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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B급 로드가이드가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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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 7박 8일 동안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아이들 이야기만 여러편 포스팅하였는데요.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2007년 지금 고3을 보내고 있는 첫째 아이가 중학생이었을 때, 마산을 출발하여 부산 - 울산 - 경주 - 대구 - 구미 - 김천 - 대전 - 천안 - 평택 - 부천 - 임진각으로 가는 620km 국토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전국에서 8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한 행사였는데, 방문 지역마다 '통일자전거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임진각까지 자전거로 620km 국토 종주를 하였습니다.

당시 YMCA는 이 캠페인 통해 매년 1억원을 모금하여 1000대의 자전거를 북한에 지원하였으며 3년 동안 3000대의 자전거를 지원하였습니다.


장거리 자전거 국토순례에 재미를 붙여 이듬해 겨울에는 수능시험을 마친 고3 아이들, 그리고 대학생들과 함께 제주도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녀왔습니다. 3박 4일 동안 250여 km를 달려 제주도 일주를 마치고 다음날은 새벽부터 한라산 겨울산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였고, 두 번의 국토순례 참가 후에 한 참 동안 자전거를 즐겨탔습니다만, 타던 자전거를 몽땅 도둑맡고 나서는 2~3년 동안 좀 시들해졌습니다. 세 번째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하게 된 것은 제가 속해있는 YMCA에서 전국적으로 자전거 타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한 번 해보자는 결의를 하는 과정에 저도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2학년이 된 둘째 아이와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2007년에 첫째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임진각까지 국토순례를 다녀온 경험이 있이 때문에 둘째와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흔 여섯 나이 탓만은 아닐텐데 이번 자전거 국토순례가 4년 전에 비하여 더 힘들었습니다. 국토순례를 앞두고 주말마다 하루에 20~30km씩 자전거를 타면서 준비를 하였지만 막상 매일 100km씩 달리는 국토순례를 시작하니 몸 곳곳에 이상이 생기더군요.



그래도 꾸준히 등산도 다니고 주말마다 조금씩 자전거 타기 연습을 해둔 덕분인지 다리 근육이 뭉치거나 아파서 힘들지믄 않았습니다. 작년부터 왼쪽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있어 장거리 등산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자전거 연습이 도움이 되었는지 걱정하였던 무릎 통증도 없었습니다.

물론 장거리 자전거 타기를 할 때마다 찾아오는 엉덩이 통증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주행 중에 자주 엉덩이를 들어주고 했습니다만, 셋째 날부터는 엉덩이가 아파오기 시작하더군요. 땀을 많이 흘리니 여섯째 날부터는 약간 짓무르기도 하였지만 큰 탈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가장 큰 통증은 어깨 통증이었습니다. 4년 전에도 장거리 국토순례를 해봤기 때문에 어깨 통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심하였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해주고 자전거를 타면서도 자주 어께를 풀어주었지만 어께 통증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세 번째 국토순례, 나이 탓은 아닌데...어깨 통증으로 고생

임진각까지 국토순례는 무사히 마쳤는데, 집으로 돌아 온 그날 밤에 너무 어께가 아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습니다. 결국 다음날 아침에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맡고 뜸을 뜨고 물리치료를 받은 후에야 통증이 가라앉았습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병원을 잘 가지 않는 사람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리 스트레칭을 해도 어께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한의원을 갔었지요.

사실, 4년전 국토순례를 갔을 때와 비교하면 제가 맡은 역할이 달라진 탓도 있습니다. 그때는 자전거를 전문으로 타는 대학생 로드가이드들이 있었고 아이들 생활지도를 해주는 지도자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홍보였기 때문에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저녁 시간에는 글을 쓰고 인터넷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한 마디로 제 한 몸만 잘 건사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 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YMCA 실무자들이 로드가이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그냥 혼자서 자전거만 묵묵히 탈 수 없었습니다. 광주에서 참가한 성인 참가자 중에서 4분과 꾸준히 생활자전거 운동을 펼쳐 온 몇몇 지역 YMCA 실무자들이 전문로드가이드 역할을 맡아주었습니다만 저 같은 B급 가이드도 역할을 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도심 구간을 통과할 때는 가끔씩이지만 대열을 파고드는 버스나 승용차를 막는 역할도 해야 했고, 40여명으로 편성된 1개팀의 도로 주행을 리더하는 역할도 맡아야 했습니다. 주행하는 대열의 앞위를 오가면서 참가자들을 독려하는 역할, 출발, 정지, 서행 등 주행 상황을 큰 소리를 전달하는 역할 그리고 자전거 체인이 빠지거나 하는 이상이 있으면 응급조치를 하는 역할 등 입니다.

처음엔 이런 역할들이 재미있더군요. 자전거 체인을 끼워주는 동안 순식간에 전체 대열이 지나가 버립니다. 얼른 본 대열의 제 자리로 찾아가려면 힘차게 패달을 밟아 전속력으로 주행 대열을 추월해서 달려 나가야 하는데 이때 느끼는 짜릿함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하루에 20 여회 이상 반복되니 날짜가 지날수록 힘 들어지더군요. 저는 B급 로드가이드였기 때문에 애초에 체력이 모자라서 뒤쳐지는 아이들을 밀어주는 역할은 맡지 않았는데, 뒤쳐지는 마산 참가자들을 다른 지역 실무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어 나중에는 그 역할도 몇 차례 맡았습니다.

맨 후미까지 뒤 쳐진 아이를 독려하고 언덕 길에서는 한 손으로 등을 밀어주면서 주행하는 것이 체력적인 부담되더군요. 정읍에서 공주로 가던 날, 공주에서 평택으로 가던 날 마산 참가자 세 명을 번갈아 가면서 밀어주었는데, 마지막에는 저도 많이 지치더군요.



A급과 B급의 차이, 복장만 봐도 다르다

뭐 어쨌든 이번 자전거 국토순례를 하면서 나름 로드가이드 데뷔를 한 셈입니다. 아직은 여전히 B급 로드가이드이지만 말입니다. A급과 B급이 뭐가 다르냐구요. 앞서 소개한 김홍빈 대장 같은 분은 AA급 입니다. 이 분들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대열의 선두와 후미를 하루 종일 질주하면서 교차로마다 차량을 통제하는 분들입니다.

그 외에 평소에 자전거를 꾸준히 탔던 YMCA 실무자들은 A급 로드가이드 입니다. 그리고 저는 B급입니다. A급과 B급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복장과 자전거가 다릅니다. 자전거를 늘 타던 분들은 자전거 탈 때 입는 옷과 헬멧, 장갑 그리고 무엇보다 자전거가 다릅니다. 

B급인 저는 이번에 겨우 입문형 산악자전거(엘파마 600D)를 구입하여 길들이기도 되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있고 유니폼과 헬멧은 모두 인터넷 최저가 제품입니다. 물론 외형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자전거 주행과 가이드 능력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납니다. 


 

A급 로드가이드들은 한 손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앞 뒤를 돌아보고 대열을 독려하면서도 핸들이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앞을 보고 달릴 때는 두 손다 놓고 갈 수 있지만, 뒤를 돌아보며 달릴 때는 한 손으로만 주행하면 핸들이 흔들립니다.
어쩔 땐 심하게 흔들려 넘어질 뻔한 일도 있습니다. 짧은 오르막 길을 만나면 뒤쳐지는 참가자들을 뒤에서 밀어주면서 올라갈 수 있지만, 긴 오르막 길을 만나면 겨우 제 몫을 해내는 정도입니다.
저 한 몸 잘 건사해서 무사히 임진각까지 갈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능력을 넘는 과도한 역할을 맡은 것이지요. 그래도 4년 전에 대열의 맨 후미에 유유자적하면서 달릴 때보나는 몸은 힘들고 긴장은 높았지만 훨씬 흥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 이게 해보면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벌써 올 겨울이 기다려집니다. 이번 겨울에 또 한 번 장거리 자전거 달리기 프로그램 진행 계획을 세우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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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남매 2011.08.20 08:27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읽으니 아..이런 힘든 점도 있겠구나..현실감 팍팍 느껴집니다..ㅋㅋ
    민주아빠에게 이 글을 보여주니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네요..민남매가 좀 더 자라면 같이 참가하겠노라던 아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네요..ㅋㅋ

물건 잃어버려도 절대 안 찾아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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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이야기 이어갑니다. 초등5학년부터 고등학생들까지 청소년들과 함께 7박 8일을 지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바로 자기 물건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전거 국토순례의 특성상 매일 매일 숙박장소가 바뀌는데, 하루밤 자고나면 수 많은 '분실물'이 생긴다는 겁니다. 숙박 장소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머물렀던 장소에는 반드시 두고가는 물건이 생깁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찾아도 물건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숙소를 빠져나오면 진행팀 실무자들이 커다란 비닐봉투를 들고 숙소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아이들이 흘리고 간 물건을 담아 나옵니다. 양말, 수건 같은 것은 기본이고 팬티, 티셔츠, 바지, 샴푸 같은 생활용품은 수 없이 버리고 가더군요. 

