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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어리목-윗세오름-영실코스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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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2월 제주 여행기를 이어갑니다. 제가 속한 단체 회원들과 지난 2월 1일부터 4일까지 제주로 연수를 다녀오면서 둘째 날인 2월 2일(토)에 한라산 등반을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한라산 등반은 주로 성판악 코스를 통해 정상인 백록담을 다녀오는 코스로만 다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어리목에서 출발하여 영실로 내려오는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일행 중에 한라산 등반을 처음하는 하는 분들도 있어서 정상인 백록담을 못가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장거리 등반을 힘들어 하는 일행들이 있어서 비교적 원만한 코스를 선택하였습니다.

 

아울러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에서 한라산 영실 코스의 아름다움을 소개해 놓은 글을 읽은 탓도 컸습니다.(관련 포스팅 : 2013/01/11 - [책과 세상 - 여행] - 제주 허씨들, 이 책이 바로 족보(?)입니다)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하여 오전 8시 어리목 탐방로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토요일이라 등산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해보니 등산객이 많았었는데, 어리목코스 보다는 영실 탐방로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육지에는 이제 봄이 시작되었지만, 제주는 한 달 전부터 이미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1월에 성판악 코스로 한라산을 올랐을 때만 해도 눈이 허벅지 높이까지 쌓여 있었는데, 2월에 어리목 탐방로에는 눈이 별로 없었습니다. 며칠 전에 비가 내려 눈이 많이 녹았고 기온이 높아서 쌓인 눈들이 녹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어리목을 출발하면서 일행 중 일부는 아이젠을 착용하였고, 또 다른 일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등산을 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양지바른 곳에는 눈과 얼음이 없었고 그늘진 곳에만 눈과 얼음이 남아 있어서 어떤 구간은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불편하였고, 어떤 곳에서는 아이젠이 없어서 불편하였습니다.

 

조금 만 더 가다가 길이 미끄러우면 아이젠을 착용해야지 하고 미루다보니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아이젠 없이도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남벽분기점까지 다녀올 때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녀왔는데, 등산로 대부분이 양지 바른 곳이라 아이젠 없이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리목 탐방로는 사제비동산까지가 힘든 구간입니다. 탐방 안내도에도 어리목에서 사제비동산까지 2.4km 구간이 가장 힘든 구간으로 표시되어 있고, 빨간색으로 길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쉬엄쉬엄 걸었던 탓인지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사제비동산을 거쳐서 만세동산까지 올랐습니다.

 

어리목 탐방로를 출발하여 2시간 만에 만세 동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사방이 탁트인 맑은 하늘이 나타났는데, 발아래로는 운해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산아래 있는 사람들에게는 구름이 잔뜩낀 흐린 날이었을 텐데, 구름 위를 걷는 사람들에겐 따뜻한 봄 햇살이 쏟아지는 평화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입니다. 11시 20분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하였는데, 마침 점심시간에 가까운 시간이라 정말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있었습니다. 컵라면을 사기 위해 20~30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일행은 반으로 나뉘었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곧장 영실 탐방로를 통해 하산하는 팀과 남벽분기점을 다녀오는 팀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영실탐방로로 하산하는 팀은 윗세오름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하산하기로 하고, 남벽분기점을 다녀올 팀들은 점심 식사를 미루고 남벽분기점을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남벽 분기점까지 가는 길은 힘든 코스가 없었습니다. 적당한 오르막과 적당한 경사의 내리막길이 이어졌고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남벽 분기점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내리막길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 대피소로 돌아오는 길은 대체로 오르막이 많았지만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라산 정상부만 빼고는 사방이 탁트이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여 멀리 흐릿하지만 제주 남쪽 바다와 삼방산 그리고 가파도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남벽분기점 전망대입니다. 윗세오름대피소를 출발하여 힘들고 지쳤다 싶었을 때 남벽분기점 전망대가 나타났습니다. 남벽분기점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병풍처럼 서 있는 한라산 남쪽 정상부를 바라보면서 걷는 길이었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병풍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고 한라산 정상부의 다른 모습이 나타납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조금씩 다른 풍경이 사진으로 담겼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햇빛이 따뜻하여 봄기운을 만끽하면서 걸을 수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눈이 많이 쌓인 곳도 있었지만, 겨울 눈길을 걷는 것 만큼 힘들지 않았습니다.

 

 

 

일행 중 2/3는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영실탐방코스로 하산을 하였기 때문에 남벽분기점을 다녀오는 걸음을 재촉할 수 밖에 없어 여유롭게 걷지는 못하였습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시시각각 바뀌는 한라산 정상부를 보면서 감탄하며 걸었지요. 병풍 바위 바로 뒤쪽에 있는 백록담을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제주남쪽 바라를 시리도록 볼 수 있겠더군요.

 

 

 

파노라마 사진처럼 다양한 모습의 한라산 정상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눈이 쌓여 있었거나 신록이 푸르렀다면 더 절경이었을 것 같습니다. 한라산 남벽 분기점을 다녀오기에 2월은 적당한 시기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만약 한 겨울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 시기였다면 설산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겨울을 기약하였습니다.

 

 

대략 2시간쯤 걸려 윗세오름 대피소로 되돌아왔습니다. 남벽분기점에서는 그야말로 인증샷만 찍고 돌아온 셈입니다.  오후 1시 30분쯤에 윗세오름 대피소로 되돌아 왔습니다. 갔던 길을 되돌아 왔지만 초행길이라 그런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컵라면과 준비해온 간식과 소주로 점심을 대신하였습니다. 산에서 먹는 컵라면은 항상 지상 최고의 만찬입니다. 따끈한 컵라면 국물과 시원한 소주의 조화로운 맛을 어디에 비할까요?

 

평소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먹는 소주와 라면 국물은 환상적이지요. 앞서 점심을 먹고 먼저 영실 탐방로로 내려간 일행들 배낭에는 소주가 없어서 크게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똑같이 컵라면을 사서 점심을 먹었는데, 소주가 없었던 일행들은 라면이 맛이 없었다고 불평이더군요. 소주와 컵라면을 함께 먹었던 다른 일행들은 라면 맛이 끝내줬다고 하였구요.

 

 

윗세오름 대피소는 해발 1700미터입니다만, 그리 힘들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어리목대피소가 해발 1000미터쯤 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고도로는 고작 700미터를 올라온 셈입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시기에는 사진에 있는 빨간색 깃발을 보면서 등산로를 찾아 걷는 모양입니다.

 

 

영실 코스로 내려오는 하산 길입니다. 겨울과 봄 사이의 삭막함이 가을의 삭막함 못지 않더군요. 영실 탐방로로 내려오는 하산 길은 기암절벽과 병풍바위 그리고 꼬불꼬불한 바위산 하산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신록이 푸른 계절의 아름다움과 바위를 가르고 흘러내리는 폭포를 연상할 수 있었습니다만, 봄의 삭막함은 다 누를 수는 없었습니다.

 

 

영실 탐방로 역시 입구에서부터 병풍 바위를 조망지점까지 약 2km 구간이 가장 힘든 구간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만, 하산길이었기 때문에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쯤 되었을 때 영실 탐방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다시 만났습니다. 영실 코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늦봄부터 여름 사이 혹은 한 겨울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간직하면서 돌아오는 봄을 기약하였습니다. 올해는 연초부터 제주와 인연이 자주 닷는 듯하여 4월 영실의 아름다운 경치를 기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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