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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우리만 버려두고 모두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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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에서 임진각까지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청소년들과 7박 8일간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하면서 크고 작은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첫 날은 물론이고 둘째 날까지도 아이들 중 대부분은 자전거 체인도 못 끼워넣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도로를 주행하다가 체인이 빠지면 아이들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진행자들을 기다리고 섰습니다.

급히 달려가서 왜 멈췄냐고 물어보면 "체인이 빠졌다"고 하며 어찌할줄 모르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체인이 빠졌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자전거가 갑자기 안 나가요"하고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첫 날, 둘째 날은 체인이 빠져 멈추는 아이들이 생길 때마다 진행자들이 달려가서 체인을 새로 걸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기어조작이 서툴러 언덕 길이 나타나면 체인이 빠지는 아이들이 여러명씩 생겼습니다. 심지어 아예 체인을 끊어 버리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 실수와 실패를 해야 배움이 일어난다 !

셋째 날부터는 '고기잡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지역별로 참가자들과 모였을 때 체인 거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주행 중에 체인이 빠져 멈추는 아이가 있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직접 체인을 끼우도록 가르쳐주며 지켜보았습니다. 

진행자들이 체인을 끼워줄 때보다 시간은 더 많이 걸렸지만 한 명, 두 명 체인을 제 손으로 끼워넣을 수 있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체인이 빠지면 정말 힘이 빠집니다. 일정한 속도로 전체가 도로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잠깐 자전거를 세우고 체인을 끼워 넣는 사이에 대열 맨 뒤로 쳐지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달리다가 체인이 빠지면 맥이 탁 풀리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체인이 빠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제손으로 체인을 끼울 줄 모르는 아이일수록 체인이 빠지지 않는 것을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배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 번도 체인이 빠지지 않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체인을 끼울줄 모르는데 7박 8일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도 체인이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아이들은 결국 집에 갈 때까지 체인끼우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체인이 벗겨지는 난감한 상황을 경험하는 아이들만 자전거 체인을 다시 끼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닌바에는 어려운 일을 격어야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어~ 우리만 버려두고 모두 가벼렸어?

자전거 국토 순례중에 아주 잠깐이지만 마산에서 참가한 아이들만 따로 남겨진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만 남겨진 것은 아니고 저를 포함한 실무자 2명이 아이들과 함께 뒤쳐졌던 일입니다.

국토순례 출발 첫 날, 강진을 출발하여 전라 병영 성지 근처에 있는 유명한 맛집 '수인관'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식당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식당 바깥에 그늘이 있는 쉼터도 없고하여 점심을 먹은 후에 출발 때까지 남은 시간을 식당에서 쉬었다가기로 하였습니다.

마산과 광주 참가자들만 신발을 벗고 들어가 바닥에 앉을 수 있는 2층에서 따로 식사를 하였습니다. 제가 식당에서 쉬라고 했더니 마산참가자들은 모두 제 말을 듣고 식당 바닥에 이리저리 뒹굴며 쉬고 있었고, 광주 참가자들은 하나둘씩 일어나 밖으로 나가더군요. 10분쯤 지났을 때는 광주에서 참가한 성인 참가자 3~4명과 마산참가자들만 식당에 남게 되었습니다. 

진행자들간에 약속된 출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아이들과 깜빡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누군가 다급하게 "마산" "마산"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원팀에서 일하는 실무자 한 분이 급히 2층으로 뛰어올라오셨더군요.

"야~ 마산만 남고 다 출발했어! 큰일났다. 너희들만 남았다. 얼른 출발해서 뒤쫓아 가야겠다."(아이들을 놀라게 하려고 약간 뻥을 섞었습니다.)

아이들과 후다닥 자리를 털고 벌떡 일어나  헬멧을 쓰고 신발을 신으며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여오더군요. 마산에는 초등학생이 5명이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와 큰일났다"
"설마 우리만 두고 갔을리가 없다"
"그래 선생님들도 여기 있는데...거짓말이겠지?"
"아까 분명히 우리만 남았다고 했다"

서둘러 자전거를 세워두었던 곳으로 나가봤더니, 정말 마산 자전거 14대만 당랑 남아 있더군요. 전체 참가자들은 이미 시가지를 벗어나고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끌고 큰 길로 나와 대열을 만들고 출발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국토종주 첫날, 오전내내 힘들어 하고 큰 소리로 상황 전달을 해도 잘 따라하지 않던 아이들이 갑자기 군기가 바짝 든 군인들처럼 움직이는 겁니다.

출발 준비하고 외치면 제 목소리보다 몇배 더 큰 소리로 "출발 준비"하고 외치고, "이제 우리끼리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큰일 났다.", "아니다 할 수 있다", "재미있겠다" 하는 소리들이 들여왔습니다. 점심을 먹었던 식당을 출발하여 약 1km쯤 지난 곳에 본대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오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함께 마산에서 출발하기는 하였지만 고작 하루를 함께 지냈기 때문에 여전히 서먹함이 남아있던 아이들이었는데, 우리만 따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갑자기 강한 결속력 같은 것이 생긴 것입니다.

점심 먹은 식당에서 본대가 기다리는 장소까지 10분도 안 걸리는 시간이었지만 분명히 단결하는 힘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만약 만약 1~2시간 정도 본대에서 떨어져서 14명만 따로 뒤쫓아 갔다면 아주 굉장한 응집력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생겨난 아이들의 팀웍과 응집력 원인은?

마산 아이들은 이 짧은 경험을 하고나서 분명 서로가 서로를 챙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도 간식도 골고루 잘 나눠먹고 샤워를 하거나 빨래를 해도 함께 하고, 탈수기, 세탁기를 사용할 때도 똘똘뭉쳐서 함께 다니더군요. 이튿날부터는 진행자들과 성인참가자들에게 "마산 애들 참 잘한다"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도 정말 잘한다"하는 칭찬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위의 사진으로 보시는 새만금 구간을 지날 때는 참가 지역별로 조를 나눠 따로 자전거를 탔습니다. 이때는 정말 팀웍이 최고로 발휘되었지요. 목적지까지 도착시간만 정해두고 우리들끼리 휴식과 출발을 조절하며 즐겁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놀라움, 긴장, 걱정을 함께 했던 경험이 아이들이 서로 걱정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형성시켜주었던 것입니다. 이 일이 있고나서 갑자기 생겨난 마산아이들의 팀웍을 다른 이유를 들어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날 저녁 진행자들의 평가회의 시간에는 오늘의 큰 실수 사례로 이 이야기가 거론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참가자와 진행자들이 있는데, 14명을 그냥 두고 출발하는 어이없는 실수가 생긴 것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었지요. 교육적 효과를 거두려고 일부러 두고 간 것이 아니니 진행실무자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분명하였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긴 하였지만 그런 실수가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의 시간에는 아무말 하지 않았습니다만, 사실은 이날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우는 소중한 체험을 한 것입니다. 모두 떠나고 우리들만 남았으니 특별히 힘을 내서 오늘 목적지까지 우리 힘으로 가야 한다는 각오 같은 것이 생겼던 것이지요.

뭐 특별히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고, 진행실무자 두 사람도 함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면 일어나는 법을 배울 수 없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를 달리다가 체인이 빠지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좀 짜증스럽기는 하지만 제 손으로 자전거 체인 끼우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전체가 출발하고 14명만 따로 남았을 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끈끈한 팀웍이 만들어졌습니다.


모두 실패와 실수를 통해 배운 소중한 경험들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도 세상을 사는 지혜는 실패와 실수를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탈하게만 지냈다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었겠지요. 결국 아이들이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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