어떤 날은 매일매일 자전거 탈 때 입는 단체복을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국토순례 출발을 앞두고 아이들이 모두 모이면 분실물을 꺼내놓고 '주인찾기'를 하는데 신기하게도 잃어버린 물건은 잔뜩인데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분실물을 찾아나서거나 금새 주인이 나타나는 품목은 딱 세가지 뿐입니다. 바로 휴대전화, 자전거 헬멧 그리고 장갑입니다. 다른 물건은 잃어버려도 찾아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진행실무자들에게 분실 사실을 알리고 스스로 찾아다닙니다.

또 자전거 탈 때 없어서는 안 되는 헬멧과 장갑을 아무곳에나 두고 다니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다행히 출발을 앞두고 주인을 찾으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챙겨갑니다. 헬멧과 장갑이 없으면 자전거를 탈 수 없으니 아무리 귀찮아도 두 가지는 챙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물건은 휴대전화 뿐?

그러고보면 아이들이 정말 애착을 가지고 소중히 여기는 물건은 '휴대전화' 밖에는 없는 셈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국토순례에 가지고 온 물건들 중에 여분이 없고 동료들에게 빌릴 수도 없는 물건은 바로 휴대전화와 헬멧, 장갑 뿐이더군요.


그 외 대부분은 자기 물건을 챙기지 않아도 별로 불편할 일이 없어보였습니다. 수건, 양말, 속옷, 티셔츠 같은 물건들은 여유분을 충분히 챙겨왔기 때문에 한 번 잃어버리고 나면 실무자들이 들고와서 주인을 애타게 불러도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또 아이들 대부분은 스스로 자기 짐을 챙겨오지 않았기 때문에 세면도구 같은 것들은 한 번 잃어버리고 나면 자기물건인지 아닌지 구분도 할 줄 몰랐습니다. 잃어버려도 별로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온 샴푸, 치약 같은 것들이 넉넉하니 빌려쓰면 그만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자기 물건이라고 애착을 가지는 것은 휴대전화가 유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휴대전화를 제외한 어떤 물건도 아이들에게는 애착관계가 형성되지도 않았고 잃어버리지 않고 챙겨야 할 만큼 소중한 물건도 아이었던 것입니다.



유치원에서부터 단체 활동을 할 때는 자기물건에 이름을 써라고 가르치고, 국토순례를 시작하는 첫날 네임펜과 매직펜을 나눠주며 이름을 써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아이들이 버리고 간 물건에는 대부분 이름이 씌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주인이라고 나서지 않으면 찾아줄 수 없는 것이지요. 국토순례를 마치고나니 이렇게 아이들이 버리고 간 물건이 커다란 상자에 한 박스가 넘더군요.

의식주 생활 교육도 한심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 날 아이들이 샤워를 하고 그날 입었던 유니폼을 세탁하여 탈수를 시키도록 생활지도를 하였습니다. 아이들 샤워가 끝나갈 무렵 탈수를 할 수 있는 세탁기가 설치된 곳으로 갔더니 줄을 길게 늘어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수두룩 하였습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숙소에 도착하면 밥 먹고, 씻고, 세탁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빠듯한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안타까워 세탁기가 설치된 곳으로 가서 어찌된 일인지 살펴보았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참으로 어이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전거 타면서 입었던 상, 하의 한 번을 놓고 탈수 버튼을 눌러놓고 저절로 세탁기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세탁기에 탈수 버튼을 누르고 저절로 멈출 때까지 기다리면 대략 8분 정도가 걸립니다. 



댁의 아이는 세탁기 돌릴 줄 알까요?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자가 160여명인데 한 사람당 8분씩 탈수를 하면 하룻 밤을 꼬박 새워도 모두 탈수를 시킬 수 없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 중 아무도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더군요. 그냥 줄을 서서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어른들이야 다 아시겠지만, 자전거 탈 때 입는 유니폼은 쿨맥스 소재로 되어있기 때문에 탈수기에서는 1분 정도만 돌려도 수분이 대부분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1분씩만 돌려도 충분할 뿐만 아니라 용량이 큰 세탁기였기 때문에 한꺼번에 10명, 20명 분을 넣고 돌려도 탈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40분 동안 세탁기 앞에서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 세탁물을 남, 여로 구분하여 한 번에 20여명씩 넣고 2분씩 탈수를 시켜서 보냈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아예 조별로 모아서만 탈수를 하도록 시켰지요. 옷 한 벌씩 넣고 8분씩 탈수하는 아이들을 보며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저희 아들도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나중에 중학교 2학년인 저희 아이와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녀석도 세탁기 사용법을 모르더군요. 집에서 밥 하고 라면 끓이고 주말마다 청소는 해봤지만 빨래는 한 번도 해 본일이 없다는 겁니다. 밥도 안 해보고 청소기도 사용해 본일이 없는 아이들이 더 많을거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쓴 소감문을 읽어봐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아이들은 없습니다. 어려운 국토순례를 마친 아이들 대부분은 힘든 일을 이겨 낸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거나 자기의 꿈을 이루겠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요. 뿐만 아니라 배가 고픈 경험도, 목이 마른데 물을 실컷 먹을 수 없는 경험도 이번이 난생 처음이라는 아이들도 수두룩 하였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아이들의 몸에 베인 삶의 습관을 바꿀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 물건도 못 챙기고, 세탁기 조차 사용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쉽게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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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tte 2011.08.12 11:36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아이들은 아닌거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적에도 분실물 나오면 '어, 내꺼네....' 하고선 안들고 가는 아이들이 몇몇 있었거든요. 공짜로 얻는 듯한 물건은 원래 그렇게 애착이 없어지는가 봅니다.
    공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아직 아이들 눈에는 공짜로 보이거든요. 공짜가 아니라는걸 사람들이 알아야 할텐데 공짜라고 착각을 하니 참 큰일입니다 그쵸?

    • 이윤기 2011.08.13 10:54 신고 address edit & del

      오랜만입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전 국토순례를 휴가 삼아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소비에 있어서 지나치게 풍요로운 것은 아니가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2. 121 2011.08.12 15:05 address edit & del reply

    남 얘기가 아니고 바로 당신의 가정! 자식 이야기지요... 보세요,,한국부모들이 자식을 얼마나 바보같이 무식하게 키우는지요???

    • 이윤기 2011.08.13 10:55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아이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3. 저녁노을 2011.08.12 16:14 address edit & del reply

    학교현장에서도 마차가지 입니다.
    풍족한 세상을 살다보니..잃어버리면 또 ㅅㅏ 주니 무슨 아쉬움 있겠습니까.
    정말...큰일입니다.

    • 이윤기 2011.08.13 10:56 신고 address edit & del

      아이들이 부족함, 모자람을 경험해 봐야 하는 거군요.

  4. 이종윤 2011.08.12 17:55 address edit & del reply

    저희마산팀은 항상 팀끼리모아서 다같이 세탁하고 다같이 탈수했는데ㅎ 우리마산팀이 최고네요!

    • 이윤기 2011.08.13 10:56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래 니들은 잘 했어 ^^ 멋져 부렀어 ^^

도로를 주행하는 자전거는 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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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자동차 운전자 배려 꼭 필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전남 강진에서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620km를 달리는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오늘은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하면서 느낀 자동차 운전자들의 태도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번 자전거 국토순례에는 전국에서 초등 5학년에서부터 60대까지 143명의 참가자와 20여명의 진행팀이 함께하였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국토순례를 하다 보니 경찰의 협조를 받았지만 교통 소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왕복 4차선 이상 도시외곽 국도를 따라 자전거를 달릴 때는 하위차선 1차로를 자전거 국토순례단이 차지하고 달려도 교통소통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왕복 2차선 국도의 경우나 불가피하게 도심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다소간 교통정체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량소통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교통경찰 외에도 5대의 행사 진행 차량과 20여명의 진행요원들이 안전한 자전거 주행과 차량 소통을 위하여 배치되었지만 복잡한 도심 구간에서 교통정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지요.

그런데 이런 도심 구간을 지나면서 적지 않은 운전자들의 난폭한 대응을 경험하면서 정말 자전거에 대한 배려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많은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차’라고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전거를 끌고 왜 도로에 들어와서 X랄이야 "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자전거 도로도 없는데 왜 여기(시내) 들어와서 차량 정체를 일으키냐?"고 화를 내는 운전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명백히 ‘차’로 분류되어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도로를 주행하는 자전거를 차로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차가 막히면 당연히 앞차가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운전자들이(간혹 얌체 짓을 하는 운전자들이 있지만) 자전거가 느린 속도로 도로를 주행하거나 혹은 도로에 정차해 있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옆으로 끼어 들어 앞쪽으로 나가려 합니다.

