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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요법, 알고 보면 조상의 지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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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민족의학연구원에서 엮은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둘째 아이는 어렸을 때 소아천식으로 고생을 하였다. 첫 돌이 되기 전에 병원에 입원하여, 밤새 가슴과 등을 두드리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이라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흘 밤낮으로 아이의 가슴과 등을 두드린 기억이 있다.

지금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세균이 원인인지, 바이러스가 원인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균 배양검사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 동안 의사의 경험으로 치료하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오늘밤이 ‘고비’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첫 돌도 지나지 않은 여린 가슴과 등을 밤을 새워 두드리는 일 밖에는 없었다.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던 아이는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퇴원하였지만, 그 뒤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천식, 폐렴 등으로 악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했다. 실제로 그 후에도 여러 번 천식, 폐렴으로 악화되어 셀수 없을 만큼 많은 병원치료와 몇 차례의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픈 아이를 둔 부모는 온갖 좋다는 방법을 다 해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녹색대학에서 뵙게 된 양동춘 선생님이 처방해주신 버섯균사체를 꽤 오랫동안 먹였고, 함께 처방해주신 선퇴를 한약방에서 구해다가 오랫동안 달여 먹였다.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기관지에 좋다는 것은 모두 구해다가 아이에게 해 먹였다. 땅벌집, 도라지, 석류엑기스를 비롯하여 콩나물, 생강, 파뿌리, 귤껍질 같은 재료들을 꿀에 재워 먹이기도 하였고, 생엿과 함께 녹여 먹이기도 하였다.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마, 기침, 감기 등에 좋다는 민간요법은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지 싶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는 짧지 않은 단식도 함께 하고, 냉온욕, 풍욕, 각종 찜질 요법 등 아이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자연의학 요법도 해봤다. 아이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키운 부모로서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단식요법이었다고 믿고 있다.

수년 전에 오마이뉴스에 단식 기사를 올렸다가 ‘아동학대’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지만, 지금도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믿고 있고, 그 후 아이는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여 적어도 ‘천식’ 증상이 다시 반복되지는 않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몸을 다스려 왔을까?

우리겨레는 어떻게 몸을 다스려 왔을까요? 옛부터 우리 겨레가 질병을 다스리고 건강을 지키려고 일상에서 널리 써 온 치료법을 흔히 민간요법이라고 한다. 의사들 중에는 ‘민간요법’을 비과학적인 미신처럼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민간요법이 여전히 전해지는 것은 실제로 효과를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이사장 : 윤구병)에서 펴낸 <약 안 쓰고 병 고치기>는 바로 우리 겨레가 질병을 다스리고 건강을 지키던 이런 민간요법을 집대성한 책 이다. 책을 펴낸 민족의학연구원은 “민족의학을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 통양과 서양의 의료가 바람직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의학자, 의료인, 철학자, 과학자들이 모인 단체”이다.

<약 안 쓰고 병 고치기는> 북녘에서 나온 책 <토법의 림상응용>(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0)을 남녘 실정에 맞게 고쳐 쓴 책이라고 한다. 옛부터 조상들이 일상에서 널리 써 온 치료법을 ‘민간요법’이라고 하는데, 이를 북녘에서는 ‘토법’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지금 북녘에서는 이를 ‘토법’이라 하며 꽤 널리 쓰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의약품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실제 임상 치료에서 널리 쓰는 것은 효과가 나쁘지 않고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약품 부작용에 시달리기 일쑤인 우리 남녘 사람들한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약 안 쓰고 병 고치기>는 북녘의 민간요법 즉, ‘토법’을 남녘 실정에 맞게 고쳐 쓴 책이라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민간요법, 토법이라는 표현 대신 ‘옛 치료법’이라고 고쳐 부르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우리 조상들에게서 전해 온 옛 치료법은 누르기, 자극, 찜질, 감탕, 땀 내기, 운동, 물 맞기, 온천, 바닷물, 자연치료, 약물과 같은 옛 치료법들이다.

누르기 - 손가락, 손바닥, 주먹, 팔꿈치로 아프고 피로한 몸을 주무르거나 두드려서 피를 잘 돌게 하는 치료법이다.

자극 - 혈자리(경혈)나 치료점을 머리핀이나 볼펜처럼 끝이 뾰족한 도구로 자극하거나 담뱃불 또는 향불을 가까이 댔다가 뜨거우면 떼는 방식으로 자극을 주거나, 겨자, 마늘, 파, 송진처럼 자극성이 강한 약물을 빻거나 갈아서 반창고나 붕대로 붙이는 것.

찜질 - 살갗이나 끈끈막(점막)을 뜨겁거나 차게 자극하여 질병을 미리 막거나 고치는 치료법이다. 온도에 따라 더운찜질과 찬찜질로 나누고, 재료에 따라서는 모래찜질, 감탕 찜질, 온천 찜질, 돌찜질, 진흙 찜질, 약물 찜질들로 나눈다.

