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무현 대통령

폭우 뚫고 200km 걸어 온 봉하마을 도보 순례단

by 이윤기 2009. 7. 9.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꼭 기억해주세요." 



여수에서 마산까지 200여km를 걸어온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여수에서 봉하까지 걷는 '여수 봉하마을 도보순례단'을 만나 마산 석전동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무관심한 시민들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노무현 대통령을 꼭 기억해주세요"하는 그 말을 처음 듣는 순간, 왜 그리 눈물이 핑 돌던지요?

지난 7월 4일 아침 노무현 대통령 여수분향소를 출발하여 7월 10일 봉하마을 도착을 목표로 걷고 있는 '여수 봉하마을 도보순례단' 일행 9명이 오늘(8일) 낮 12시가 조금 넘어 마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여수에서 출발한 봉하마을 도보 순례단은 일주일동안 250km, 6백리 길을 걸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 49재와 안장식에 참여한다는 계획입니다. 마산을 방문한 '여수 봉하마을 순례단' 일행 중 강용주 단장(여수시의원)과 이연신님(나눔과 드림), 여수시민광장 대표 바다로님 세 분을 인터뷰하였습니다.


- 여수에서 봉하까지 도보순례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여수 도보순례단에 앞서서 임진각에서 출발한 '봉하를 향한 참꿈 따라 걷기 순례단'이 전국을 걸어서 49재와 안장식이 열리는 7월 10일에 봉하마을에 도착할 예정이다. 여수에서도 노무현 대통령 49재에 조금 더 정성과 예의를 갖춰 참여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출발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시절 민주주의 확장, 지역균형발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이 갑작스런 서거로 단절될 위기에 처하였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 도보 순례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또한 국민들의 추모 열기를 나누고 확장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서는 의미에서 여수를 출발하여 12개 시군을 거쳐서 봉하마을까지 걸어서 49재에 참가하기로 몇 사람이 뜻과 마음을 모은 것이다. 살아있는 자들의 몫으로 남겨진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고민도 해보고, 도보 순례를 통해 만나는 지역민들과 이야기도 듣고 나누고 싶었다."

"노무현 대통령 묘비에 시민이 주인, 조직화된 시민이 주인이라고 새긴다지 않는가? 조직화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고인의 뜻을 새기려는 의미도 있다. 영호남 12개 시군을 걸어오는 동안 각 지역마다 흙을 모아서 왔다. 아마 49재 후에 열리는 봉화산 안장식에 이 흙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거정국의 아픔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의미도 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온 국민이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를 두려움 속에서 맞을 것이 아니라 일어서서 맞서 지켜야 한다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의 신념, 가족과 지인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자기 몸을 던진 그 뜻을 순례길 내내 새기고 또 새기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 누가 제일 먼저 하자고 제안하였나?

"여기 있는 강용주 단장이 제일 먼저 제안하였고, 혼자 보내기에는 짠한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결국 함께 걷기로 한 것이다. 몇 사람은 여수에서부터 봉하마을까지 전 구간을 걷고 있고, 몇몇 사람들은 교대로 차량운전을 하는 등 역할을 분담해서 걷고 있다. 여수 시민들 중에 잠깐씩 짬을 내어 하루씩 걷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참가자 중에 컴퓨터 납품과 A/S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루 종일 도보 순례를 하고 밤에 여수로 내려가서 회사 일을 처리하고 아침에 와서 다시 도보 순례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 여수가 노무현 무슨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께서 여수시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2012년 여수박람회 유치'를 위하여 각별한 노력을 하셨다. 여수는 김영삼 대통령 임기 때 유치활동을 시작하여 13년 동안 준비하였던 2010 세계박람회 유치에 한 번 실패하였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때 두 번째 유치활동을 하였는데, 이미 김대중 대통령 당시 한 번 실패한 사업이라는 부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초기에 참여 정부 국가사업으로 확정되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에 유치 결정이 이루어졌는데, 세계 박람회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로 초청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사단이 여수를 방문하였을 때 대통령께서 직접 여수로 내려와 환영행사에 참여하는 등 유치활동에 힘을 실어주셨다. 세계 박람회 실사단에게 한국 정부가 여수박람회에 각 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노무현 대통령 서구 당시 여수 시민분향소에는 7만 명 이상 추모인파가 몰려들었다. 여수 시민이 30만쯤 되는데, 무려 7만 명이 분향소를 다녀간 것이다. 분향소에 놓인 모금함에1000원, 2000원, 1만원, 2만원씩 모은 돈이 무려 4200여 만 원이 모였다. 모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모금액이다."

"여수 시민 분향소를 운영하고도 1900여 만 원이 남아있다.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공식 재단이나 기구가 생기면 그곳에 전달할 계획이다. 아무튼 여수 시민들은 세계박람회를 안겨 준 노무현 대통령에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여수 시민들의 이런 마음을 발걸음에 담아 봉하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여수 시민들에게 남기고 간 큰 선물이라고 믿고 성공적인 개최로 보답할 것이다. 물론 마음속 깊은 곳에는 살아 있을 때 힘이 되어주지 못한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깔려있다."

- 어려움이나 즐거운 일이 있으면 말해 달라.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무릎도 아프고 사타구니가 쓸려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숙소에 들어가는 저녁, 그리고 다시 출발하는 아침이면 '대공사'(?)가 벌어진다. 파스, 밴드를 동원하여 발바닥 다리에 하루를 무사히 걷기위한 공사가 벌어진다."

"막상 걸어보니 허리 위와 허리 아래가 따로따로가 된 것 같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다리로 걷는 것이 분리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걷는 동안 희망의 단초들을 많이 발견했다. 도보 순례를 하는 동안 매일매일 대한민국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

"길을 걷다 만난 택시 기사분 중에는 하루 일당에 해당되는 돈을 기꺼이 내놓고 가는 경우도 있었고, 팔고 있던 과일을 담아 주는 분, 차를 타고 지나쳤다가 다시 음료수를 챙겨 돌아오는 분... 창문을 내리고 큰 소리로 격려해주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건강한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시던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의 씨앗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도보 순례 참가자은 대부분 여수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다. 참가자들간의 깊은 연대감  그리고 방문 지역 시민들과의 깊은 연대감은 덤으로 얻는 것 같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우리가 길을 걷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렵고 험한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가 그렇고, 용산참사로 고귀한 목숨을 잃은 이들, 촛불문화제로 구속된 분들, 가족의 생계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쌍용차 노조원들,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한 전교조 교사들, 고용불안에 휩싸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걷는 걸음을 결코 힘들다고 말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의식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가 죽고 난 후 미래의 역사는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서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서야 한다. 서거정국의 아픔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지난 7일(화)에는 경남지방에 곳곳에 250mm가 훨씬 넘는 폭우가 쏟아져 진주시청을 출발하여 함안 군청까지 약 45km를 앞을 보기 힘든 장대비를 맞으며 걸었다고 합니다. 8일 아침 함안군청에서 도보 순례 5일째 일정을 시작한 '여수 봉하마을 도보 순례단'은 마산에서 점심을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는 315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창원시청, 정우상가 민생민주경남회의 시국농성장을 거쳐 창원에서 묵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수 봉하마을 도보순례단은 9일(목) 창원을 출발하여 진해 - 김해를 거쳐 진영으로 이동할 계획이며, 임진각에서 출발한 '봉하를 향한 참꿈 따라 걷기 순례단'과 만나 10일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49재와 안장식에 참가한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