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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7살 이하 아이있는 집, 전자마약 TV를 없애라

by 이윤기 201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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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틴 라지가 쓴 <TV의 무서운 진실>②[각주:1]

 

"한 자세로 눈과 머리를 고정시키고, 눈동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서, 스크린 전체를 약간 초점을 흐릿하게 한 상태로 뚫어지게 응시한다." (본문 중에서)

 

혹시 당신 모습은 아니신가요? 제 모습이 딱 이렇습니다. TV화면을 쳐다보는 모습은 아니지만 사무실에서 일에 열중하여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을 때 제 모습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약간 초점을 흐리게 하는 것만 빼면 딱 제모습이라고 합디다.

 

호주의 심리학자 에머리부부는 TV를 '전자 신호로 두뇌를 지배하는 기계문명의 최면술사'라고 비유하였습니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마치 최면술에 걸리는 것처럼 '넋이 빠진 상태'가 되어 두뇌를 지배당한다는 것입니다.

 

TV 시청 중 뇌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을 연구한 크루그만은 뚜렷한 뇌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합니다.

 

"TV 시청자를 대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실험을 해 보니 시청을 시작한 지 30초 안에 뇌파가 알파파로 전환되었다. 알파파는 초점 없고 수용적인 주의력 결핍 상태, 즉 어렴풋한 백일몽이나 정처 없이 방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본문 중에서)

 

"TV가 두뇌를 마비시키는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텔레비전이 논리적인 좌뇌의 활동을 차단시키고 쏟아져 들어오는 영상들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우뇌만을 남겨둔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TV와 컴퓨터 같은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스스로 끄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는 주의력 결핍입니다. 대부분이 아이들이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의를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급격히 퇴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25년 전 사람들은 30만 가지 쯤 되는 소리를 분간하였는데, 지금은 18만 가지 소리만 분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 보기에 해당된다면 당신도 TV 중독

 

< TV의 무서운 진실 >을 쓴 마틴 라지는 심각한 중독을 가늠하는 지표를 보여줍니다. 당신은 얼마나 해당되는 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딱 한 프로그램만 보려고 TV를 켰다가 결국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본다.

▲자신이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TV 시청을 줄이지 못한다.

▲TV를 보기 위해 중요한 사회활동(집안 일)을 희생한다.

▲오래볼수록 끄기가 더 어렵다.

▲시청 후 허탈함이나 금단 증상이 찾아오기도 하고, 과도하게 시청하던 이들이 시청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끊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거실(혹은 침실)에 TV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면 대부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TV 프로그램은 전문제작자가 어떻게 든 사람을 사로잡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TV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와 대화 도중인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이 TV를 향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요? TV는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도 저항하기 힘든 강력한 미디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디지털 기기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아이패드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학교, 디지털교과서보다 정규직 교사가 필요하다

 

심지어 학교 교실마저도 디지털 기기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른바 '스마트교실'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재벌 대기업과 정부가 디지털 교과서를 비롯한 첨단 기기들로 교실을 채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책을 보면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저자는 교실에 컴퓨터를 놓는 것은 '낭비'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가 늘어날수록 예술과 같은 중요한 활동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는 교실에 첨단기기를 들여놓은 대신 학교마다 이른바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의 숫자는 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첨단 디지털 기기들이 좋은 교사보다 더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요?

 

"나는 최신 곤충학 연구 자료가 담긴 인터넷 동영상을 보느니 차라리 6학년짜리 아이가 금관화 꽃 들판에서 제왕나비 애벌레를 관찰하고 쓴 나비에 관한 작문을 읽겠다." (본문 중에서)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크릴포드 스톨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밤하늘 별 보기, 개구리잡기, 으슥한 밤중에 오소리 관찰하기 와 같은 진짜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수칙


▲ 7세 이하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금한다.

▲ 주중에는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다. 학교 가는 아침에 밥을 먹으며 TV를 보지 않는다.

▲ 아이 방에는 TV도 PC도 두지 않으며 거실에만 둔다.

▲ 하루 1시간씩 반복해서 TV나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는 일은 없도록 한다.

▲ 자녀가 PC를 사용할 나이가 되면 함께 사용법을 익히라.

▲ TV1시간 시청하면 그 2배인 2시간 동안 운동하게 하라.

▲ TV와 관련된 부가 상품, 장난감 등을 구입하지 말라

▲ 정확히 뭘 볼 것인지 먼저 선택하고 TV를 켜라

▲ 인터넷 오용을 막기 위한 안전 조치를 취하라

 


TV 속 가짜에 익숙해진 아이들, 진짜는 시시해

 

이 책에는 아빠와 함꼐 동물원에 간 아이가 '이런 거 TV에서 벌써 다 봤어요'하면서 시큰둥해 하더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현실의 동물원이 TV 카메라의 적수가 되지 못한 것입니다. 호랑이, 사자, 코뿔소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놀라운 장면들을 연속해서 보여주는 TV를 결코 따라갈 수 없지요.

 

물론 아이들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누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까?>라는 책에 텔레비전에서 어떤 여자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던 어린 소녀이야기가 나온답니다.

 

"자기도 요리를 하고 싶어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아이는 엄마가 요리를 하고 있던 부엌으로 갔지요. 하지만 엄마는 가서 조용히 TV나 보라고 말하는 거예요."(본문 중에서)

 

책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어른들은 TV를 베이비시터로 활요하고 있습니다. TV, 비디오, 컴퓨터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까지 디지털 미디어들이 '전자 베이비시터'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살 이하 아이 TV 시청금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이들의 TV시청과 디지털 미디어 노출은 언제까지 막아야 할까요? < TV의 무서운 진실 >을 쓴 마틴 라지는 미국소아과협회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2살 이하 어린이의 TV 비디오 시청은 금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8세 이하의 아이들은 광고를 무조건 신뢰하고 프로그램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7세가 될 때까지 디지털 미디어를 규제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하하기 전까지가 그래도 부모가 미디어 노출을 제한하기 가장 쉬운 시기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스웨덴 같은 나라처럼 12세 미만의 아이들에 대한 광고규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어린이 시청시간에 나오는 어린이 대상 광고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겁니다.

 

광고 제작자는 어른이지만 광고 시청자는 어린이입니다. 결국 광고는 제작자인 어른과 시청자인 어린이의 대결이라는 겁니다. 누가 이길까요? 아이들이 TV 제작자를 이길 수 있을까요?

 

이 책의 결론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하인으로서는 꽤 괜찮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주인행세를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TV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TV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TV의 무서운 진실 - 10점
마틴 라지 지음, 하주현 옮김/황금부엉이

 

 

  1. 마틴 라지가 쓴 TV의 무서운 진실 서평을 2회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