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디지털 후보정...결코 부끄러운 일 아니다

by 이윤기 2013. 11. 11.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손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멋진 장소, 맛있는 음식을 찍어 SNS를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주고받는 것은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을 기록하는 사진 찍기는 마음에 울림을 주는 순간을 담는 일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안느-로르 자쿠아르가 쓴 <창조적 사진 전략>은 단순히 일상을 담아 SNS로 나누고 블로그에 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사진으로 '시각적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기 위한 배움'에 관해 쓴 책입니다. 이 책에는 '사진을 사진답게 만드는' 시선 처리 방법, 원근법, 기하학, 프레임, 빛과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사진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에만 치우치지 말고, 기술을 하나의 도구로 받아들여 각자가 표현하고 싶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리 생각해두었던 구성이나, 빛의 정도, 이 때문에 예상되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사진에 표현해보자. 또 그것들을 개선하기위한 미학적 요소와 조화로움을 연구해보자. 그러면 당신은 사진이란 우리가 단순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행위가 아니며, 사진을 느끼는 방식과 사진 이미지가 전달하는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음을 알 것이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우선 자동모드(P모드)로 촬영을 시작하라고 권고 합니다. 카메라 설정 익히기에 매달리기보다 우선 창조적 이미지 만들기를 시작해보고,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그 내용을 다루는 챕터를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카메라의 복잡한 설정을 고민하는 대신에 창조적 작업에 집중하라는 겁니다.

 

사진 촬영의 첫 걸음, 바라보기

 

저자가 소개하는 창조적 사진 촬영의 첫 걸음은 '바라보기'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미세한 부분을 포착하기 위해 사진가에게 필요한 것은 카메라보다 자신의 눈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사진가가 되고자 한다면 그저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미지는 단순히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피사체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본문 중에서)

 

"예를 들어 나무를 찍을 때에는 나물의 여러 특징 중에서 무엇을 살릴지를 생각하라. 이를테면 줄기, 가지, 뿌리, 잎맥 등이 이루는 선의 형태, 긴 직사각형 모양의 줄기와 동그란 나뭇잎, 잎과 껍질의 질감, 봄의 신록과 가을의 타오르는 붉은 색 단풍, 겨울의 모노톤을 관찰해보자."(본문 중에서)

 

저자는 사진 촬영은 명사가 아닌 형용사로 피사체가 가진 특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색과 선을 받아들이는 감수성 그리고 예리한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피사체가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그것이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드러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바라보기를 위하여 카메라를 두고 밖으로 나가 먼저 관찰에만 집중해 보라고 권유합니다. 주변 환경과 시각적 특성에 주목하면서 시선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몸을 구부리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무엇이 변하는지 주목해 보라는 것입니다. 프레임에 가두고 싶은 장면을 발견하였을 때 카메라로 본 것을 찍어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바라보기의 두 번째 단계는 색채, 형태, 선, 재료의 질감, 빛과 반사에 주목하기입니다. 색채와 형태, 선과 재료의 질감, 빛과 빛의 반사에 따른 피사체의 특성을 발견하는 데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색채, 형태, 선, 재료의 질감, 빛과 빛의 반사에 주목하여 찍은 사진들을 예제로 소개해 두었습니다. 먼저 주변에서 비슷한 특성을 가진 피사체를 찾아내고 예제로 보여주는 사진들과 비슷한 특성을 사진으로 표현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창조적인 위치를 찾아 피사체를 담아라!

 

저자가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위치 선정과 화각 선택'입니다. 위치 선정이란 "흥미로운 피사체를 발견하고 자리에 멈춰서서 카메라 모드를 설정하여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땅에 밀착할 때와 서 있을 때 보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 두 높이 사이의 어느 지점에도 카메라를 위치시킬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본문 중에서)

 

예컨대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카메라의 (높이) 위치에 따라, 그리고 피사체를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보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순광, 측광, 역광 등이 모두 방향에 따라 결정되며 사진가의 포즈에 따라서도 결과물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갈대밭에서 햇빛을 받은 갈대는 바라보는 방향만 바뀌어도 색깔이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자소에서도 얼마든지 다른 결과물, 창조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피사체와의 거리, 렌즈의 종류에 따라서도 결과물은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이 책에서는 같은 위치에서 다른 렌즈를 사용할 때, 다른 위치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었을 때의 다른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렌즈가 피사체를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광각렌즈가 사진 속 사물의 상대적 크기를 달리 보여주는 왜곡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렌즈가 사물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그런 불균형을 피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균형이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라는 것일 뿐입니다.

