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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MB 불도저 리더십보다 DJ 반걸음 리더십

by 이윤기 2009.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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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이 쓴 <반걸음만 앞서가라>

<고민하는 힘>이라는 베스트셀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이 쓴 <반걸음만 앞서가라>는 리더십에 관한 책입니다.

리더가 되려면 이러저러하게 하라는 서점에 많이 있는 여느 책과 달리 이 책은 정치학자 강상중 교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넉 달 전인 2009년 4월 7일에 나눈 대담을 토대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모습을 정리한 책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이 아니어도 훌륭한 지도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뿌리 깊은 지역감정과 레드컴플렉스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은 이 책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현대 아시아의 리더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대놓고 말합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국의 마오쩌둥과 베트남의 호치민, 인도의 간디나 네루,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와 같은 반열의 지도자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가는 쑨원인데, 자신이 보기에 현대 아시아의 리더 중에서 쑨원 사상의 최대 후계자는 바로 김대중 선생님이라고 평가합니다.

양심에 충실하게 역사와 승부하였던 권력자

강상중 교수는 “뛰어난 리더의 탄생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전통과 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여 준 리더십의 진수를 일본의 새로운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책의 ‘제 3장 보고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일본 정치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일본의 정치현실에 관한 새로운 제안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구태의연한 파벌정치를 바꾸는 새로운 리더십과 정치제도의 개혁을 주장합니다.

그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유언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양심에 충실하게 역사와 승부를 하려고 했던 최고 권력자”라고 평가합니다. 죽음을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눈앞의 이익이나 보신 대신에 역사와 승부하겠다고 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정치인이었다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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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강상중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반걸음 앞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2009년 봄에 있었던 대담에서 김 전 대통령은 스스로 “나는 민중의 반걸음 앞을 걷는다”고 말하였다고 하더군요.

“절대로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이 따라오지 않으면 반걸음 물러서서 그들 안으로 들어가 이해해줄 때까지 설득하고, 동의를 얻으면서 다시 반걸음을 앞서 간다고 했다.” (본문 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말하는 ‘반걸음 앞’이란 이처럼 현대사회의 상태를 여로 모로 숙고한 끝에 결정한 반걸음 앞이라고 합니다. 반걸음 앞이라는 것은 상징적 표현이고 실제로는 한 걸음 앞일 때도 있었고 때에 따라서는 반걸음 뒤로 물러서 있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그 모든 것의 평균이 바로 반걸음 앞이었다는 것이지요.

오늘 우리는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혼자서 내 달리는 불도저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걸음 앞 리더십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열 걸음 앞을 가는 사람은 돈키호테 같은 몽상가이거나 혹은 앞에서 언급한 혁명가나 독재자일 것이다. 물론 거침없이 돌진함으로써 성공하는 예도 있긴 하지만 많은 경우 지나치게 급진적인라 좌절하기 십상이다.” (본문 중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사업, 미디어법, 세종시 변경 같은 일들을 국민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돈키호테이거나 독재자일거라는 강 교수의 구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지사지의 리더십, 반걸음 리더십

정치학자인 강상중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인용하여 리더의 파워는 추종자와의 관계에 의해서 더욱 강화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낮은 곳의 풍경을 그리고 싶으면 높은 산으로 올라가 내려다봐야 한다. 반대로 높은 산의 풍경을 그리고 싶으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 밑에서 올려다봐야 한다.”

