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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지방선거

지방정부...인수-인계위원회 필요

by 이윤기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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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0. 10 방송분)


지난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로 뽑힌 민선 8기 경남도지사와 18개 시군 시장·군수들이 취임 100일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박완수 경상남도 지사와 홍남표 창원시장를 비롯한 단체장들의 전임 도지사, 전임 시장 흔적지우기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6월 민선 8기 단체장 선거에서 경남도지사와 18개 시, 군 단체장 중에서 민선 7기 단체장이 연임에 성공한 분들은 여섯 분에 불과합니다. 조규일 진주시장, 박일호 밀양시장, 조근제 함안군수, 장충남 남해군수, 구인모 거창군수 그리고 보궐선로 당선되어 연임한 오태완 의령군수까지 여섯 분인데요. 그 외 경남도지사와 창원시를 비롯한 12개 시군에서는 단체장이 바뀌었습니다. 단체장이 바뀐 곳 중에서도 사천시, 창녕군, 산청군, 합천군 등 4개 시군은 같은 정당 소속의 다른 단체장으로 바뀌었고, 하동군, 함양군의 경우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체장과 단체장을 공천한 정당이 모두 바뀐 곳은 경남도지사, 창원시장, 통영시장, 고성군수, 김해시장, 거제시장, 양산시장 모두 7곳입니다. 

선거를 통해 뽑히는 단체장이 바뀌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 방향이 바뀌는 것은 한편으로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소속 정당이 다른 새로운 단체장이 선출되면 당선 직후부터 취임때까지 ‘인수위원회’를 만들어서 당선자의 공약과 소속 정당의 정책을 펼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통상 연임을 하는 단체장이나 같은 정당에서 단체장만 바뀌는 경우에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단체장이 새로 뽑히면 정책과 사업이 바뀌는 것은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단체장과 소속 정당이 선거를 통해 도민들,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정책과 사업을 유권자들인 도민들, 시민들이 선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지방선거는 정치적 지향과 철학이 같은 사람들이 따로따로 모여서 ‘정당’을 만들고, 자기들이 내세우는 정강과 정책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여 선거에 당선되고, 당선된 후에는 선거 때 도민들, 시민들에게 내세웠던 공약과 함께 소속 정당의 정강과 정책을 지역 정치와 도정, 시정, 군정을 통해 구현해 나가는 것 일련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소속 정당과 단체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전임자와 전임 지방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전임 단체장이 추진했던 이른바 ‘역점 사업’에 대한 과도한 ‘흔적지우기’가 무리하게 추진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경상남도는 전임 도지사 재임 기간중에 가장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부울경 특별연합, 이른바 부울경 메가시티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였습니다. 단순히 도지사가 바뀌었기 때문에 정책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취임 이후 졸속으로 용역이 진행되었고, 그 용역 결과마저도 부울경 특별연합의 장점과 좋은 점을 쏙 빼고 단점만 인용하여 도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면서까지 정책을 뒤집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수도권에 대항하는 광역경제권을 만들자는 동남권 메가시티와 부울경 특별연합 추진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며, 같은 정당 소속의 박형준 부산시장도 함께 추진해오던 정책이기 때문에 더욱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활성화, 마을공동체 활성화 그리고 주민참여를 높이기 위해 전임 도지사가 추진하던 정책들도 모두 폐기되고 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때부터 시작되었던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와 김경수 도지사 때 만들어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 경상남도감정노동자지원센터 등의 사업이 올해 연말과 내년 사이에 모두 중단되거나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민들과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이런 중간지원조직들은 경남도에만 있는 조직들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오랫동안 집권하고 있는 대구시나 부산시에도 있는 조직들이고, 다른 광역단체들은 대부분 경남보다 15~20년이나 앞서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한나라당 소속 시장, 도지사들이 있을 때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전임 도지사가 처음 만든 조직도 아니고, 다른 시, 도에도 다 운영하고 있는 중간지원 조직들을 싹 없애버리는 것은 아무리 정당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조치들입니다. 

도지사가 바뀌었으니,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세부정책에서 이견이 있을 수도 있고, 선택과 집중에서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어렵게 만들어서 겨우 정착시키고 있는 그리고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조직을 없애 버리는 것은 전임자 흔적 지우기라는 오해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례는 경상남도뿐만 아니라 단체장과 소속정당이 모두 바뀐 시, 군에서도 많이 있습니다. 보통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 사업을 따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전임 단체장 시절에 국비 예산을 확보해놓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취소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치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위기를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위기라고 하는데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가장 득표율이 높았던 진주시장이 72%의 지지를 받았고, 창원시장의 경우 59%, 통영시장의 경우 38%, 거제시장의 경우 겨우 387표 차이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선자들은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경상남도와 일부 시군에서 벌어지는 전임자 흔적지우기 정책들을 지켜보면서 저는, 단체장이 바뀌면 인수위원회를 만들 것이 아니라 ‘인수인계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임자도 새로운 당선자도 모두 도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되었으니 선거가 끝나고 취임 전까지 약 한 달동안 시간이 있으니, 인수인계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거에 패배한 전임자의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도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약속이 진심이었다면, 서로 마주 앉아서 내가 추진하던 정책과 사업 중에 후임자에게 꼭 인계 할 것을 정리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전달하고, 후임자도 전임자의 정책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연속성이 필요한 사업은 과감하게 받아들이도록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