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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2MB가 거꾸로 돌리는 대한민국 '인권시계'

by 이윤기 2008.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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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권 자각 지수는?
다음중 인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칸에 체크해보세요.

- 도서관 좌석표를 받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 촛불 집회에 참가하려는데, 학교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소년 혜택을 받지 못했다.                                  
- 키가 0.2cm 모라자 경찰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다.                                      
- 남성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TV 광고를 보았다.                            
- 병원 치료 사항이 기재된 우편물이 동의없이 발송돼 타인에게 노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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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육성철이 쓴 <세상을 향해 어퍼컷>

누가 세상을 바꾸는가? 세상은 레닌, 모택동이나 체 게바라와 같은 혁명에 성공한 사람들이 바꾸는 듯이 보인다. 때로는 부시나 이명박 같은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바꾸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혁명지도자들과 함께 한 이름없는 혁명가들과 지지자들이다. 마찬가지로 진보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부시나 이명박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바꾸는 것이다.
 

그럼, 세상 사람들의 삶은 '혁명'과 '반동'에 의해서만 바뀌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세상은 이름 빛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 노력으로 조금씩 바뀌어간다.  

육성철이 쓴 <세상을 향해 어퍼컷>에는 일상의 작은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자생활을 거쳐 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이 된 지은이는 '인권'을 주제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든 서른 여덟 명의 평범한 시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현실의 모순을 지나치지 않았고 주변의 상처 또한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했고, 일상의 억압하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뜻대로 차별의 장막을 걷어치웠지만, 또 다른 이들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본문 중에서) 

어려운 조건에서도 자신과 이웃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작은 권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대체로 그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봐야 무슨 이득이 있느냐?" 아마 이런 질문도 받았을 것이다. "너 혼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냐?" 이런 물음에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당장의 나보다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말이다. 결국 이들이 던진 도전적 문제제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과 판단을 통해 새로운 인권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막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기 시작한 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청소년은 온전하고 완성된 인격 주체로서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려야 하며, 자신의 권리를 분명하게 인식할 때만이 타인의 권익을 보살피고 존중하며 부당한 차별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열반 편성, 강제 이발은 인권 침해 !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왜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교실 이데아 가사다. 이 노래가 나온 뒤로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변했지만, 청소년들을 짓누르는 학업노동과 입시지옥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촛불시위가 한 창인 지난 6월,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촛불 문화제 참석을 막기 위하여 다양한 대비책을 세웠다. 교사들이 직접 촛불문화제 현장을 지키는가 하면, 가정통신문을 발송하여 학생들의 문화제 참가 자제를 종용 하였다. 그런데, 이런 교육 관료들 발상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 청소년들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산 쇠소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참가하고 있던 최영우군을 비롯한 청소년단체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하였고, 위원회는 "학생이나 청소년이라고 해서 집회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하였다고 한다. 

지은이는 "촛불 집회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누군가의 선동에 쉽게 휩쓸릴 만큼 여리지 않았다"고 한다. "도리어 오랜 세월 청소년들을 학교 담장 안에만 가둬온 기성세대가 가진 편견을 되짚어봐야 할 만큼 청소년들의 주장과 논리는 탄탄하였다"는 것이다. 두발규제와 강제이발에 맞선 이태준군 사례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머리 4센티미터, 뒷머리 스포츠"라는 교칙을 내세워 수업 중 예고도 없이 나타나난 선생님에게 여섯 번이나 가위질을 당한 후에 두발규제에 맞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청소년이 있었다. 여전히 많은 대한민국 중고등학교에서 여전히 두발규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 청소년들은 강제이발이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두발 단속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및 각 시, 도 교육감, 그리고 해당학교장에게 "학생 의사에 반한 강제 이발은 인권 침해이므로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할 것"을 권고하였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던 이군은 자신이 이끌어낸 변화의 의미 이렇게 말한다. 

"1학년 때 어느 선생님이 그랬어요. S고에서 두발 자율화가 되는 날은 S고가 문을 닫는 날이라고요. 여기까지 오면서 제가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제가 나섰기 때문에 S고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잖아요. 서태지도 그렇게 노래했어요. '스스로 변화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본문 중에서) 

이 밖에도 <세상을 향해 어퍼컷>에는 성적 우수반 제도를 진정한 교사, 부당한 학교 징계에 맞선 학부모, 여학생 생리 결석 차별을 진정한 교사, 학생들에게 인권 수업을 하는 교사 사례 그리고 비학생 청소년 차별을 철폐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생리결석은 결석이 아니다

 이후 교육인적자원부는 생리 결석은 학교장 확인을 거쳐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입장을 바꾸었다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 인권교육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학생 청소년에게만 할인혜택을 주던 비학생 청소년을 차별하는 각종규제도 대부분 철폐되었다.  

