았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 여러 마라톤대회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대회준비에 대한 참가들의 불만의 소리가 가득하였다. 이를테면 코스가 좋지 않다, 교통통제가 제대로 안된다, 주차시설이 엉망이다, 기념품이 조잡하다. 급수대가 부족하다, 거리표시판이 부족하다 등 대회운영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과도한 식전행사와 시장, 국회의원을 앞세운 의전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또한 오마이뉴스(2003년 5월 27일)에 의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참가비를 환불하지 않는다는 불합리한 대회 규정을 비판하고 참가비 환불을 요구하는 불만도 많았다. [각주:2] 그러나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유명 언론사가 주최하는 대규모 마라톤대회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마라톤대회까지 한결같이 참가비 환불 불가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천재지변으로 인한 대회 취소 시에도 참가비를 반환하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참가비 환불 규정 외에도 마라톤 대회 약관에는 다음과 같이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약관이 많았다. 

- 참가비는 납부 후 환불되지 않습니다. 이점 유의하시기 바라며, 참가비 납부 후 하위 종목으로 변경 시 환불되지 않으며, 상위종목으로의 변경 시는 추가금액을 납부하여야 합니다(제13회 315마라톤 대회).
- 참가신청에 따른 참가비는 환불하지 않습니다(OO일보 경주오픈마라톤 대회).
- 참가신청에 따른 참가비는 환불하지 않습니다(OO서울국제마라톤대회).
- 천재지변으로 인한 대회 취소 시 참가비는 일체 반환되지 않습니다(OO일보 통일마라톤 대회).
- 신청 후에는 종목변경이 불가능하고 참가비는 일체 반환되지 않습니다(삼천포-창선 교량개통기념 제 1회 전국하프마라톤 대회).
- 참가신청에 따른 참가비는 사유를 불문하고 일절 환불하지 않습니다(전주-군산국제마라톤 대회).

  마라톤대회의 대표적인 부당약관 사례를 보면, 참가 접수 마감 후 마라톤대회 참가비를 환불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이고, 주최 측은 경기 중 발생한 부상, 사고 등에 대해 응급조치 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것이다.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 발생 시 대회가 중지되어도 참가비는 일체 환불하지 않으며, 심지어 본인 실수로 과입금 시에도 환불하지 않았고, 참가가 확정된 뒤에는 대회 날짜가 많이 남아 있어도 참가자격 양도 및 대리참가가 절대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었다.[각주:3]

