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명, 평화

총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by 이윤기 2012. 7. 2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서평] 김두식 교수가 쓴 <평화의 얼굴>

 

언제부터 군대를 가게 되었을까요? 징병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평화의 얼굴>을 읽기 전까지 막연하게 징병제의 역사가 족히 수천 년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징병제의 역사는 겨우 200여년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김두식이 쓴 <평화의 얼굴>은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하여 본격적으로 조명한 책입니다.

 

누구나 군대에 징집하는 징병제 역사 고작 200여년?

 

이 책을 보면 한국인 최초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1939년 일본에서 '등대사(여호와의 증인)' 사건으로 투옥된 사람들이며, 조선 등대사 지도자 문태순은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 평화주의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합니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 만약 우리가 전쟁에 나가서 상관으로부터 적병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할지라도 이것은 여호와의 증인으로서는 못 할 일이다. 원수라도 인간인 이상 죽이면 안 된다." (본문 중에서)

 

1930년대 말 일본 군국주의가 극에 달하여 대부분 민족주의 지식인들이 친일파로 바뀌고, 주류 기독교 지도자들이 신사참배에 앞장서던 시절에도 등대사 회원들은 평화주의적인 입장을 고수하였다는 것입니다.

 

훗날 이들의 반전운동은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았지만, 해방 후 평화주의자들의 병역거부는 모두 범죄로 처벌받고 있습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강화되었으며. 5·16 군사쿠데타 이후 처벌 더욱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이 군 입영률 100% 달성 지시를 내림에 따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을 영장도 없이 강제로 군부대에 입소시키는 불법이 자행되었다는 겁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1만 명이 넘고, 지금도 천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수감되어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이스라엘도 대체복무제 인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병역거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산권 종주국이었던 러시아(1988년)는 물론이고, 남북보다 더 치열한 대치 상태에 있는 이스라엘(건국 초기부터)이나 미국과 대치중인 쿠바(1994년), 중국과 대치중인 대만(2000년)의 경우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가 인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주류기독교로부터 이른바 '이단'으로 지목된 여호와의 증인들과 안식교인들 이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우리 사회는 보수기독교단이 내린 '이단' 규정을 받아들여 '사회적인 이단'으로 확대 규정한다는 것입니다.

 

"주류에 속한 특정 집단이 소수파를 '이단'으로 정의하는 순간, 사회 전체가 그 소수파를 '이단'으로 받아들이는 특이한 시스템이 구축된 것입니다. 반공·애국·기독교·독재정권 등이 일체를 이룬 주류 사회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데 철저하게 결합해 있었음도 알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그런 이유 때문에 <평화의 얼굴>에는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병역거부는 이단들이나 하는 짓이 아니며, 기독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병역거부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 자료를 통해서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병역을 거부한 기독교 지도자들 많다

 

널리 알려진 기독교 지도자 중에도 젊은 시절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독학생회(IVF)운동의 선구자가 된 '존 스토트' 목사는 젊은 시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군 면제를 받았으며, 성공회 사제로 한국에서 평생을 보낸 '대천덕' 신부 역시 대체복무를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는 초기부터 황제에 대한 충성서약을 우상숭배로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산상수훈에 기초한 평화주의에 위반되었기 때문에 군대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초기 교회는 지금보다 훨씬 기준이 엄격해서 우상숭배에 참여하거나 배교하거나 살인에 가담한 사람들은 성찬식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군대에 자원하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또 정당한 전쟁론의 허구성도 파헤칩니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가 난무하는 현대전쟁은 결코 정당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쟁 동기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전쟁방법이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한 전쟁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사례와 다양하게 마련된 대체복무제도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1·2차 세계대전 그리고 베트남 전쟁 당시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는 것도 밝히고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무하마드 알리는 모두 병역거부자

 

잘 알려진 마틴 루터 킹 목사나 <스포크 육아법>으로 유명한 스포크 박사, 권투선수였던 무하마드 알리의 병역거부운동과 사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국내 입법 활동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제를 인정해주자는 것은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더 합리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 형평에 맞는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하면 됩니다."(본문 중에서)

 

대체로 애국심이 뛰어난 사람들이 대체복무를 반대하는데, 진정한 애국심은 남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지나친 관심을 갖지 않으며, 남이 어떻게 하든, 나는 내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민주주의는 마음대로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자유, 믿고 싶은 종교를 마음대로 믿을 수 있는 자유,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 때문에 소중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두식 교수는 '평화주의'를 "전쟁에 반대하는 일련의 사상적 흐름 또는 종교적 믿음"이라고 정의합니다.

 

따라서 평화를 위해 살인 병기를 잡지 않겠다고 하는 구체적인 평화를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겁니다. <평화의 얼굴>을 읽다 보면 평화를 단순히 말로 떠드는 것과 그 실천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평화를 위한 고난의 길'을 선택한 이 땅의 모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평화의 눈으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을 둘러싼 숱한 오해와 편견이 봄눈처럼 녹아내릴 것입니다.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펴내는 격주간지 <기획회의> 7월 5일자, 저자 김두식 특집호(통권 323호)에 쓴 글 입니다.

 

평화의 얼굴 - 10점
김두식 지음/교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