버스 운전기사들도 위험하게 운전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자전거가 도로 가장자리 차선으로 대열을 지어 주행하고 있는데도 그 사이를 비집고 버스정류장 진입을 시도하더군요.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진행요원들이 자전거와 몸을 던져 버스를 막아야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답니다.

                              



또 아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우회전하는 차량들과 마주칠 때입니다. 자동차보다 느린 자전거를 앞질러 1차선으로 들어온 운전자들이 자전거 대열을 끊고 우회전을 시도하는 위험한 상황도 겪었습니다.

진행요원들이 사전에 우회전을 시도하는 차량 앞을 막고 인사를 하고 협조를 당부하여도 자동차로 밀고 들어오거나 욕을 퍼붓는 경우도 여러번 겪었습니다.

물론 자전거가 대열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고 박수를 쳐 주거나 경적을 울리며 격려해주는 운전자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수는 아니지만 도로를 주행하는 느린 자전거를 용납 못하는 운전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의 빠른 속도가 도심 도로를 주행하는 '정상'(?) 속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시속 10~20km로 도심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느린 속도를 받아들이지 못하시더군요.

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신할 수 있는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으로 정착되려면 자전거가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상의 ‘차’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로에서 자전거는 자동차에 비하면 정말 힘없는 약자입니다. 자동차가 가까이 다가오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도시는 보행자가 걷기 좋은 도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라는 사실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운전자 여러분 도로는 자동차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동차와 자전거가 같이 사용하는 곳이라는 점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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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그럼 2015.04.21 13:00 address edit & del reply

    아니 그럼 버스는.. 정류장에 손님 내려주지도 못하고 멍때리고 서있어야하나요. 그것도 문제인듯..

    • 이윤기 2016.09.12 10:10 신고 address edit & del

      자전거 대열을 끊지 않고 서행하면서 정류장으로 들어가면 서로 안전하게 비켜갈 수 있을겁니다.

  2. 그들만의 축제 2016.05.17 13:50 address edit & del reply

    누구를 위한 축제입니까. 자전거 한 대만으로도 운전자 입장에선 아찔한데 저렇게 다니면 참... 덕분에 업무에 차질을 빚는 사람들은 저런 행사를 위해서 희생하는건 당연한 건가요? 굳이 자전거 도로도 잘 구획되지 않는 나라에서 저런 행사를 하다니 취지는 좋을 지 몰라도 그에 따른 피해나 불편 또한 생각해 보시길.

    • 이윤기 2016.09.12 10:08 신고 address edit & del

      이렇게라도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겠지요.

      왜 도로 주행의 우선권이 항상 자동차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3. 로드타는자 2016.09.07 00:26 address edit & del reply

    권리만 말하고 있네요.
    자전거가 차로 인정되는.부분은!
    마지막 차선의 1/3을 넘지 않는 일렬주행뿐입니다.
    저위의 사진은 단체로 불법을 자행한
    셈이죠

    • 이윤기 2016.09.12 10:09 신고 address edit & del

      불법?
      혹시 법이 잘못된건 아닌가요?

      법을 고쳐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게 해주면 좋겠네요.

5학년 초딩들도 강진 -임진각 620km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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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는 전국에서 143명이 참가하였습니다. 그중 전국 최연소 참가자 3명은 모두 마산에서 참가한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입니다.

세 명은 모두 YMCA 유치원인 아기스포츠단 출신들이고 부모님이 모두 YMCA 생활협동운동 모임인 등대 촛불로 참가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전국 최연소 참가자인 초등 5학년 세 명의 국토순례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소연이, 건모, 승재는 모두 초등 5학년인데 여자 아이인 소연이 이야기부터 들려 드리겠습니다.


묵언 수행 하듯 자전거를 탄 소연이

소연이는 국토순례 둘째 날부터 우리팀의 마스코트로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애초부터 소연이 체력으로 자전거 국토순례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좀 있었는데 첫날부터 자꾸만 뒤쳐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둘째 체력이 뒤쳐지는 소연이는 둘째 날부터 전체 대열의 맨 선두에서 진행대장과 함께 자전거를 탔습니다. 

가끔씩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선두 대열에서 뒤쳐져 후미로 밀려날 때도 있었지만,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전거를 탔습니다. 전체 대열의 맨뒤로 쳐졌을 때도 "버스 타고 갈래?" 하고 물으면 말없이 고개만 옆으로 살레살레 흔들곤 하였습니다. 



늘 전체 대열의 선두에 있었기 때문에 소연이는 사진에 많이 찍혀습니다. 진행대장을 포함하여 자전거 국토순례단 전체를 찍은 사진에는 어김없이 소연이 모습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체력이 모자라는 아이들을 선두에 새워두고 집중 관리한 덕분에 소연이는 사나흘이 지나면서부터 경사에 맞춰기어조작도 익숙하게 해내더군요.

작은 키에 몸집 보다 큰 자전거를 타고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소연이 모습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언니, 오빠들, 어른들, 선생님들 모두가 소연이를 볼 때마다 "소연아 힘내 !", "소연이 화이팅!" 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사흘 째 되는 날 아침에 만났더니 새까맣게 탄 얼굴, 콧잔등에 허물이 벗겨지고 있더군요. 그래도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소연이는 마치 묵언 수행하는 수행자처럼 말 대꾸도 하지 않고 자전거를 탔습니다. 누가 물어도 말로 대답하지 않더군요. 꼭 필요한 말만 빼고 모든 의사표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흔드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말할 기운도 아껴서 자전거를 타는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고 끝까지 자전거를 타겠다고 고집을 피우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나면 미련없이 '버스'를 타기도 하였습니다. 군산에서 공주로 가던 날 저와 함께 대열 맨 후미로 쳐졌습니다.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1시간 넘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목적지 공주 한옥 마을을 10여km 남겨 두었을 때 버스를 타겠다고 하더군요.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온전히 자전거를 타면서 소진해 버린 아이가 이젠 '버스'를 타야겠다고 하는데 10km 밖에 안 남았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연이는 마치 자전거로 수행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어떨 때는 '한비야'씨가 연상되기도 하였습니다. 딱히 어떤 점이 닮았다고 표현할 수는 없는데, 초등 5학년 밖에 안 된 녀석이 힘들다는 말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패달을 밟는 모습을 보며 여러 번 '한비야'씨를 떠 올렸습니다.

소연이가 미소를 보여주고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은 임진각을 하루 남겨 둔 부천YMCA에 도착하였을 때입니다. 다음날 오전에 55km만 달리면 자전거 국토순례가 끝나는 날 이었지지요.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온 소연이는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날리기 시작하더군요. 초등 5학년 여자 아이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누구라도 1분 안에 친구를 만드는 말라깽이 건모

또 다른 초등 5학년 1명은 건모입니다. 건모는 겉 보기에 말라깽이 입니다. 눈으로만 보면 저 몸으로 과연 임진각까지 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 건모는 2월생으로 일찍 입학하여 5학년이 되었기 때문에 나이로만 따지면 4학년들과 동갑입니다.

초등 5학년 3인방 중에서도 그야말로 최연소 참가자입니다. 건모는 힘들면 힘들다, 지치면 지친다고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이입니다.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아이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언덕길을 넘어가면 힘이 닿는 만큼 자전거를 타고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힘이 부치면 그냥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갑니다.



가파른 언덕길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속도도 별로 빠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타고 가는 것이 빠릅니다. 건모는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다가도 힘이 좀 모아졌다 싶으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갑니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수 없이 하고 몇 킬로 남았냐는 질문도 수백 번 하였지만 '버스'를 타겠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건모는 에너자이저입니다. 자전거 탈 때는 힘들어 죽겠다고 했다가도 휴식 시간이 되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합니다. 조장이나 당번을 따라 생수나 음료, 간식을 받으러 함께 다니고, 다른 참가자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리는 아이입니다. 마치 다람쥐처럼 가벼운 모습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리더군요. 건모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새 친해지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택에서 찜질방을 숙소로 사용하던 날, 사우나 냉탕에서 중, 고등학생 형들이랑 어울려 물장난하고 노는 초딩은 건모 밖에 없었습니다. 구김살 없는 건모는 먹을 것이 있는 곳을 잘 찾아다니고 남는 간식이 있으면 재빠르게 하나라도 더 챙겨먹는 생존 능력이 탁월한 아이입니다. 늘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힘들어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에너지를 나눠주는 역할도 많이 하였습니다.

중학생 같은 초딩 5학년 승재

성재는 키가 좀 작은 것만 빼고나면 중학생 형들과 비교해도 체격이나 체력으로는 조금도 뒤쳐지지 않았습니다. 힘으로도 중학생들에게 별로 밀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뭘 해도 중학생 형들에게 뒤쳐지는 일이 없었습니다.

