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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광우병 위험 이젠 완전히 사라졌을까?

by 이윤기 201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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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소고기 수입'미친소)를 거부하는 십대들의 저항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미국산 수입소고기와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반대운동으로 번졌습니다.  첫 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다음 날 광우병에 대하여 제대로 한 번 알아보고 주변 사람들과 '진실'을 공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당시 읽었던 <죽음의 향연>과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를 읽고 쓴 글을 포스팅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촛불 시위가 잦아들고 그 뒤 5년이 지났습니다.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고 있지만 광우병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광우병의 위험이 사라진 것일까요?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은 얼마나 위험한가?"
"미국산 쇠고기, 살코기는 안전한가?"
"등록된 작업장에서 생산된 30개월 이상 된 소는 얼마나 위험한가?"
"쇠고기만 문제인가? 돼지고기, 닭고기는 안전한가?"
"광우병은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가?"

 

당시 도서관을 뒤져 광우병 관련 책을 찾은 까닭은 바로 이런 질문들에 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게 시립도서관에서 찾아낸 두 권의 광우병 관련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하여 충격적인 답을 전해주었다.

 

한 권은 리처드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인데, 이 책은 1997년에 출간되어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번역되어 나왔다. 또 다른 한 권은 콤 켈러허가 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인데, 2004년에 나온 이 책은 2007년에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되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리처드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은 10년 전에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진실을 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국내 번역판에는 최근 광우병 관련 각종 토론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이 추천사를 썼다.

 

<죽음의 향연>은 광우병과 관련하여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연구사례와 쟁점 그리고 연구 결과 밝혀지고 있는 여러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1985년 광우병이 처음 발병한 때부터 1996년 영국에서 광범위한 광우병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11년 동안 정부가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국민들을 기만하여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그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7개의 고리로 엮인 이 책은 (인간)쿠루, (인간)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양)스크래피, (밍크)전염성밍크 뇌증, (소)소해면상 뇌증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고,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어떻게 발병하였는지, 어떻게 죽어 가는지 그리고 다른 종으로 어떻게 전염되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다.

 

리처드 로즈는 광범위한 광우병 군에 속하는 전염성 해면상 뇌증에 관한 연구의 권위자들, 뇌증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칼턴 가이듀섹 박사를 비롯하여 존 콜린지, 퍼트리샤 머즈 등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인터뷰하여 <죽음의 향연>을 썼다고 한다.

 

각각 다른 이름으로 다른 동물 종에게 나타나는 이 다섯 가지 질병에는 놀라울 만큼 일치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름이 다른 이 병에 걸린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들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방향감각과 운동능력을 상실하는 등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다.

 

1950년대 식인 풍습을 원인으로 전염되어 매년 인구의 1%가 죽어나가며 파푸아 뉴기니 원주민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쿠루에서부터 1985년부터 10여년 간 집중적으로 광우병으로 소와 사람이 죽어갔던 영국과 유럽의 사례까지 살펴본 리처드 로즈는 독자들에게 2010년 즈음에 대규모 전염병이 올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전하고 있다.

 

"프리온 유전자를 지닌 모든 종이 전염성 해면상 뇌증에 감염될 수 있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한다. 인간, 소, 밍크, 양, 염소, 고양이, 개, 사슴, 엘크 이외에도 이제는 다람쥐가 중간 숙주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정황이 나왔다."(본문 중에서)

 

과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쿠루에 걸린 인간의 뇌 중 일부를 소나 밍크 그리고 양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의 뇌에 주사하면, 전염성 밍크 뇌증, 소해면상 뇌증, 스크래피와 같은 전염성 해면상 뇌증에 걸린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소광우병과 쿠루, 스크래피, 밍크 뇌증과 같은 넓은 의미에서 광우병군에 속하는 이 질병들은 다른 종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천연 인체 성장 호르몬이나 성선 자극 호르몬을 투여 받은 적이 있는 사람, 전염성 해면상 뇌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 신경 수술 중에 인간 경뇌막 이식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 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과 기타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헌혈을 받지 말라고 권고 했다."(본문 중에서)