이들은 모두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사례에 도전한 사람들이다. 이 밖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에 '학교에서 체벌 중단'을 권고하였고, 2005년에는 '초등학생 강제 일기검사 중단'을 권고함으로써 학교 현장을 인권의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여러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2008년 봄, 촛불시위 도화선이 되었던 이명박 정부의 4·15 교육자유화 발표로 석차에 따른 우열반 편성, 수준별 이동 수업실시, 0교시 및 야간 보충 수업 가능 등을 가능하게 하여 학교 현장을 또 다시 인권사각지대로 몰아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YMCA는 여성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들은 여승무원을 채용할 때 나이 제한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연령 차별 사례는 수없이 많은데, 대학 등 교육기관 채용시 응시 연령 제한, 연수나 해외 파견시 나이 제한, 나이로 인한 승진상의 불이익, 나이를 기준으로 한 퇴직 강요, 불합리한 정연, 나이에 따른 경기 출전 자격제한, 감리사 시험에서 나이를 감점요인으로 삼는 행위, 대입 동점자 처리에서 연소자 우대 관행, 대학 항공운항과 신입생 모집시 나이 제한 등이 있었다고 한다.  

나이 많아도 적어도, 키 크도 작아도 차별 안돼!

이런 수많은 나이 차별 사례들은 대부분 개선되었다고 한다. 지은이는 "나이를 앞세워 권위를 지키려던 시대가 막을 내렸듯이 나이를 배제의 기준으로 삼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많든 적든 나이는 능력을 판별하는 잣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교적 일반에게 잘 알려진 유방암 수술 후에 전역 조치를 당하였다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법원 소송을 통해 현역으로 복직한 피우진 중령 사례는 한 군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부당한 차별을 시정한 뜻 깊은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인권의식이 크게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곳은 ‘동성애’부분이다. 동성애가 에이즈와 무관하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상을 향해 어퍼컷>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개선한 대표적 사례로 '동성애 사이트를 퇴폐 음란 사이트'로 구분한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과 유해매체 심의 기준 개선, 그리고 헌혈문진표에 나와 있는 '동성 성접촉' 문항 삭제를 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 3월 "동성애 자체를 청소년 유해 매체 심의 기준으로 둔 것은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려 청소년 유해 매체 기준에서 '동성애' 문구를 삭제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동성애 사이트가 퇴폐, 음란 사이트로 분류에서 제외될 수 있었고, '동성애'라는 단어를 성인 전용 검색어로 지정하였던 포털사이트도 차별적인 조치를 모두 해제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동성애자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을 철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성적 소수자 인권 실태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차이가 나는 부분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아직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현실적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강제적인 커밍아웃(아우팅-outing)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차별은 차별 받는자 많이 느낄 수 있다

<세상을 향해 어퍼컷>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가지 장애인 차별은 비장애인들은 느끼지 못하는 차별이다. 스스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모두가 사실은 예비 장애인이지만, 집 밖을 나서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내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똑같은 일을 하고서도 훨씬 열악한 근무조건과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을 강요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낮은 임금이 정규직의 좋은 근로조건과 높은 임금을 보장해준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자본가들의 차별보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훨씬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비정규직 보다 더 한 차별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주노동자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열악한 근무조건과 낮은 임금 그리고 감시와 폭력과 같은 심각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여성이주노동자들은 남성이주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외에도 성희롱, 성폭행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나은 아이가 법적인 어머니가 없고, 여성이주노동자는 임신을 해도 병원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인권문제를 제기한 이금련씨는 우리나라 이주노동자 정책을 국가테러와 다를바 없다고 비판한다.  

"이주 노동자는 이미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기본적 권리를 인정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우리가 필요해서 불러들였으면, 그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줘야죠. 지금은 실컷 이용해 먹고 불법 체류자로 쫓는 식입니다. 이건 아주 파렴치한 국가적 테러라고 생각해요."(본문 중에서) 

국가가 나서서 벌이는 인권침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차별은 아직도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상을 향해 어퍼컷>에는 군대 대신 감옥을 선택한 아들을 둔 방송인 양지운씨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2001년 11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첫날, 두 번째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진정하였다고 한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나라 병역 거부자는 3761명에 달합니다. 또 2007년 현재 전 세계 병역거부 수감자 900명 가운데 830명은 한국에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양지운씨는 남북 분단상황과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있다. 

"해마다 수백 명에 이르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감옥행을 자처한다. 과연 그들을 감옥에 보내기 때문에 우리의 안보가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본문 중에서) 

독자들께서는 "수많은 파렴치범은 사면, 복권시키면서 종교의 자유를 외친 사람에게는 가석방 관용조차 베풀지 않고, 총을 들지 않는 대신 다른 일을 하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들 감옥에 넣고 전과자로 만드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는 지은이는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마음을 나누고 차별의 장막을 거두는 일에 기꺼이 동반자로 나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 책을 냈다고 한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동안 '4·15 교육자율화' 발표나 국방부 '대체복무제 원점 재검토' 방침과 같은 인권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정책들을 얼마나 더 쏟아낼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려와 분노를 삭일 수가 없다.

<세상을 향해 어퍼컷> 육성철 지음 - 샨티/ 277쪽, 12,000원

모두가 인권침해 사례입니다.
6개 모두 체크하셨다면 인권의식이 확실하신 분,
0~3 개 체크하셨다면 이 책을 꼭 읽으시고, 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