광주시내를 지나 518국립묘지로 가던 날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져는데 헬멧이 깨져버렸습니다. 헬멧을 쓴 덕분에 다친 곳은 없었지만 초등 5학년이면 놀랄만도 한데 이 녀석은 어른처럼 툴툴 털고 일어나서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겁니다. 휴식 시간에 넘어질 때 부딪힌 곳이 아프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는 젼혀 하지 않았습니다. 




승재는 강진을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가는 동안 한 번도 버스에 타지 않았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도 한 번도 대열에서 뒤쳐지는 일도 없었습니다. 중학생 형들도 한 두번씩은 대열에서 밀려나 후미로 쳐지는 일이 있었는데 승재는 늘 자기자리를 지키면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워낙 자전거를 잘 타다보니 소연이나 건모 만큼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건모나 소연이는 함께 국토순례에 참가한 어른 참가자들에게 "대견하다" "대단하다" 하는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승재는 그러말을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어른들 누구도 승재가  초등 5학년 밖에 안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자전거를 잘 탔기 때문입니다. 



전국 143명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자 중에서 최연소 참가자였던 초딩 5학년 소연, 건모, 승재는 모두 전남 강진에서 임진각까지 620km를 완주하였습니다. 너무너무 힘들 때는 잠깐씩 버스를 타기도 하였고, 자전거가 고장나서 할 수 없이 버스에 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완주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등 5학년 밖에 안 된 이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주일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 힘들었던 순간은 다 잊어버렸는지, 임진각에서 해산식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마산으로 내려오면서 내년에도 자전거 국토순례에 다시 참가하겠다고 약속하는 아이들이 참 대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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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비 2011.08.08 12:06 address edit & del reply

    내년에도 가나요?

    • 이윤기 2011.08.08 12:56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내년에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들이랑 한 번 함께 가보시지요?

  2. 강산 나비 2011.08.08 18:09 address edit & del reply

    넘 자랑으런 한국의 인 의 긍지 국토순례에 참가한 모두에게 찬사를 보냄니다..윤 토끼

  3. hana 2011.08.09 10:12 address edit & del reply

    성재가 아니라 승재 아닌가요?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 이윤기 2011.08.09 13:12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네요.....^^*

      승재로 고쳤습니다.

  4. 민남매 2011.08.17 10:35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읽고 나니 가슴이 너무 벅찹니다..^^ 와이 유치원을 통해 이런 프로그램도 있다는 것을 알고 갑니다.그리고 꼭 저희 아이들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 이윤기 2011.08.17 17:16 신고 address edit & del

      내년부터는 중학생 이상만 참가시키려고 합니다.

      YMCA 아기스포츠단이나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은 예외적으로 초등 5학년부터 참가신청을 받을거구요.

  5. 김경환 2011.08.20 10:52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 조카 승재 자랑스럽다 - 베트남에서 삼촌이

    • 이윤기 2011.08.22 08:14 신고 address edit & del

      멋진 조카를 두셨습니다. 승재 삼촌 ^^*

  6. 정찬양선생님 2015.01.10 19:21 address edit & del reply

    멋진조카를두셨습니다..승재삼촌^^*

강진에서 임진각까지 父子 620km 함께 달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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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6박 7일 동안 제 7회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하였습니다. 전남 강진에서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620km를 달리는 이번 자전거 국토순례에는 전국에서 143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이번 행사에 남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은 중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와 함께 참여하였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것은 세번 째 입니다.

2007년 8월에 지금 고3인 첫째 아들과 마산을 출발하여 부산, 경주, 대구, 구미, 김천, 대전, 천안, 평택, 부천을 거쳐 임진각까지 가는 제 3회 YMCA 자전거 국토순례(620km)에 참가하였습니다.   

2008년 1월에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아들과 함께 마산YMCA가 주최한 청소년 제주도 자전거 국토순례(240km)에 참가하였구요. 중학교 2학년이된 둘째 아들과 함께 제 7회 자전거 국토순례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아이는 제주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여하였을 때, 고3~대학생 형들과 함께 참여하여 많이 힘들어 하였던 기억이 있는데, 예상외로 이번에 스스로 국토순례 참가를 결정하였습니다. 



마산 참가자는 저희 둘째 아이를 포함해서 모두 12명이었고 저를 포함하여 실무자 2명이 아이들을 인솔하여 국토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늘 순수한 참가자가 아니라 진행자로 이런 행사에 참여하기 때문에 저희 아이들은 대체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년 전에 첫째 아이와 자전거 국토순례를 갔을 때는 제가 아이들 생활지도를 맡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와 제가 서로 어색하게 '조우' 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독립심이 강한 탓인지 첫째 아이는 국토순례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저를 찾아 온 일이 없습니다. 

가끔 제가 걱정이 되어서 아들 녀석을 보러가도 친구들과 어울려 외면하기 일쑤였습니다. 사진을 함께 찍자는 것도 하도 마다하여 출발 할 때 마산역에서 한 번, 임진각에 도착해서 한 번 더 찍은 것이 전부입니다. 첫째 아이는 YMCA 유치원(아기스포츠단)에 3년을 다니는 동안 한 번도 아빠가 일하는 사무실에 온 일이 없었지요. YMCA에서 만나면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나 아예 외면해버리는 녀석이었답니다.



막내 티 팍팍내는 둘째 아이과 국토순례에 나서다

그런데 둘째는 좀 다릅니다. 막내 티를 팍팍내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아빠와 함께 국토순례를 간다는 것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참가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녀석은 쫄쫄이(졸졸 따라다니는) 기질이 다분합니다. 첫째와 달리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도 선생님 '아빠"라고 부르고 대화를 할 때도 "예"라고 하지 않고 "응"이라고 하는 녀석입니다.

YMCA 유치원에 다닐 때도 첫째와 달리 자주 친구들을 데리고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 나타났습니다. "야 ! 봐라 우리 아빠 여기 있다" 하고는 빙긋이 웃으며 자랑하던 일이 여러 번입니다. 두 녀석이 확실히 다른 특성을 보여주더군요. 

이런 둘째 아이와 이번 자전거 국토순례에 함께 참가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제가 남자 아이들 생활지도도 맡았습니다. 아이들을 혼낼 일이 있으면 예외없이 혼내야 하고 아이들을 칭찬하고 격려해 줄 때는 내 아이를 맨 나중에 챙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둘째 녀석은 제가 있어서 위안이 될 줄 알았을텐데 별로 그런 역할을 해줄 수가 없었지요.



전남 강진을 출발하여 첫째 날은 나주청소년수련관까지 둘째 날은 정읍  청소년수련관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애써 아들녀석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자기 일과 역할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지요.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빨래하는 것을 돌봐주고 나면 밤 10시가 훌쩍 넘어야 진행팀 회의를 합니다.  하루 활동을 평가하고 다음날 라이딩 계획을 점검하다보면 12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입니다. 새벽이 되어서야 자러 들어갔더니 둘째 녀석이 매일 저녁 제 잠자리를 챙겨놓고 자더군요.

이 녀석은 첫째 아이에 비하여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은 녀석인데, 문제는 자신도 그렇게 배려 받고 싶어하고 그런 배려를 받지 못하면 상처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선생님 아들이라서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는 소리를 듣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과 아들을 위해서 뭘 어떻게 배려해주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첫날은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조금도 뒤쳐지지 않고 무난하게 자전거 국토순례를 해내던 아들이 둘째 날부터 힘들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는 좀 예민한 편이라 집을 떠나면 화장실 가는 것을 힘들어 하고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많은 아이입니다.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는 아비 마음

둘째날 내장산으로 들어가는 추월산 고개(해발 약 530m)를 넘기 전에 진행자들이 "3km가 넘는 고갯길을 넘어야 한다", "국토순례 전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견딜 수 없을 만큼 배가 아팠는지는 알수 없지만 아들 녀석은 "배가 아파 더는 자전거를 못 타겠다"  하더군요. 이마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어지럽기도 하여 자전거를 더 이상 못타겠다고 하는 겁니다.

아비 입장에서는 솔직히 화가 나더군요.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는 것이 영 마뜩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추월산 고개 아래까지 가는 길도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길고 긴 오르막이 이어졌기 때문에 많이 지치기는 하여습니다만, 그래도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두려운 일, 어려운 일을 만나면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는 것이 싫기도 하였고, 이 코스를 포기하고 나면 스스로 느끼는 좌절감도 마음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들 녀석은 '버스'를 잠깐 탓다가 걸어서 고갯마루까지 올라왔습니다. 힘들게 자전거 타고 올라가는 친구들이 있는데 편하게 차 타고 고개를 넘어가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진행자들이 걸어서 고개를 넘어가라고 하였다더군요.



워낙 가파르고 긴 고갯길이라 절반이 넘는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르지 못하고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왔기 때문에 그냥 맨 몸으로 걸어 간 것이나 자전거를 끌고 간 것이나 별차이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끌고라도 올라간 아이들은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는 자부심(?)을 얻었지요. 