 

이 복잡한 이야기의 핵심은 무엇인가? 넓은 의미에서 광우병 원인으로 지목되는 프리온(프리온이 아니라는 주장도 한 축을 이루고 있음)과 같은 원인 물질이 호르몬 제제나 수술도구를 통해서 혹은 헌혈을 통해서 얼마든지 전염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1997년 발효된 사료를 규제하는 미국법은 영국이나 유럽에서 금지목록에 들어가 있는 혈액, 혈액 생산물, 젤라틴, 우유, 우유생산물, 돼지와 말의 단백질, 사람의 소비를 위해 조리되어 제공되는 검사를 거치 육류제품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미국 규정을 "영구차의 행렬이 통과해도 될 만큼 예외의 구멍이 큰 금지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스크래피 인자는 30분 동안 끓여도 살아남았고, 강력한 포름알데히드, 석탄산, 클로로포름으로 처리해도 살아남았다. 이 인자는 미세한 여과기를 통과했고, 원심분리기에서 40만 알피엠으로 회전시켜도 부유 용액에 떠 있을 정도로 작았다. 또한 건조한 뇌 속에서 최소한 2년이 지난 후에도 생존했고 상당 수준의 자외선을 쬐어도 살아남았다. 피부 속으로, 피하 주사로, 정맥으로 또는 뇌에 직접 주입하여 양에서 양으로 전파시킬 수 있었다."(본문 중에서)

 

무서운 사실은 끓여도, 약품으로도 죽지 않는 스크래피 감염인자가 소나 밍크 그리고 사람에게 쿠루나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으로 나타나는 전염성 해면상 뇌증 감염인자와 그 성질과 특성이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전염성 해면상 뇌증은 감염성이 낮은 것은 분명하지만, 은밀하게 진행되는 특성 때문에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언제 병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어느 날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은 <죽음의 향연>이 출판되고 난 뒤 8년 후에 '콤 켈러허'라고 하는 생화학자에 의해 씌어진 책이다. 켈러허는 생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암 연구를 위해 세포학과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20여년간 연구해온 과학자로 우연한 기회에 가축의 도륙사건을 접하면서 프라이온(앞의 책에서는 프리온) 질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8년이 넘는 조사와 연구를 통해 씌어진 이 책에는 100여 명에 이르는 과학자들이 등장하고, 부록에는 수 백 편에 이르는 전문연구분야의 참고문헌 목록이 나와 있다. 복잡한 과학적 사실들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전문 용어와 의학적 지식 때문에 막힐 때도 있지만, 비전문가인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개하려는 지은이와 옮긴이의 노력 덕분에 전체적으로 광우병의 위험을 깨닫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켈러허는 프라이온이 사람에게서는 쿠루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인간광우병을 일으키고, 소에게는 광우병, 사슴과 엘크에게는 광록병, 양에게는 스크래피가 발병하며 밍크와 고양이 등 많은 종류의 야생동물에서 프라이온 감염에 의한 질환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또한 프라이온은 포름알데히드에 의해서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고, 방목지에서도 수년간 생존할 수 있으며, 치사량의 자외선 또는 감마선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불멸의 전염인자로서, 여러 생물체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미스터리 소설 같이 펼쳐지는 두 책은 실제로 있었던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많은 내용이 일치한다. 식인부족의 죽음의 축제로부터 비롯되는 '쿠루'에서부터 전염성 해면상 뇌질환을 보이는 다양한 사례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두 책은 광우병 원인 물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서로 입장이 다르다.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이 원인 물질로 프라이온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면, <죽음의 향연>은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프루지너'의 견해에 따라 섣부르게 광우병 원인 물질을 프리온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바이러스 원인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더 큰 위험을 부를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은 인간광우병을 둘러싼 정부와 과학자, 축산업자들의 속임수와 은폐 그리고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엄밀한 감시체계에 대하여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예리한 수술 도구로 생후 아홉 달 된 소의 뇌가 도려내어지고 생식기가 뽑히고, 한쪽 눈과 혀 그리고 목근육이 도륙된 죽음이 발견된 지 6개월 후에 가까운 곳에서 공식적으로 첫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은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켈러허 박사는 세포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가축도륙 사건을 접하면서 프라이온에 관심을 갖게 된 후 8년간 추적 연구를 통해 놀라운 사실과 그 뒤에 무서운 음모들에 대하여 새로운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의혹들이다.