 

 

아울러 독특한 시점 사용이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 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세상을 수직으로 바로 보고 찍기, 피사체를 하늘이나 땅을 배경으로 찍는 것처럼 새로운 시점에서 새로운 눈높이로 촬영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진 두 사물을 선택하여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자. 사물을 겹치게 하거나 서로 맞닿게 하기, 한 사물을 다른 하나의 옆이나 아래에 두기, 서로 대칭이 되도록 충분히 거리 두기." (본문 중에서)

 

사진을 찍을 때 자신의 위치를 바꿔 사진 속 사물을 이동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원하는 대로 구성요소를 배치시킬 수 있고, 각각의 요소를 연결하여 구도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책에서는 창살을 사이에 두고 멀리, 가까이 위치를 바꾸면서 찍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방향과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배경 정하기, 피사체와 배경의 상호작용 이해하기 그리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기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라고 강조합니다. 반대로 사진의 앞부분에 프레임 효과를 주거나 앞부분을 흐리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른 느낌도 이해하고 익혀두라고 합니다.

 

특히 빛에 의한 방향 설정과 역광을 이해하는 것은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역광 사진이주는 입체감, 그림자와 실루엣 등은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독자들이 각각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실제 사례를 보여 줍니다.

 

피사체 전부를 찍어야 한다는 선입견 벗어나기

 

창조적인 사진을 찍기 위한 전략으로 저자가 세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프레이밍'입니다. 프레이밍은 바로 '잘라내기'인데요. 사물의 전체를 담는 것 많이 능사가 아니라 피사체를 잘라냄으로써 시선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흔히 피사체를 잘 드러내려면 그 전체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선입견에 지나지 않는다.(중략) 자르는 것은 사진에 무게를 싣고 존재감을 더해준다."(본문 중에서)

 

전체를 사진으로 찍으면 주위 배경이 포함되어 시선이 분산되지만 피사체를 잘라 프레이밍하면 배경에 구애 받지 않고 시선을 더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감하게 피사체에 다가서서 우리가 보는 것의 일부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고민해보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여느 사진 책들처럼 구도와 균형, 강조점, 스피드, 조리개, 감도를 활용한 빛 조절하기, 피사계심도와 초점, 노출시간 조절 등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두 가지가 더 있는데 하나는 사진을 선별하는 작업인 셀렉팅이고 다른 하나는 후보정입니다.

 

셀렉팅과 관련하여 저자는 사진이 선명한지에만 집중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기술적인 기준만 가지고 사진 고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표현력, 독창성, 생동감 등 다양한 기준으로 사진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진이 아름다운지, 표현을 잘 해내고 있는지, 성공작이라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겁니다.

 

저자는 효과적인 셀렉팅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알려줍니다. 사진을 단계적으로 비교하라, 보너스가 있는 사진을 찾아라, 자신과 닮은 사진을 찾아라, 보정 후의 사진을 상상해보자, 육감에 의존해 보자와 같은 제안들입니다.

 

아울러 적어도 액정화면을 보고 사진을 지우는 경솔함은 버려야 하며, 며칠, 몇 주 동안 다양한 셀렉팅을 거쳐보라고 권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셀렉팅 과정과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고 독자들도 한 번 따라 해보고 자신에게 맡는 셀렉팅 기준을 만들어보라고 권합니다.

 

디지털 후보정을 적극 활용하라!

 

한편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후보정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라고 충고합니다. '가공되지 않은 사진만이 진실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효과적인 셀렉팅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이미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바라보는 장면을 그대로 포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카메라의 렌즈는 눈과 같은 방식으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다.(중략) 현실은 이미 노출시간과 프레이밍, 드러내는 방식에 따라 변질되고 배신당한다. 사진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거짓된 착각일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미리 카메라에 설정한 모든 기능은 사실상 사진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보정과 다를 바가 없으며, 오히려 후보정이 부실한 원데이터를 더 현실과 가깝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필름 카메라 시대에도 여러 가지 후보정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하지만 대충 찍고 포토샵으로 보정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힘주어 강조합니다. 보정을 해봐야 나쁜 사진이 될 대충 찍은 사진을 보정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보정은 '창작 과정에서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촬영된 이미지에 보정을 하였는가 혹은 아닌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사진을 통해 자기표현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라고 충고 합니다. 아무튼 사진은 객관적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에서 먼저 벗어나라고 이야기 합니다.

 

아울러 저자는 사진을 통해 상징적 표현을 담아낼 수 있도록 하라고 권유하며, 작가의 의도를 담기 위하여 노력하라고 강조합니다. 개성 있게 촬영하고, 자신만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창조적 사진 전략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야 비로소 무엇과도 닮지 않은 유일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느-로르 자쿠아르가 쓴 <창조적 사진 전략>은 단숨에 읽고 책꽂이로 보낼 책이 아닙니다. 책을 한 가지 주제를 읽고 나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실제로 촬영을 통해 따라하면서 배워야 하는 책입니다. 이 책만 읽고 나면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다른 노력없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법을 있을 줄 알고 고른 책입니다만, 그런 비법이란 존재하지 않더군요.

 

기술을 익히기 전에 먼저 피사체를 충분히 바라 보고, 위치를 정하고, 프레이밍을 하면서 구도를 잡아보라는 저자의 권유를 새기면서 이 책에 담긴 리듬을 따라가며 차근차근 '창조적 사진찍기'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창조적 사진 전략 - 10점
안느-로르 자쿠아르 지음, 최성웅 옮김, 김현호 감수/청어람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