이날 아들 녀석의 컨디션은 최악이었습니다. 저녁에 아들을 만나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지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면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차를 타면 아무도 도와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실제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참가자들 중에는 늘 대열 맨 후미까지 뒤쳐지거나 심지어 2~3km까지 뒤쳐지면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버스'에 타라고 해도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을 꺽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거든요.

제 아들도 그래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는 것이 안타깝고 못마땅하더군요. 추월산 고갯길에서 라이딩을 포기한 아들 녀석은 그날 저녁내내 저와 눈을 잘 못 맞추더군요. 저도 화가 좀 남아 있어서 아들 녀석을 따뜻하게 대하기가 어려웠구요.



힘들었는데도 내년에 또 가겠다는 아들 녀석 대견


다행히 셋째 날은 무난하게 지나갔습니다. 국토순례 7일 기간 중에서 가장 긴 코스로 하루 102.7km를 달리는 날이었는데 아들 녀석은 힘들어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를 잘 지냈습니다. 이날 코스는 33km 새만금 구간이 포함된 날이어서 오르막 길이 많지 않았고 지역별로 자율적으로 라이딩을 하였기 때문에 훨씬 재미있게 자전거를 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이 쓴 소감문을 읽어 봤더니 이날 자전거 타기가 가장 즐거웠다고 하더군요. 자동차가 다니지 않은 새만금 길에서 긴장을 늦추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가벼운 장난도 치면서 편안하게 자전거를 탔던 시간이 가장 좋았던 모양입니다.

 


넷째 날은 군산에서 공주까지 86.5km를 달리는 날이었습니다. 70km를 훌쩍 넘기고 목적지인 공주 한옥마을을 불과 10여km를 남겨놓고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시간 가까이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던 아들 녀석은 다리도 너무 아프고 힘도 없고 추워서 자전거를 못타겠다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아들 녀석과 함께 뒤쳐져 있던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돌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뒤쳐지면 밀어서 앞으로 보내고 다시 뒤쳐지면 밀어서 앞으로 보내면서 아들 녀석에게 끝까지 "아빠랑 함께 가보자"고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였지요. 

그런데 초등 여자 아이를 겨우 본 대열에 붙여 놓고보니 아들 녀석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대열 맨 후미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버스가 도착하였을 때 확인해보니 아들 녀석이 이미 차에 타고 있더군요. 추월산 고갯길을 포기하고 차를 탈 때보다 조금 더 실망이 컸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길을 맨 꼴찌라도 포기하지 않고 아들녀석과 함께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상상을 하였었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이날 저녁에도 아들 녀석은 저와 눈 맞춤을 잘 못하더군요. 아이들이 짐을 찾으러 간 동안 아들 녀석에게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힘들면, 정말 힘들면 아빠가 도와줄테니 일단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고...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으면 그때 가서 포기하자고...말해주었습니다.

아들 녀석에게 자판기에서 음료수도 하나 뽑아주고 화장실 가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약도 챙겨 먹인 탓인지, 다음날 가장 힘든 코스 중 한 곳이었던 마곡사 고갯 길 구간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였습니다. 고갯 마루를 20여m 앞두고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는 제가 타던 자전거를 주고 고장난 자전거를 정비차로 옮겨주는 등 아빠 노릇(?)을 좀 해주었기 때문인지 이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여섯 째 날도 오전에 화옹방조제를 지날 때 힘들어 하였지만 평지구간이 많은 탓인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완주를 해냈습니다. 이날 아침부터 임진각까지 완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임진각까지 가는 일곱 째날은 불과 55.9km를 달리는 오전 라이딩이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완주를 해냈지요.

힘든 경험을 한 둘째 아이가 다시는 자전거 국토순례에 가지 않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집에 돌아와 하룻 밤을 지낸 아들 녀석은 나 말고 다른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더군요. "내년에도 국토순례 함께 참여하자"고 말입니다.

父子가 함께 참가한 다른 참가자들 처럼 대놓고 아들을 챙겨줄 수 없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거뜬하게 620km 자전거 국토순례를 해낸 아들 녀석이 대견하고 자랑스럽운 것은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아비 마음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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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amstory 2011.08.06 12:55 address edit & del reply

    아들이 이렇게 컸네요.
    대견스럽겠습니다. 좋은 경험시켰네요. 이런 여행보다 더 좋은 교육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이윤기 2011.08.07 07:54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아이가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않겠다고 할까봐 걱정했는데....다행히 내년에도 가고...주말마다 함께 자전거를 타자고 하네요.

믿을 수 없어? 내 힘으로 620km를 달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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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YMCA 자전거 국토 순례 일곱 째날 이야기 이어갑니다. 전남 강진을 출발하지 7일 만에 드디어 임진각에 도착하였습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정말 자전거 타고 일주일 만에 임진각까지 갈 수 있을까? 일주일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 자전거 패달을 밟던 참가자 모두가 임진각에 도착하였습니다.

임진각에 도착하던 그 기쁘고 감격스러운 장면을 글로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자전거 국토 순례 마지막 날 일정은 부천YMCA를 출발하여 행주대교를 건너 고양, 파주를 거쳐 임진각에 도착하는 56km 구간이었습니다.

임진각을 향해 가는 마지막 날은 평소보다 기상 시간이 1시간이나 당겨졌지만 아이들 모두 기분좋게 일어나 출발준비를 서둘렀습니다. 광주, 마산 등 지역으로 가야하는 참가자들 때문에 낮 12시 임진각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오전 7시 30분 부천YMCA를 출발한 국토순례 참가자들은 평소 보다 더 힘차게 패달을 밟고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에도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내 힘으로 해냈다는 자부심 때문이겠지요. 힘찬 구호를 외치자고 진행자들이 그렇게 독려해도 이렇게 큰 목소리가 나온 적이 없었습니다.

 

 

 


함께 달리자, 내 힘으로 달리자 !

임진각으로 이어지는 1번 국도에 들어서자 군데군데 응원을 나온 가족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군요. 작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응원나온 분들이 박수와 함성으로 격려해주었습니다.

임진각 도착을 앞두고 '통일동산'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면서 대열을 정비하고 약 7km 남은 마지막 구간을 달렸습니다. 임진각에 도착 할즈음 국토순례단을 환영(?)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엔 소나기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폭우가 쏟아지더군요.

지난 일주일 동안 큰비가 내려 나라 곳곳에 수해피해가 생겼지만, 자전거 국토순례단은 큰 비를 용케 잘 피해다녔습니다. 그런데 임진각에 도착하는 마지막 날 폭우를 만난 것 입니다. 국토순례 완주의 기쁨 때문인지 폭우쯤은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시원한 비를 맞으여 기분 좋게 임진각에 도착하였지요.



통일의 문을 지나서 임진각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분단 현실을 설명해주고, 통일이 되는 그날, 우리가 함께 백두산까지, 압록강까지 함께 달려가자는 다짐도 함께 하였습니다.

임진각 도착 행사장에는 수도권 참가자들 가족들이 많이 나와 국토순례 참자가들을 환영해주었으며 자동차로 대열을 따로가며 촬영을 하고 함성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가족들 중에는 아이들이 임진각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며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는 분들도 있더군요.

"으악 ~ 애들이 해냈어. 너무너무 감동적이야. 어쩌면 좋아. 정말 믿을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감격해서 소리를 지르던 이 어머니께 해단식 때 학부모 소감 발표를 시켰는데, 막상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감격이 많이 누그러지셨더군요.

원래는 참가자들이 함께 걸개 그림을 그리고 지구온난화 캠페인을 함께 하기로 하였지만 폭우로 많은 프로그램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YMCA 남부원 사무총장과 전성환 자전거 국토순례 단장이 참가자들을 격려한 후 완주증 수여하고, 참가자 대표들이 소감을 들었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참가자들도 그리고 국토순례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님들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 아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처음 강진을 출발 할 때, 내 힘으로 임진각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런데 매일 매일 자전거를 타다보니 이렇게 임진각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힘들었지만 해낼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힘들다고, 죽겠다고, 더 이상 못가겠다고 하던 아이들 대부분이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더군요. 국토순례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힘 든 일을 해낸 아이들 얼굴에는 기쁨과 자부심이 새겨져있더군요.