 

▲ 프라이온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척수와 뼈 외에 '비장과 근육'에서도 발견된다.
▲ 연구결과들을 보면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 프라이온은 수혈이나 외과 수술도구, 치과도구, 장기이식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 2010년경에는 인간광우병이 최고점에 도달할 수 있다.
▲ 닭과 돼지들도 프라이온에 감염되거나 전달자가 될 수 있다.
▲ 한국으로 수출된 녹용은 광록병에 걸린 엘크의 것일 수 있다.
▲ 기립불능소만 광우병에 걸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 감염된 프라이온 쇠고기는 산발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 치매 혹은 알츠하이머질병 환자 중 일부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일 수 있다.

 

이 중 가장 놀라운 것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치매 혹은 알츠하이머병으로 감추어진 채 죽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1996년 영국에서 치매로 사망한 1000명 이상 환자를 다시 검사했을 때, 그 중에 19명이 광우병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인간광우병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인되고 있으며,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8~13%는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979년 미국질병관리본부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653명의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했다. 1991년의 공식 통계에는, 이 숫자가 13,768명에 달한다. 2002년에 좀더 증가하여 58,785명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다시 말하면, 24년 동안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수가 8,902%증가 했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하는 400~500만 명 가운데 수만에서 수십 만에 이르는 환자들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일대학과 피츠버그대학에서 각각 진행한 실험결과 역시 놀라운 사실들을 뒷받침해준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죽은 환자의 사후부검을 실시한 결과, 5~13%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으로 판명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잘못된 진단 때문에 그리고 의학계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수만에서 수십만의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환자들이 알츠하이머병으로 감추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뇌조직 검사만이 프라이온 질환을 정밀 검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확진을 받기 위해 부검을 할 경우 1500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가족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임상병리학자들은 프라이온에 장비가 감염될까봐  크로이펠츠야콥병 환자의 부검을 꺼리며, 미국에는 기본적으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에 대한 보고 체계도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 정부는 오로지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는 것과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켈러허는 특히 "아무관련이 없다"는 정부 관료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근거로 지난 50년간 영국을 비롯한 광우병 발생국가에서 국민을 기만했던 사례를 자세하게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무책임한 정부가 국민에게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어떠한 음모를 꾸미고 국민들을 속여 왔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쓴 켈러허는 이 책을 끝내면서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정부와 미국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보완책을 권고한다.

 

▲ 일본처럼 사람이 먹는 소의 100%를 검증해야 한다.
▲ 광록병에 대한 강제적인 검사프로그램과 역학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 전국민을 대상으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보고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 치매, 알츠하이머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모두 보고프로그램에 포함되어야 한다.
▲ 영국처럼 정상인에 대한 스크랩 전염인자 보균검사 시작되어야 한다.
▲ 프라이온이 수혈과 외과수술도구, 치과도구 등을 통해 전염된다는 것을 알려야한다.
▲ 모든 야생생물에 대한 공식적인 프라이온 전염규모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켈러허는 지금이라도 "미국정부가 프라이온 전염으로 인한 대참사의 깊이와 넓이를 인식하기 위해 행동한다면 우리에게 아직은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데도,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광우병 위험물질이 포함된 쇠고기를 수입하였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쇠고기를 먹고도 아직은 멀쩡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광우병 위험은 과장되었던 것일까? 흑사병이나 에이즈보다 더 큰 위협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가 이젠 관심 밖으로 밀려난 광우병 위험에 대하여, 한 번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독자들은 인터넷에 떠돌던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죽음의 향연>과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을 일독해 보시기 바란다.

 

 

죽음의 향연 - 10점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사이언스북스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 10점
콤 켈러허 지음, 김상윤.안성수 옮김, 김현원 감수/고려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