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5. 13 방송분) |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포함된 가정의 달 5월 잘 보내고 계시겠지요? 오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족 심하게 부침을 겪고 있으며, 석 달 가까이 장관이 공석 상태인데, 국회도 언론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방치 상태에 있는 여성가족부 문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우리공화당 등 보수정당 후보들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시작되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면서 본격화 되었지요. 여당이된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 공약 실현을 위애 취임 직후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심이 되어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하였습니다.
당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청소년 및 가족에 관한 사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여성가족부 폐지가 추진되면서 부처 폐지 논란에 일반 국민들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데요.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는 국회 청원에 3일 만에 5만명 이상이 서명하게 되고,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 청원에도 5만명 이상이 서명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을 명확히 하다보니, 윤석열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된 장관은 “여성가족부 폐지 업무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장관”이 됩니다. “여성가족부 해체는 발전적 해체다”, “마지막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겠다”는 등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부처 폐지를 공공연히 밝히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하러 온 여성가족부 장관 불명예 퇴진
그해 10월 정기국회에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대신 보건복지부 산하에 장관급에 준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여 여성가족부 업무 대부분을 이관하고, 여성 고용 정책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개편안이 공식화 됩니다. 즉 여성가족부가 보건복지부 산하로 들어가는 계획인데요. 대통령실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지만 그 기능은 없애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모순적인 새로운 입장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작년 2월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대통령 취임 이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여성가족부는 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조직 개편은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잼버리 사태가 터졌습니다. 잼버리 대회 주관 부처가 여성가족부인데, 기억하시는 것처럼, 야영장 입지 조건과 위생 상태, 온열질환자 속출, 코로나-19 환자 발생 등으로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았으며, 일부 국가에서 자기 나라 대원들을 다른 시설로 대피시켰고, 설상가상으로 태풍 카눈이 덮치면서 참가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세계 언론으로부터 “ 스카우트 잼버리 100년 역사상 최악의 대회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잼버리 대회 당시 논란의 핵심에 있었던 김현숙 장관은 폭염 상황에서 잼버리 대회 야영지에 머물지 않고, 인근 숙소에서 공짜 숙박을 했다는 논란까지 이어졌고, 행사 폐막 이후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해 9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게 되었지요.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임으로 임명한 사람은 언론인지자 정치인 출신인 김행 후보자인데,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파킹 의혹, 배임 의혹, 여성 비하 기사 등이 밝혀지면서 야당의 반대뿐만 아니라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는데, 급기야 인사청문회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줄행랑 후보라고 불리웠으면 결국 장관 지명 한 달 만에 스스로 사퇴하게 되었습니다.
인사청문회 하다 도망친 여가부 장관
그런데 문제는 그 후 여성가족부에는 새로운 장관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후임 장관으로 임명되었던 김행 후보자가 작년 10월에 사퇴 한 후 대통령은 새로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고, 잼버리 대회로 사퇴 입장을 밝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던 김현숙 장관은 올해 2월 22일까지 장관으로 있다가 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식물부처로 전락하게 됩니다. 정부 출범 전부터 부처 폐지 입장이 공식화 되고, 잼버리 대회 실패로 세계 여론의 비난을 받았으며, 이미 사퇴했던 장관이 6개월이나 더 장관직을 수행하였습니다. 후임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자 대통령은 아예 장관 지명을 하지 않아 올해는 차관이 업무를 대행하는 상황이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5월에 속해 있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행사의 주관부처는 여성가족부인데, 지난 5월 5일 대통령실이 주관한 어린이날 행사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무 장관으로 참석하여 대통령을 수행하였습니다. 아직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았으니 장관이 공석이면 대행을 맡은 차관이 나와야 하는데,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업무를 이관시키려고 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 현직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은 보건복지부 국장이 임명되어 야당이 반대하는 여가부 해체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결국 장관이 없는 여성가족부는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외청이나 산하기관이나 다름없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여성과 청소년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여가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부처인가?
작년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성가족부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청소년 국제교류, 청소년 활동 예산, 학교폭력 예방 예산, 청소년 정책참여 지원 예산,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예산, 성인권 교육 예산 등이 모두 삭감되었습니다. 실제 예산이 삭감된 청소년 사업 중 극히 일부만 지방정부 예산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업은 중단되었습니다.
올해 여러 부처가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청소년 예산은 올해 추경 예산에서도 전혀 복구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던, 가족친화과 설치가 무산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출생률이 낮아 매우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저 출생 대책인 일·가정 양립 강화 정책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결국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은 젠더 갈등만 증폭시킨 상황이며, 그로 인한 모든 피해는 여성과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이 받고 있으며 미래 지향적인 가족 정책도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해도 여성가족부가 하던 업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대통령 임기 중에는 야당이 반대하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면, 폐지가 불가능한 여성가족부 장관을 하루 빨리 임명하여 여성 정책, 청소년 정책, 가족 정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