환영나온 가족들과 전체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마치고 모든 참가자들이 비를 맞으려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며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윤회 악수를 하는 것으로 국토순례 대장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2011년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 구호는 "함께 달리자, 내 힘으로 달리자" 입니다. 아이들은 함께 달리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임진각까지 달렸습니다. 아이들은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임진각까지 달려온 그 승리의 기쁨을 오랫 동안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관련 포스팅>
2011/08/03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내 힘으로도 하루 100km는 가뿐합니다
2011/08/02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선생님 이제 진짜로 몇 킬로미터 남았어요?
2011/08/01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목마른데 물도 못 먹는 건 처음이다
2011/07/31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자전거 국토순례 3일, 환경 이슈의 현장을 찾아
2011/07/30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자전거 국토순례, 530미터 밀재 넘어 정읍까지 96km
2011/07/29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자전거 국토순례, 전남 강진 - 나주까지 80.6km
2011/07/28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강진에서 임진각까지 620km를 달린다


제 7회 한국YMCA 자잔거 국토순례 '생명평화의 발구름' 행사를 위하여 경상남도, 공주시, 강진군, 에너지시민연대, 광동제약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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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otus 2011.08.05 11:22 address edit & del reply

    라이딩에 직접 참여하시어 피곤함도 마다않고 매일매일 아이들의 상황을 글로써 알려주신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내 힘으로도 하루 100km는 가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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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여섯 째날 이야기 이어갑니다.

평택 중원스파랜드를 출발하여 매향리, 화옹방조제, 제부도길입구, 시화방조제, 오이도입구, 소래포구를 거쳐 부천YMCA까지 이어지는 100여 km를 주행하였습니다.


다섯 째날 경기도로 들어온 후부터 임진각까지는 '고개'라는 이름이 붙은 가파른 언덕길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한켠이 뭉클한 매향리를 지나 화옹방조제와 시화방조제를 건넜습니다.

오르막이 없는 길을 달릴 수 있어서 편하기도 하였지만 두 곳의 방조제를 지나는 길은 참 많이 단조롭고 지루하더군요.

화옹방조제와 시화방조제를 합한 길이가 약 20km나 되었습니다. 전체 구간의 20%가 밋밋한 방조제 길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바다와 갯벌이었던 곳이 한 때는 죽음의 호수라고 불리더니 이제는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루하루 갈수록 청소년 참가자들의 자전거 타는 기술을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여섯 째날은 점심을 먹기 전에만 65km를 주파하였습니다. 물론 점심시간이 많이 늦기는 하였지만 이제는 오르막 내리막길에 맞추어 기어변속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첫날 전국에서 모인 참자자 중에는 키높이에 맞춰 안장을 조절해주면 발이 땅에 닿지 않아 출발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밥 먹고 잠 자고 씻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탔더니 불과 며칠 사이에 하루 100km는 가뿐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전거국토순례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또 다릅니다. 140명이 넘는 인원이 라이딩하는 기본 대형은 두 줄입니다. 처음엔 줄을 제대로 맞춰내지도 못했고 앞뒤 간격을 맞추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멋진 대열을 갖추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심 한 복판을 지나가도 대열이 끊기지 않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지요. 도로에 장애물이나 패인 곳이 있으면 신속하게 뒷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참가자 중에는 초등학교 5학년인 남녀 아이가 세 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출발 할 때마다 중심도 잘 못잡는 저 실력으로 어떻게 국토종주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하였습니다만 이제는 자전거와 몸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아도 자전거를 옆으로 살짝 눕혀 발로 땅을 밀면서 가볍게 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평소에 자전거를 잘 타지 않던 아이들이었습다. 또래 청소년들에 비하여 조금도 유별 날 것 없는 아이들이 불과 일주일만에 하루에 100km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아이들이 된 것입니다.

늘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하루 100km는 대단한 거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만, 어른이건 아이건 간에 온전히 내 힘으로 하루 100km를 이동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온전히 내 힘은 아니네요. 자전거의 힘을 빌리기는 하였네요.  



아이들의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 경험은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남은 일정은 부천YMCA에서 임진각까지 가는 일정인데, 일주일 동안 발전한 자전거 실력이면 한 나절 정도면 가뿐하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에너자이저인 아이들의 강철 체력을 어른들이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7시가 다 되어 부천YMCA에 도착하여 밥먹고 샤워를 마친 후에는 밤 11시가 넘도록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더군요. 이렇게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는 아이들을 교실에 가둬 두고 공부만 해야한다고 강요하는 교육당국과 학교를 생각하면 참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임진각을 56km 앞두고 아이들은 마음이 설레고 있습니다. 벅찬 감동의 시간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때문이겠지요. 이젠 '화이팅'하라고 소리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칩니다. 스스로 해낸 620km 자전거 국토대장정이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럽기 때문이겠지요. 임진각에 도착한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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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녁노을 2011.08.03 07:57 address edit & del reply

    건강해 보여 좋습니다.
    서로 보듬어 안으며...홧팅^^

    • 이윤기 2011.08.07 07:59 신고 address edit & del

      첨엔 서먹서먹하였던 아이들이 힘든 경험을 함께 한 후 참 끈끈한 정을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순천만 갈대밭, 초록빛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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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에 이어 두 달만인 4월 25일(토)에 순천만 생태공원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찾아가는 학습모임 - 풀뿌리 운동 사례탐방' 둘째 날, 순천만 생태공원 답사가 있었습니다.

올 해 순천을 두 번 다녀오면서 관련된 글을 여러 번 포스팅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이 순천 '주민자치운동 사례탐방'관련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제때하지 않아 벌써 한 달이 지나버렸지만, 카메라에 담긴 순천만 갈대밭에 봄이 찾아오는 모습을 소개해드립니다. 4월 25일(토) 오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초록빛을 띠며 새순이 올라오는 갈대가 싱그러운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색이 바랜 여기는 작년부터 있었던 갈대숲입니다. 사이사이에 푸른 새순이 보입니다.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카메라에 담지는 못하였지만, 봄이 되니 짱뚱어가 많이 눈에 뛰더군요. 목도를 따라 걸어가며, 아래를 자세히 내려다보면 금새 '장뚱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갈대 군락의 모습이 겨울과는 많이 다릅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처럼 되어있습니다.


생태계 보존을 걱정하는 사람들 중에는 순천만 갈대밭에 유람선이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배가 지나가며 생기는 저 물결이 참 보기 좋습니다.
지금 처럼, 디젤엔진을 이용하지 않고 전기동력을 이용하는 배가 다니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올 여름과 가을에 한 번씩 더 가면, 순천만의 사계절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은 먹었는데, 실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순천하면... 굉장히 먼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자동차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전라남도, 경상남도 이렇게 나누어놓은 행정구역상의 경계가 사람의 마음도 멀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마산에서 울산 가는 거리와 비슷한데, 심리적인 거리는 그 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 묘합니다. 올 해 순천엘 두 번이나 다녀오고나니 그 마음에 거리가 굉장히 좁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여름에도 한 번, 가을에도 한 번 다녀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름에는 비가오는 날,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순천만은 어느 계절에가도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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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르다보면 2009.05.15 00:11 address edit & del reply

    사진이 예사롭지 않다하고 클릭 했는데..ㅎㅎ

    • 이윤기 2009.05.15 10:38 신고 address edit & del

      예사롭지 않은 사진은 이필구 간사가 찍은 사진들이죠. 제 사진을 평범...하지요.

      시민운동가를 위한 지역 운동 사례 탐방이 올 해 두번 더 있어요. 담엔 함께 가시지요.

시민은 항상 옳다, 순천시 자치헌장 제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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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주민차치 헌장
제 1조 시민은 항상 옳다.
제 2조 시민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제 1조를 다시 보라.


대한민국 주민자치 1번지, 순천시 주민자치 헌장입니다.  감동적인 문구 아닌가요?

이런, 구호를 내거는 자치단체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호를 현실로 구현하는 자치단체는 많지 않습니다. 순천시 주민자치헌장이 돋 보이는 것은 말로만, 구호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실천 사례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 입니다.

앞서 밝힌 것 처럼 저는 대한민국 주민자치 1번지, 순천시의 주민자치 사례를 공부하러 올 해만 벌써 두 번이나 순천을 다녀왔습니다. 한 번은 저희 단체 회원들과 한 번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풀뿌리 주민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순천을 방문하였습니다.

▲'우리동네 상상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만든 '마을 보물지도'


주민자치 운동 모범 사례 배우기

순천시는 지난 3~4년 동안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주민자치센터 운영, 풀뿌리 주민운동 등과 관련하여 각종 상을 휩쓸면서 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순천시가 주민자치에 대하여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주민자치센터 설치가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순천시는 "시민은 항상 옳다"는 구호를 내 걸고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자치역량을 강화하려고 하였지만, 오랜 관행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아 금새 두터운 벽을 만나게 됩니다. 시는 기구를 바꾼다고 자치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한 후 주민자치 운동을 함께 전개 할 파트너로 시민단체를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순천시와 시민단체(YMCA, YWCA, KYC, 그린순천21)과 함께 민관협력을 통한 주민자치센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시와 시민단체의 모색과정을 통하여 2005년 3월부터 주민자치위원을 학습하기 위한 주민자치 대학을 개설하였습니다. 