“인민의 본성을 알기 위해서는 군주의 입장에서 봐야하고 군주의 본성을 알기 위해서는 인민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본문 중에서)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리더와 추종자의 역학적 함수에서 리더십이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리더십은 리더 한 사람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발휘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더와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이해할 때 독서에서 비롯된 리더십에 특히 주목하여야 한다는 것이 강상중 교수의 생각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감옥생활과 연금 생활을 하면서 동서고금의 수많은 책을 섭렵하였으며 매우 해박한 지식과 역사인식을 축적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정치가는 망원경처럼 사물을 멀리 넓게 봐야 하고 동시에 현미경처럼 세밀하고 깊이 보기도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보는 힘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표현을 하자면 학자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이 두 가지를 겸비하지 않으면 진정한 정치가는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강상중식 일곱 가지 리더십에서는 독서를 통해 얻은 판단력을 ‘건조된 지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판단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날것 그대로의 지성’과 ‘건조된 지성’으로 구분하였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지성이란 지금도 시시각각 움직이는 현실의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경험 법칙과 살아 있는 지식이다. 혹은 그것을 토대로 하는 상황 판단력이다. 이러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판단력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건조된 지성이다. 책에서 배우는 학문적인 지성으로 이것을 나는 인문지라고 부르고 싶다.” (본문 중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체득하는 날것 그대로의 판단력도 중요하지만, 그때까지 축적된 건조된 지성이 겸비되어야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뛰어난 리더였던 것은 정치가로서는 독보적인 건조된 지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며 바로 엄청난 독서가였기에 가능하였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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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형 리더십은 이제 그만

CEO 형 리더 모델에서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기업 조직은 내각과 같은 것이고 경영자는 총리인 셈이지요. 즉 회사는 주주의 것이기 때문에 경영자는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늘이기 위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됩니다.

이런 신자유주의적인 주주 자본주의가 금융위기로 표출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물며 기업에서도 이제는 사상 최대의 이익 대신에 ‘적정이윤’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중요하게 평가되기 시작하였다는 것 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불과 몇 년 전에 바로 CEO리더십을 가진 분을 지도자로 선출하였지요. CEO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는 위압과 협박 그리고 보수와 유인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폭력'과 물질적 이해관계에 기반 한 리더십으로 이 나라를 갈등과 분열,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위압이나 협박, 나아가 보수나 유인책 등으로 발휘되는 하드 파워보다는 물리적 힘에 의존하지 않는 소프트 파워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는,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하여 조지프 나이가 쓴 <리더 파워>를 인용하였습니다.

소프트 파워란 교묘한 끌어당김의 파워, 마치 상대가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소프트 리더십의 핵심은 바로 공감이지요. 실제로 리더는 이 두 가지 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 파워를 발휘하는 사람들인데 강상중식 스마트 파워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상중식 일곱 가지 리더 파워

1. 선견력 - 리더라면 비전을 보여라
2. 목표설정력 -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
3. 동원력 - 이것이 바로 카리스마의 요체다.
4. 의사소통능력 - 기발한 문구를 만들어라.
5. 매니지먼트 역량 - 정보관리와 인사관리
6. 판단력 - 날것 그대로의 지성과 건조된 지성
7. 결단력 - 고독을 견딜 수 있는 정신력

그는, 자신이 바라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직접 나눈 대화를 통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일곱 가지 역량에 대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곱 가지 리더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은 강상중 교수의 <반걸음만 앞서가라>를 직접 읽어보시는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한편, 일곱 가지 리더십에 포함시키지는 못하였지만 리더가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 몇 가지를 더 꼽고 있습니다.

첫째는 언어의 힘이라고 합니다. 교묘한 말이나 수사적 언어, 기발한 유행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힘으로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그런 힘을 말 합니다.

둘째는 책임감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일곱 가지 능력 중 결단력과 관련이 있는 능력인데 리더는 결국 자신의 결단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능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입니다.

셋째는 신념입니다. 이것은 일곱 가지 능력 중 비전과 관련이 있는데, 자신이 제시한 비전을 향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 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신념은 ‘역사와 승부’ 하는 저력이 된다는 것 입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역사와 승부’하는 리더라고 평가하였는데, 역사와 승부하는 리더는 바로 앞에서 열거한 이런 능력들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는 막스 베버를 인용하여 젊은이들에게 시대와 역사의 요구를 따르는 리더가 되라고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탁월한 리더이기는 하였지만,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세상의 상식을 초월하는 리더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반걸음 리더십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서민적이며 보수적인 면도 있다고 평가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은 ‘지속가능성’이며 그렇기 때문에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지 않은 당신도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바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사람들을 잡아당기는 반걸음 리더십이라는 것 입니다.

끝으로 강상중 교수가 인용한 막스 베버의 경구를 소개합니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도 성취하지 못한다.”




반걸음만 앞서 가라 - 10점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사계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