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5. 19 방송분) |
6.3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방선거는 4년에 한 번씩 치르는데, 이번 선거는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9번째 선거입니다. 지방선거와 2년 전후에 4년마다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감안하면 2년에 한 번씩 전국단위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구요. 5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까지 포함하면 10년 동안 대략 7번 정도의 전국 동시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늘은 선거 기간 동안 배출되는 쓰레기 문제와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만, 거리 곳곳에는 선거 이슈를 담은 정당 현수막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이 정당 현수막들은 일반 현수막과 달리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부착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 때가 아니어도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당명, 연락처, 15일인 게시 기간을 명시하고, 어린이보호구역과 소방시설만 피하면, 따로 신고나 허가 없이 읍면동별로 2개까지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보기에 온 동네에 다 현수막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주요 길목에 설치해놓은 탓도 있고, 여러 정당이 같은 장소에 현수막을 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철거한 정당 현수막만 10만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는 5만 5621개였던 2024년보다 2배나 증가한 숫자이고, 설치 기간 15일을 넘긴 경우가 7만 여건으로 가장 많았고, 표시 방법 위반, 읍면동별 설치갯수 위반, 설치장소 위반이나 설치 방법 위반 순이었습니다. 실제로 2025년 한 해 동안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만 해도 전국에서 약 3만 5000여건이나 접수되었다고 하니 일선 시군도 적지 않은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입니다.
2025년 전국 지자체 철거 현수막 10만 개
이처럼 정당들이 현수막 설치 규정을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혐오·비방·인 권침해성 내용 그리고 극단적인 주장이 마구잡이로 내걸리자 작년 11월 행정안전부가 ‘옥외광고물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요. 광고내용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거나, 인권 침해 혹은 민주주의를 왜곡 하거나 부정하는 경우, 그리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으며 피해 당사자 또는 다수인의 민원이 제기된 경우 금지광고물에 해당한다는 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 역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지침이어서 제대로 규제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기 위하여 작년 11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였습니다만, 소수정당들의 반대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이 생기면서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철에는 현수막뿐만 아니라 각종 홍보물이 넘쳐나게 됩니다. 또 정당과 후보를 알리는 선거운동원 유니폼과 홍보물이 거리를 뒤덮을 것이며, 집집마다 두툼한 봉투에 담긴 선거공보물이 배달될 것이고, 거리에는 선거 벽보가 곳곳에 설치될 것입니다. 지난 2018년 선거의 경우 투표용지와 선거공보물에 사용된 종이만 1만 4728톤이었고, 현수막은 약 14만 여장이 전국에 내걸렸다고 합니다. 특히 현수막을 무게로 환산하면 9220톤이나 되는데, 재활용율은 33%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당시 선거홍보물로 인해 배출된 온실가스는 총 2만 8084톤이었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현수막 1장을 제작하고 폐기할 때 발생하는 탄소량은 500리터 냉장고 10개를 가득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2018년 선거홍보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는 국민들이 플라스틱 일회용 컵 5억 4천만개를 사용했을 때와 맞먹는 양이라고 하니 정말 엄청나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지방선거와 함께 전국에서 14개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치뤄야하니, 2018년 선거보다 훨씬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이 이루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2018년 선거, 온실가스 2만 8084톤 배출 = 1회용 플라스틱컵 5억 4000만개 분량
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터진 미국-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현수막의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현수막 제작 비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로 5미터 세로 0.9미터 현수막 제작단가가 평균 6만원에서 9만원으로 급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자금력이 풍부한 거대정당은 비용 부담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소수정당의 경우 득표율이 낮으면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불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공정성 문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선진국들도 우리나라처럼 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벽보를 붙이는 선거를 하고 있을까요? 독일은 이미 10년 전부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한 정책 홍보나 자료 배포 등의 온라인 선거운동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하구요. 프랑스의 경우는 후보가 발송하는 선거홍보물에 친환경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을 때만 선거 비용을 보전해준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선거홍보물의 디지털 전환, 거리 벽보 대신 거점지역에 QR 코드가 포함된 통합 안내판 설치, 현수막의 친환경 소재 의무화, 선거홍보물을 제작한 후보자나 정당에게 재활용 비용을 부담시키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온라인 선거 마케팅이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선거 캠페인이 필수가 되면서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SNS 선거운동...AI 컨텐츠 생산, 유통...막대한 에너지 사용
특히 생성형 AI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AI도구를 활용하여 민심을 분석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수 많은 홍보물이 유권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되고 각종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뿌려지고 있는데요. 이 모든 과정은 모두 막대한 전기를 사용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온라인 홍보가 늘어나는 만큼, 오랜 관행으로 해오고 있는 오프라인 종이 홍보물과 현수막을 줄이지 않으면, 탄소 배출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공직선거법은 경쟁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선거로의 전환까지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수막과 인쇄물의 총량을 적극적으로 감축하고, 친환경·재활용 소재 사용을 의무화해야 하며,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전자 공보 도입이나 온라인 선거 홍보 가이드 라인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친환경 선거 마케팅을 도입하는 후보들에게는 선거 비용 보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공직자를 뽑기 위해 전 국민이 막대한 탄소 배출을 감수하는 만큼, 선거에서 뽑힌 공직자들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