당시 광주에서 진행 중이던 '좋은동네 시민대학'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순천 지역에 맞는 '주민자치대학'으로 정착시켰다고 합니다. 시민단체와 협력을 시작한 순천시는 2006년까지 시내 모든 동 지역에서 주민자치대학을 개최하게 됩니다.

순천시의 행정적 지원과 예산지원, 시민단체의 헌신적인 프로그램 진행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주민자치대학의 성과가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운동으로 승화되기 시작합니다. 주민자치대학을 통해 이루어진 학습모임을 실천으로 연결시킨 것이 바로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운동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좋은 동네 만들기 공모사업은 공모 주체들의 의도와 달리 꽃길 가꾸기, 소공원 만들기와 같은 단기적 성과를 만드는 환경개선 사업에 치우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 순천 주민자치 운동의 숨은 일꾼 이원근(교수), 양효정(공무원), 김석(시민운동가)

 
10년 후 우리 동네 상상 프로젝트


주민자치 대학 ->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로 이어 온 순천의 주민자치운동은 2007년들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10년 후 우리동네 상상 프로젝트' 만들기가 바로 그것 입니다. 현장 견학과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되는 '상상리더 과정', 마을 순회 교육으로 진행된 '마을 비전 과정'으로 나누어진 '우리 동네 상상 프로젝트'는 10년 후 우리 동네의 비전을 만드는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순천시가 세운 '희망 순천 2020'과 거대한 계획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참여하여 우리 동네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 상상 프로젝트는 주민자치위원회를 토대로 하는 핵심 일꾼들을 중심으로 상가번영회, 통장협의회, 새마을협의회, 부녀회, 경로당, 초등학교, 지역원로들이 모두 참여하여 '마을 비전'을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런 과정를 통하여 마을 일꾼들은 우리 동네 보물(자원)을 찾아내고, 우리 동네가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 문화, 감성, 인적네트워크들을 엮어 마을 보물지도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 모임을 통해 우리마을이 가진 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토론하고 계획을 세움으로써 기존의 단발적인 '마을만들기' 활동이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진행되는 기초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순천시가 대한민국 주민자치 1번지가 된 것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선심성 사업 때문이 아니라 주민의 자치 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과 그 교육과정을 통해 성장된 자치 역량을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치 역량을 가지 훈련된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10년 후를 내다보는 마을만들기 운동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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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디 2009.05.12 18:08 address edit & del reply

    예전에 순천에 여행을 간적이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변화하고 있네요.
    멋집니다. 10년 후 다시 한 번 여행 가고 싶습니다.^^

    • 이윤기 2009.05.13 09:02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공장을 유치해야만 도시가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꼭 순천에 한 번 가봐야합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여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순천만이고, 주민이 참여하는 '자치'도 배울점이 많습니다.

  2. 항상 옳다고요? 2009.05.13 16:23 address edit & del reply

    시민중에서도 어거지 생떼 부리는 사람도 많은데요?

  3. 선인장^^ 2009.05.14 19:24 address edit & del reply

    수준낮은정치, 경제위기, 부동산, 교육, 환경 등등, 한국사회가 가진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가 지역, 지역자치라고 생각합니다. '주민자치'라니 더더욱 멋지네요. 순천시 '주민자치'에 대한 글들 더욱 많이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도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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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자치 1번지 순천의 힘, 작은 도서관

자동차로 2시간이 안 걸리는 순천은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먼 곳 입니다. 생활네트웍과 인적네트웍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 년 동안 한 번도 방문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순천을 올 해는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지난 2월에 제가 일하는 단체 회원들과 순천에 다녀온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 보스팅한 것이 인연이 되어, 4월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찾아가는 학습모임 - 풀뿌리 운동 사례탐방' 프로그램으로 순천을 다시 찾았습니다.

순천은 앞서 소개한 순천만 갈대밭(생태공원)도 유명하고, 낙안읍성도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대한민국 주민자치를 대표하는 도시로 또한 유명합니다.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하여 주민들의 풀뿌리 자치역량을 키우고, 그 힘을 바탕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어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순천시와 시민단체가 손을 잡고 주민들을 교육하고, 선진지를 견학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들어서 성숙된 자치역량을 바탕으로 주민 참여를 높여 주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살기좋은 마을만들기가 활성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인정 받아 중앙정부로부터 상도 많이 받고 특별예산도 지원 받아서 여러가지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4~2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이번 학습모임은 바로 순천의 주민자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배우는 현장연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 연수에는 순천마을만들기 사례연구와 더불어 구체적 사례 견학으로 순천 상상프로젝트(시끌벅적 도시디자인 사례)견학과 녹색실버가게, 작은 도서관 견학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작은도서관 견학은 주민자치 1번지 순천의 숨은 저력을 발견하게 하는 놀라운 사례였습니다.

인구 40만인 제가 사는 도시에는 시와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모두 4개의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 27만인 순천에는 모두 40개가 넘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 입니다. 그 중에 36개 작은 도서관은 모두 동네마다 있는 주민밀착형 마을도서관이라는 것 입니다.

순천시는 인구 7000명당 도서관 1개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평균보다 8배나 많고, 보유 장서도 52만권에 달하여 시민 1인당 1.9권으로 전국 1위라고 합니다. MBC TV를 통해 유명했던 '기적의 도서관 1호'가 순천시에 건립 된 것도 아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순천시는 2010년에 시내 도서관을 51개까지 늘려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 입니다.

저희 일행은 순천시 장천동에 있는 마을 도서관, '작은 나무 도서관' 을 방문하였는데, 2004년 11월에 문을 연 비영리 사립문고였습니다. 작은 나무 도서관은 아이들과 책을 읽는 것이 좋아 10여년 동안 자비로 운영해온 저력있는 마을 도서관이었습니다.

5천 여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문화활동을 펼치는 작지만 알찬 운영을 하고 있는 곳 이었습니다. 책읽어주기, 4계절 책놀이, 어린이 철학교실, 청소년 문학읽기, 빛그림 영화상영, 동네 책문화 잔치, 좋은 책 전시, 활동작품 전시, 작가초청, 문학기행 등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순천 마을만들기 사례연구 답사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작은도서관의 저력을 느낀 것은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도서관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답사 둘째 날, 점심식사를 하러 순천시 중앙동의 골목길을 걸어서 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한옥글방 도서관을 만났습니다.

한옥글방 도서관은 원래 한정식집이었던 곳을 개인이 도서관으로 바꾸었다는 것 입니다. 참 아름다운 공간을 도서관으로 꾸며놓아 보는 이들을 모두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간판에 씌어진 것 처럼 '책과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겠더군요.

두 곳의 도서관을 보면서 '주민자치 1번지' 순천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해 보았습니다. 지금 연간 수 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순천만 생태공원은 십수년전 순천시가 매립계획을 세웠을 때, 순천시민들이 반대운동을 펼쳐 지켜낸 곳 입니다.  불과 십여년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지요.

또한, 순천시는 몇 년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화상경마장 설치 반대 운동에 성공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전국의 여러 도시에 합법적인 도박장인 화상경마장을 설치하였지만, 유독 순천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계획을 철회한 곳이이도 합니다.

자신이 사는 도시와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 뿐만 아니라 좋은 환경을 보존하고 지켜내며, 도박장 설치 반대를 관철 시킨 순천 시민들의 자치역량은 결국 마을마다 뿌리 내린 작은 도서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마을 도서관을 중심으로 펼치는 독서활동을 중심에 두는 다양한 사회교육이 주민들의 자치 역량을 성장을 거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큰 도서관 대신에 마을마다 있는 작은 도서관이 오늘의 순천을 있게 한 저력 중 하나였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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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14:43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귀감이 되는군요.

    • 이윤기 2009.05.11 08:33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자치단체들이 '구호'로 외치는 책 읽는 도시와은 다른 저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땅다람쥐 2009.05.09 16:09 address edit & del reply

    대전도 순천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ㅎ

    • 이윤기 2009.05.11 08:34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대전도 책 읽는 도시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니 대전 뿐만 아니라 책 많이 읽는 나라가 되면 더 좋겠습니다.

  3. 구르다보면 2009.05.10 02:50 address edit & del reply

    마을도서관보다..우선 단체장이 중요합니다.

    • 이윤기 2009.05.11 08:35 신고 address edit & del

      순천 사례를 보면, 단체장이나 시의 의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개인들이 모여서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저력이 깔려있는 것 같더라구요

  4. 흙장난 2009.05.10 10:49 address edit & del reply

    돈 많은 도시 창원도 조금만 관심을 돌리면 가능한 일이라 보여지는데 조금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순천에 이렇게 많은 도서관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좋은 포스팅 고맙습니다.

    • 이윤기 2009.05.11 08:39 신고 address edit & del

      돈은 많은지 몰라도 급격하게 성장한 도시라...그런지 도시에 대한 '애정'이 덜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창원시를 바라보며... 뭘 해달라고만 하거든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순천과 비교해보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순천은 역사가 있는 도시잖아요.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순천에 살았거든요. 순천이라는 도시에 가족의 삶이 베어있지요.

