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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채식 건강

어른의 2.5배, 어린이 항생제 남용 더 심각하다

by 이윤기 200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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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테라사와 마사히코가 쓴 <병원에 가도 아이들 병은 왜 오래갈까?>


옛날에 비하여 요즘 아이들이 감기도 자주 걸리고 감기에 걸리면 잘 낫지도 않는다는 것을 느끼셨는가요?

툭하면 열이 나서 소아과를 안방 드나들듯이 하거나 기침 콧물이 한 달이 지나도 낫지 않는 아이들, 중이염이 자꾸 와서 몇 달째 약을 달고 살거나 먹는 약으로 낫지 않아 입원까지 하는 아이들이 자꾸 많아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옛날 아이들에 비하여 신체적인 성장도 훨씬 빠르고 영양상태도 좋아졌는데, 왜 아픈 아이들, 잘 낫지 않는 아이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을까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 중에는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공기가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분도 있고, 요즘 아이들은 많이 먹어 살은 쪘지만 운동하는 것을 싫어하여 체격은 좋아졌지만 실제로 체력은 더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혹은, 저 출산으로 집집마다 자녀 숫자가 줄어들다보니 아이들을 너무 귀하게 키우다보니 나약해졌다는 분들도 있고, 더 힘이 쎄고 강력한 새로운 병균이 나타나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원인일까요?

일본의 저명한 소아과 의사인 테라사와 마사히코가 쓴 <병원에 가도 아이들 병은 왜 오래갈까?>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씌어진 책입니다. 소아과 의사인 테라사와 마사히코는 세계적인 내성균 연구자로 알려진 히라마츠 게이치 교수와 함께 항생제 내성의 위험을 알리는 실천적인 의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신종플루가 한창 확산되던 지난 9월 테라사와 마사히코의 2007년 책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를 인용하여 “신종플루를 예방, 퇴치한다”고 과장 광고하는 항균세정제, 항균 비누 제품의 항생제 남용 위험을 경고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아닌 시민단체 활동가가 쓴 글이라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습니다. 제가 테라사와 마사히코가 쓴 책을 인용한 기사를 쓴 한 참 후에 의학전문 신문들이 항균세정제와 항균 비누의 위험을 경고하는 기사를 내 보내기 시작하였고 나중에는 유력 일간지와 방송에서도 앞 다투어 보도를 하더군요.

아무튼 테라사와 마사히코가 쓴 <병원에 가도 아이들 병은 왜 오래갈까?>는 허약하고 자주 감기에 걸리고, 한 번 감기 걸리면 잘 낫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 그리고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님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일본과 다르지 않는 한국 소아과

소아과 의사인 테라사와 마사히코는 병원을 개설 한 후 항생제 효과가 없는 어린이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들을 관찰하면서 약의 치료효과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는, 아이들 증상에 맞는 약을 적절하게 처방하여도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 이유를 찾아내는데, 그것은 바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내성균’들이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 소아과병원에서는 사소한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감기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고, 세균을 퇴치하는 데에 쓰이는 항생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균에 의해 기관지염이나 폐렴에 걸릴 수도 있으니 미리 항생제를 먹여야 한다’면서 감기에 걸린 아이들에게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런 항생제 남용 사정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항생제 남용은 항생제에 죽지 않고 살아남는 ‘내성균’을 출현시키게 된다고 합니다. 세균들도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항생제 약효를 이겨낼 수 있는 돌연변이가 탄생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꼭 필요한 병이 아닐 때 예방을 위해서 항생제를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 우리 몸을 지켜주는 유익한 세균을 모두 죽게 할 뿐만 아니라 내성균이 생겨나서 생명을 위협하는 더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 입니다. 

그는, 감기, 농가진, 급성 중이염 등을 치료한 경험을 통해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소아과 병원의 실례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입본의 경우 급성 중이염에 걸린 아이들의 80%는 항생제 내성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항생제 상식 - 보균과 감염은 다릅니다. 물에 세균이 단지 존재만 한다면 이는 보균이면, 그 세균이 원인이 되어 감염을 일으켰을 때만 감염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매일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도 내성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입니다.


의사가 아닌 우리를 더욱 기가 막히게 하는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바로 다음 내용 때문입니다.

“원래 급성중이염은 80% 정도는 자연히 낫습니다. 귀가 심하게 아픈 급성중이염 환자들도 60%는 조금 지켜보면 24시간 안에 대부분 낫게 됩니다. 호주의 항생제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급성중이염은 ‘자연히 낫는 병’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심지어 고름이 고여 있다고 해도 자연히 나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고막이 자연적으로 파열되면 고름이 빠져나와 열이 내리고 금방 나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이 일본인 의사는 고막이 파열되어도 열이 내리지 않을 경우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꼭 알아두어야 할 항생제 상식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감기의 경우도 95% 바이러스 감염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항생제 치료가 필요 없다고 합니다.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은 5% 정도인데 세균이 원인인 편도선염, 기관지염, 폐렴 등 경우에만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항생제 사용에 주의하라는 저자의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그는, 항생제 자체가 위험한 약이나 나쁜 약은 아니라는 것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항생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는 것 입니다.

항생제 자체가 내성균을 만드는 원인이 아니라 사람들이 항생제 처방이 필요 없는 질병에도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남용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내성균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아프면 바이러스가 원인인지 세균이 원인인지를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 세균 감염 증상을 보일 경우에도 반드시 세균 검사를 실시하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테라사와 마사히코는 세균 감염이 의심될 때는 먼저 혈액검사, CRP 검사 그리고 그람 염색법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 검사들은 일본과 한국에서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검사라고 합니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광범위 항생제를 처방하는 대신에 이런 검사 절차를 거쳐서 원인균에 맞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치료 방법이라는 것 입니다. 원칙적으로 엄격한 항생제 사용을 강조하는 테라사와 마사히코지만, 일단 처방 받은 항생제는 용법과 용량을 지켜 꼭 마지막까지 복용하라고 합니다.