땀내기 - 가장 널리 쓰이는 옛치료법으로 대중탕, 사우나, 찜질방은 물론이고, 온돌방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푹 내도록 하는 민간요법이 있으며, 동의보감에도 땀내기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운동 - 팔, 다리, 목, 허리가 아픈 사람이 스스로 뼈마디(관절) 운동을 하거나, 누군가 곁에서 운동을 돕는 치료법이다. 운동 요법을 쓰면 뼈 조직이 빨리 불어나 뼈가 튼튼해지고, 또 아픈 곳 중추 신경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물 맞기 - 북녘에서는 흔히 ‘덕수 맞기’라고 하는데, 2~3m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는 치료법을 말한다. 온천수나 바닷물 맞기, 물 끼얹기, 물총 맞기, 물 안마도 여기에 든다. 물 맞기는 심장 혈관이 제 구실을 하게 돕고, 온몸에 피가 잘 돌게 한다.

온천 - 온천에는 몸에 좋은 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염화 이온, 황산 이온, 탄산수소 이온 등 여섯 가지 이온 성분이 많이 들어 있고, 적은 양이지만 다양한 활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온천욕은 혈액 순환을 돕고 저향력을 높이며 장기를 튼튼하게 한다.

바닷물 - 끊여 소독한 바닷물을 앓는 곳에 닿게 하거나 마셔서 질병을 다스리는 치료법이다. 살갗 염증을 비롯하여 신경병, 소화기병, 기관지염, 부인병, 입안이나 코에 생긴 질병에 잘 듣는다. 여름철 건강법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수욕이다.

자연치료 - 옛사람들은 물 맑고 공기 좋고 햇살이 따스한 곳에서 사는 것을 장수의 비결이라고 여겨 왔다. 자연치료는 이처럼 날씨, 공기, 햇빛이 주는 이로움으로 병을 고치고 건강을 지키는 방업이다.
 
약물 -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야트막한 산과 너른 들이 펼쳐져 사람과 동물에게 이로운 나무와 풀이 많았다. 옛 사람들은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나물이나 약초로 즐겨 썼다. 전통의학에서 나무와 풀의 성질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약으로 쓰는 방업이 따로 있으나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약초 씀씀이도 그에 못지않다. 다만 민간에서 말하는 약물치료는 한약재로 가공하지 않고 자연물 그대로 쓰는 방법이다.

옛 치료법, 만병통치의 비법은 아니다

<약 안 쓰고 병 고치기>를 엮은이들은 위에서 살핀 옛 치료법들이 모든 병은 잘 다스리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며 스스로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몸이 너무 쇠약한 이를 비롯하여 급성 폐렴환자, 심장 판막증이나 협심증 발작을 심하게 앓는 환자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또 출혈성 질병, 전염성 질병, 세균으로 인한 활동성 폐결핵이나 간염, 심한 당뇨병, 고혈압 3기 이상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도 현대의학에 기대는 편이 낫다. 그런가 하면 심한 동맥 경화증을 비롯한 혈관 계통 환자, 중추 신경 계통 환자, 갑성선 중독, 종양, 심장에 문제가 생겨 비만증에 걸린 환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떤 질병은 현대의학 보다 옛 치료법이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눈, 코, 귀, 입안 질병을 비롯하여 감기, 기관지염, 천식 같은 호흡기 질병도 잘 다스린다. 나아가 가벼운 동맥경화증이나 협심증 발작, 만성 위염 같은 소화기 질병, 신경통을 비롯한 말초 신경계통 질병, 고혈압 초기, 타박상 후유증, 여성 성기 염증, 만성 피부염에도 잘 듣는다.”

이른바 민간요법으로 불리는 옛 치료법은 우리 몸 스스로 병을 다스릴 수 있게 돕는 것이므로 병을 앓은 지 얼마 안 되었거나 급성에서 만성으로 넘어가는 때이거나 만성환자, 후유증 환자, 회복기 환자들이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치하고 비과학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이 책에는 수천 수백 년을 이어 온 겨레의 지혜가 남겨있다고 한다. 현대의학처럼 화학 약품이나 억지스런 힘을 쓰지 않고도 몸에 좋은 기운을 돋우면서 또 부작용도 드물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물, 불, 공기, 흙, 나무, 풀, 햇빛 같은 자연계 물질로부터 치유력을 배워 자연물 가운데 하나인 제 몸을 자극하여 피와 기운들 돋게 하고 굳은 힘살을 풀어 병을 다스리고 건강을 지켜왔다. 말하자면 <약 안 쓰고 병 고치기>는 자연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저마다의 질병을 다스리는 힘을 배워 활용하는 치료법인 것이다.

<약 안 쓰고 병 고치기>에는 기본이 되는 부위별 혈자리를 비롯하여 각각의 증상에 따른 자극, 찜질, 바닷물 등 다양한 치료법을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가급적 여러 가지 치료법을 함께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각각의 증상에 따라 옛치료법을 적절하게 적용하려면 책을 곁에 두고 그때그때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다.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 10점
민족의학연구원 엮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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