  마산YMCA 시민중계실은 마라톤 참가비 환불 규정 마련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 사이트를 개설하고, 전국의 마라톤 동호인들에게 서명운동에 참여하도록 하였고, 동시에 YMCA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은 자신들이 참가하는 마라톤대회가 개최되는 현장에서 동호인들에게 오프라인으로 서명을 받았다. 마라톤 동호인들이 온라인 마라톤 동호회 카페 등으로 서명운동 링크를 공유하면서 빠르게 서명 참가자가 늘어났고, 캠페인 기간 동안 1만 명이 넘게 서명운동에 참가하였다. 
  한편, 서명운동으로 마라톤 동호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동시에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마라톤 대회를 주최하는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기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국내 유명마라톤대회의 '대회규정'에 대하여 약관규제법 위반 여부 조사를 요청하였고, 재정경제부에는 마라톤대회 참가비 환불에 대한 소비자피해보상규정 마련을 요구하였다. 이어서 한국소비자원에 마라톤 대회 주최측과 행사 대행 사업자들의 마라톤대회 예·결산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소비자정보공개심의를 요청하였다. 
  우리나라 소비자기본법에는 소비자와 사업자간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소비자기본법시행령에 따라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전기, 전화, 가구, 자동차 등의 상품거래는 물론이고 여행, 예식, 이사, 레져, 학원 등의 용역 거래에서 일어나는 각종 소비자피해에 대한 보상규정을 정하고 있다. 소비자피해보상규정 중에서 비교적 마라톤대회와 성격이 유사한-계약이행 시점에 비하여 오래전에 계약이 이루어지고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사업자의 비용을 수반하는 상당한 준비가 이루어지는- 체육시설업, 레저용역업, 이사, 화물운송업, 그리고 여행업과 공연업의 소비자피해보상기준을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체육시설업이나 레저용역업의 경우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 개시일 이전에는 “총 이용 금액의 10% 공제 후 환급”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두 번째 이사 화물운송업의 경우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제할 때 “약정운송일 전까지 취소 통보 시 약정운임의 10% 배상, 약정운송일 당일에 취소 통보 시 20% 배상”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세 번째 여행업의 경우에도 여행자의 귀책사유로 취소하는 경우에 당일 여행의 경우 “여행개시 3일 전까지 통보 시 전액환급, 여행개시 2일 전까지 통보 시 요금의 10% 배상, 여행개시 1일 전까지 통보 시 요금의 20% 배상, 여행개시 당일 취소하거나 연락 없이 불참할 경우 요금의 30% 배상”을 피해보상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네 번째 공연업의 경우에도 관객의 귀책사유로 환급을 요구하는 경우에 “공연일 7일 전까지 20% 공제 후 환급, 공연일 3일 전까지 30% 공제 후 환급, 공연일 1일 전까지 50% 공제 후 환급”이라는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러한 소비자피해보상기준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분쟁을 원만하게 해소하고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다. 그런데, 마라톤대회의 경우 참가접수 후 절대 환급 불가라는 원칙이 불문율처럼 적용되고 있어서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이 모든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마라톤대회의 경우 대회일 이전에 기록측정 칩과 참가기념품 등이 우편이나 택배로 참가자에게 지급되는 등의 유사한 소비자피해보상 규정과 다른 특성이 있었지만, 대회물품 발송일 이전까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참가비를 환불받을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에 주장하였다. 
  2003년 대부분의 마라톤대회는 기록측정용 칩이 제공되는 경우 1인당 15,000~40,000원의 참가비를 받고 있었는데, 참가자의 귀책사유로 마라톤 대회 참가를 포기할 경우 ‘참가비 환불 절대불가’의 원칙이 적용되다보니 소비자들은 적지 않은 참가비를 포기하거나 혹은 대회 게시판을 통하여 ‘참가권 양도’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경우 대부분의 마라톤대회 주최 측에서는 ‘참가권 양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참가권 양도를 하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면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삭제해버렸다. 주최 측에서는 “참가권 양도가 이루어지면 대회 진행에 혼선이 생기고 대회 도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상-상해보험 가입 및 적용-이 이루어질 수 없는 등”의 문제를 들어서 참가권 양도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합리적인 참가비 환불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참가권 양도는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사고나 부상을 당하는 경우 상해보험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2차적인 피해와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소비자인 참가자의 귀책사유에 해당되는 연습 도중의 부상,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마라톤대회 참가를 포기할 경우 일정한 기준에 따라서 환불이 이루어져야 하며, 대회일 직전까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동호회 회원들 간에 참가자 교체의 경우도 환불이나 참가자 교체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실제 대부분 마라톤대회는 대회 개최 직전까지 참가권을 구하려는 예비참가자가 많았기 때문에 환불이나 참가자 교체가 이루어져도 대회 운영상에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이에 마산YMCA 시민중계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마라톤대회 운영규정이 대회 주최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여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마라톤대회 규정에 대한 부당약관 심의와 조사를 요구하였으며, 재정경제부에는 마라톤대회 참가비 환불에 대한 소비자피해보상기준 마련을 요청하였다. 
  온·오라프라인 서명운동은 지역언론과 중앙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KBS 시사고발프로그램 ‘우리사는 세상’을 통해 두 차례 방송이 되면서 많은 마라톤 동호인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환불 규정 마련을 지지하였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은 2003년 9월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참가비 환불 불가 조항과 주최 측의 안전책임 면책 조항 등에 대하여 약관심의를 요청하였는데, 12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약관으로 판단하고 60일 이내 시정 권고를 하였다. 마산YMCA는 동아일보 외 8개 사업자에 대하여 부당약관 심사청구를 진행하였으며, 이들 사업자는 즉시 자진 시정조치에 착수하였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상대로 마라톤대회 진행비 일체에 관한 소비자정보공개요구를 하였고, 한국소비자원에서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개최되어 정보공개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처벌조항이 없는 정보공개 결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하였고, 끝내 소비자들이 바라는 정보공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9개 마라톤대회 사업자 및 운영자에 대한 시정 권고를 계기로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제안을 받아들여 참가비 환불 규정을 만들게 되었다.
  당시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대회 30일 전까지는 전액 환불 또는 참가자 교체, 대회 20일 전까지는 10% 공제 후 환불 또는 참가자 교체, 대회 물품 택배 발송 전(15일 전)까지는 20% 공제 후 환불 또는 참가자 교체, 대회 물품 택배 발송 후(14일 전)부터는 환불 불가라는 환불규정을 제안하였다. 국내 메이저 마라톤대회를 주최하는 OO일보사 마라톤, OO일보 서울국제마라톤, OO일보 통일마라톤 등 국내 메이저 대회부터 참가비 환불규정과 대회 면책조항을 수정하게 되었으며,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대부분의 마라톤 대회도 환불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게 되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약관 심의 제도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활용하여 지역 민간 소비자단체의 소비자운동 영역과 역할을 확장하고 지평을 넓혔다는데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표 42>).

  1. 오마이뉴스, 2003년 5월 27일, 마라톤 참가비 일절 반환할 수 없다? [본문으로]
  2. 오마이뉴스, 2003년 5월 27일, 마라톤 참가비 일절 반환할 수 없다? [본문으로]
  3. 오마이뉴스, 2003년 6월 7일, 마라톤대회 불공정 약관 개선되어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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