“항생제가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처방된 용량보다 적게 먹인다거나, 병세가 좋아져서 복용기간이 남은 약을 끊어버린다거나, 일부러 하루씩 걸러 먹인다면 아이는 약을 먹은 효과도 없을 뿐더러 세균을 없애기도 더욱 어려워져서 훨씬 증산이 심한 병을 얻데 될 수도 있습니다. 내성 증가 위험도 당연하게 커지게 됩니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예전에 비슷한 증상으로 아팠을 때 먹다 남은 항생제 약을 먹이는 것도 절대 안된다고 합니다. 전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여 같은 원인균이라고 확신할 수 없으며, 전에 효과가 있었다고 꼭 같은 효과가 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 입니다.

항생제 남용 위험, 먹는 음식도 주의하라 !

한편, 소아과 의사인 테라사와 마사히코는 항생제 위험은 주사와 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전체 항생제의 70%는 병원 치료용이 아니라 가축 사육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 입니다. 가축 항생제 감염 예방 목적뿐만 아니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하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항생제를 사료에 섞어서 먹이면 가축들의 위장 속 세균을 죽여 영양분의 흡수를 높여줍니다. 즉, 같은 양의 사료를 먹어도 살이 더 찌고, 단 기간에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30년 전에는 56일째의 닭이 0.9kg이었지만 지금은 2.7kg이라는 것 입니다.” (본문 중에서)

일본에서 축산업에 쓰이는 항생제 사용량은 년간 900톤, 양식어 사용량은 약 180톤으로 가축뿐만 아니라 양식되는 생선에 항생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신종플루 공포, 항균세정제 남용으로 내성균 위험만 증가

아울러, 항균제품의 위험도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항균비누에는 트리크로산이라는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이런 비누를 사용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세균이 트리크로산에 내성을 획득하면 항균효과는 금새 사라지게 된다는 것 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서 항균세정제와 항균 비누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습니다만 어떤 항생제 성분이 들어있어도 곧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은 내성균만 키우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내성균 위험이 아니더라도 항생제를 사용하면 인체에 유익한 세균까지 싹쓸이 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아이들에게 마구 사용하는 항균제품이 병에 걸려도 쉽게 낫지 않는 아이들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아이들이 아픈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잔병치레를 해야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 입니다. 보통 소아과에 오는 아이들의 콧물, 목 통증, 기침, 발열, 설사와 같은 증상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합니다. 약보다는 안정이 필요하고 증상을 완하 시키는 치료를 하게 된다는 것 입니다.

열, 기침, 설사와 같은 증상들은 우리 몸의 방어 작용일 뿐이기 때문에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지켜보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감기와 인플루엔자에 걸린 아이들에 대한 오사카 시립대학의 연구에서는 해열제를 사용하지 않은 아이들이 더 빨리 회복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해열제를 사용한 그룹은 해열제 효과로 체온이 37.5도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3.47일이 걸린 반면, 해열제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은 평균 1.99일 만에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본문 중에서)

발열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현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에 해당되며,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거나 심지어 설사를 하는 것도 우리 몸의 방어작용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감기, “약 먹으면 7일, 약 안 먹고 쉬면 일주일” 사실이다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데, 테라사와 마사히코 역시 “백신 보다 손 씻기 약보다 맹물이나 소금물로 가글링”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합니다.

또한 하루에 5번 이상 손 씻기만 잘 해도 감기와 위장병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미군과 영국의학연구팀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하루 5번 손 씻기가 기침 감기와 콧물을 40%이상 줄여주는 효과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신종플루 확산으로 우리나라에도 올 바른 손씻기 방법이 널리 보급되고 있는데, “60초 동안 공들여 손을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서 60초 동안 헹구어야”하면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제균, 살균, 항균 기능이 없는 일반 비누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수면, 휴식, 수분섭취, 손 씻기와 가글링을 통해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항생제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 쓰는 일은 귀찮고, 시간도 더 들고 경제적 부담도 각오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현명하고 바람직한 길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병원에 가도 아이들 병은 왜 오래갈까?>는 2007년에 출간하였던,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의 개정판에 해당되는 책입니다. 출판사에 확인해보니 2009년 표지와 개정판 서문을 제외한 본문에는 수정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이미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를 구입하신 분들은 책을 구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를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 항생제 남용의 위험을 걱정하시는 분들에게 매우 유익한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특히 만 5세 미만 초등학교 취학 전 연령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 입니다.


★ 꼭 알아두어야 할 항생제 상식 요약

항생제 자체가 위험한 약이나 내성균을 만드는 나쁜 약이 아니라 남용이 위험하다.
세균 감염 증상을 보이면 어떤 세균이 원인인지 밝히는 세균 검사가 필요하다.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광범위 항생제 대신 원인균에 맞는 항생제를 사용하라.
일단 처방 받은 항생제는 용법과 용량을 지켜 마지막까지 다 복용하라.
항생제의 70%는 동물에게 사용되고 있으니 음식 속에 들어있는 항생제에 주의하라.
아픈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잔병치레를 해야 면역력이 생긴다.
열, 기침, 설사를 두려워 마라. 우리 몸의 방어 작용일 뿐이다.
백신 보다 손씻기 약보다 맹물로 가글링 하는 것이 좋다.
항균 제품이 내성균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수면, 휴식, 수분섭취, 손 씻기와 가글링이 자연치유력을 높인다.

병원에 가도 아이들 병은 왜 오래갈까? - 10점
테라사와 마사히코 지음, 고희선 옮김, 김미나 감수/시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