      이런 점이 창원은 좀 다른 것 같아요.

  5. 상오기 2009.05.11 09:47 address edit & del reply

    순천이 인구에 비해 도서관이 많이 있는 도시였군요 ^^
    5분 거리에 큰 도서관이 있는데 이용해본지 오래 되었네요
    오랫만에 도서관에서 책 빌려 봐야 겠네요 ^^

새만금, 방폐장 선정 다른 해결책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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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진섭,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민주화 이후 권리의식이 향상되면서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점점 더 늘어난다.

시민운동으로써 환경운동이 시작된 것을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태동한 때라고 본다면, 1993년에 이 단체가 출범하였으니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역사는 대략 15년쯤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공해추방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운동이 있었으나 보다 더 대중적인 시민운동으로 출발한 것은 199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15년 남짓한 환경운동 역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대표적인 환경 갈등 사례였던 사건은 바로 새만금간척사업과 방폐장부지 선정사업이었다.

치열한 갈등을 겪은 두 사건은 현재는 이미 일정한 결론에 도달한 상태다. 방폐장 사업은 몇 군데 후보지역에서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가 우여곡절 끝에 경주에 건립되고 있고, 새만금간척사업은 대법원 소송을 거쳐서 계속추진 중이다.

환경운동가 박진섭과 환경법학자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은 2003년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환경문제인 새만금 사건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연구한 책이다. 한 사람은 '운동가'로서 다른 한 사람은 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사건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는 과정에 같은 문제의식에 이르렀다고 한다.

▲ 이(새만금과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 갈등을 예방하거나 갈등에 따르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대중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풀어가기 위하여, "지역개발 과정에서의 환경 보전"을 주제로 새만금 간척사업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사건이라는 구체적 사례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문헌연구 대신에 두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직접 관련된 사람, 지역 주민이나 사례 추진 담당 공무원들, 환경운동가와 학자들을 인터뷰하였다.

새만금 어떤 사업이었나?

새만금간척사업은 농지확보를 목적으로 1986년, 김제, 옥구, 부안지구를 통합한 종합개발계획으로 구상되었고, 1987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더욱 구체화 되어 1991년 공사를 시작하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부안군, 김제시, 군산시에 걸쳐 있는 바다와 갯벌 4만 100헥타르를 간척하는 사업으로, 방조제 길이가 무려 33킬로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간척사업으로 꼽힌다. 이 간척사업의 애초 목적은 농지조성이었다. 갯벌을 농사지을 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새만금공사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는 것은 1998년, 김대중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김영삼 정부의 3대 부실 사업 중 하나로 새만금 사업을 지목하면서부터이다. 같은 해 감사원 특별감사에서도 70여건의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시화호 수질오염 문제가 제기되면서 새만금 수질확보 문제가 본격 제기 되었다.

  
새만금 반대 삼보일배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결국 1998년 7월, 새만금간척사업백지화를 위한 시민위원회가 결성되고, 민관공동조사를 거쳐서 2001년 정부는 친환경 사업진행, 순차적 개발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2001년 3월 200여 개 시민, 사회, 문화, 노동, 종교 조직이 모여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를 결성하여 10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한 반대운동을 벌이며, 2003년 3월부터 5월까지의 '삼보일배'에서 절정에 이른다.

2003년 법정으로 옮겨간 새만금 논쟁은 서울행정법원, 고등법원을 거친 후 2006년 3월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결정이 내려지고, 2006년 4월 21일 최종물막이 공사가 완료되었다.

새만금 사업의 쟁점은 ① 경제성으로 보아 농지를 조성하는 것이 옳은가? ② 갯벌을 그대로 두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것이 아닌가? ③ 매립이 생태환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2007년 11월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당초 목적인 농지조성이 아닌 '외자와 외자기업 투자유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갖춘 성장거점 지역으로의 육성' 이라는 새 목적을 부여받게 되었다.

부안 방폐장은 어떤 사업이었나?

"2007년말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총 20기로 시설용량은 1978년에 비해 30.2배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전체 전력발전량의 36.5퍼센트를 차지한다."(본문 중에서)

원자력 발전소는 필연적으로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1980년대 중반 이래 원자력발전으로 배출된 방사능폐기물의 안전한 처리가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1988년 경북 영덕군을 비롯한 3개 지역을, 1990년에는 안면도를, 1994년에는 인천 굴업도를 방폐장 부지로 선정하였으나 주민 반대로 모두 실패하였다.  

  
부안 핵폐기장 반대 집회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정부는 약 15년동안  방폐장 부지 선정에 실패하자 3000억 지원과 한수원 본사 이전을 약속하는 등 지원 확대 정책을 펼쳤다. 이른바 부안 방폐장 사태는 2003년 5월 부안군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면 대규모 특별지원금을 주민에게 지원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위도주민들은 '위도주민방폐장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2003년 5월 13일에 전체주민 73.5퍼센트의 서명을 받아 부안군의회에 방폐장 유치를 청원했다. 유치위원회의 활동과 정부의 방폐장부지 선정에 관한 설명회 개최 등 관련조치가 본격화되자, 7월 2일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소 추방 범 부안대책위원회가 34개 부안군 종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발족되어 방폐장 유치 반대운동을 전개했다."(본문 중에서)

'부안사태'는 부안군의회에서의 방폐장 유치 청원이 부결되고, 다수 주민이 반대하는데도 부안군수가 일방적으로 방폐장 유치신청을 함으로써 촉발되었다. 군수의 독단적인 유치신청으로 1만 명이 참가하는 '핵폐기장 백지화와 군수퇴진 결의대회'가 열리고, 경찰과 주민이 충돌하여 100여 명이 부상, 50여 명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 사건은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인적, 물적 피해를 낳은 사건이었다. (부안군 인구가 7만여 명인데) 2003년 7월 11일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180여회 지속된 핵폐기장 백지화 시위와 촛불집회(183)회)에 참석한 사람은 연인원 22만 명에 이른다."(본문 중에서)

해상시위, 차량 시위을 비롯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운동, 정부와의 여러 차례 대화 무산 등 우여곡절 끝에 2004년 2월 14일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72.4%가 투표에 참여하여, 91.8%가 반대하는 결과가 나오고, 마침내 그 해 9월 정부는 부안방폐장 백지화 선언을 내놓게 된다.

환경갈등이 일어나고 증폭되는 원인

"정부와 지역주민의 갈등구조를 보면 정부는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주민들은 정부가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지역주민들이 합리적인 방안을 이해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극단의 투쟁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본문 중에서)

"정부는 주민들이 정부의 계획을 진지하게 듣지 않고 집회나 시위 등 힘의 논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불신을 내비쳤다. 주민들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정부정책에 저항한다고 본 것이다."(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이런 불신과 갈등의 원인, 그리고 갈등이 더 증폭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① 부정확한 정보를 부정직하게 흘리고, '카더라'식 소문이나 언론의 비공식 확인에 근거한 기사로 주민 반응을 알아보는 것은 갈등을 키우는 원인이다.
② 주민대상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지 않거나 요식행위로 거치면 갈등이 증폭된다.
③ 주민과 환경단체에 의해서 정부가 비밀에 부친 정보가 공개되면 불신이 증폭된다.
④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전문가를 동원하여 설득하려는 공청회는 실패한다.
⑤ 지역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최악의 행위이다.
⑥ 전문가보다 갈등의 당사자가 지긋지긋 하도록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⑦ 외국에선 30~40년이 넘는 숙의 과정을 통해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⑧ 객관적이고 과학적 결과만 있으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⑨ 주민에게 설명을 들을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⑩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의논하자고 하는 것은 갈등만 더 증폭시킨다.
⑪ 정치적 계산이 개입하면 합리적 논쟁이 되지 않는다.
⑫ 객관적이고 순수하고 공정한 전문가는 없다.
⑬ 주민의 반대에 응답하지 않으면 갈등은 증폭되고 반대는 더 과격해진다.

갈등해결, 주민투표가 최선의 대안 아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을 쓴 박진섭, 소병천은 합리적인 주민의사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주민투표가 최선의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국가 중대사안이나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에 선출된 대표에게만 위임하지 않고,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묻는 것이 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투표 역시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는 부재자투표이고, 둘째는 주민투표 발의를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주민대상(주민투표 범위와 주체)의 문제이다."(본문 중에서)

환경 피해 예상 지역을 설정할 때는 매우 엄격한 규정을 두면서 투표 범위와 주체를 정할 때는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 특히, 선거가 승자 독식이듯 투표 역시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 투표 이전에 반드시 충분한 토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찬성, 반대가 동수로 참여한 민관조사단의 한계

지은이들은 새만금민관공동조사단은 '대화를 통해 환경갈등 해결을 시도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였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였다고 평가한다. 1년 8개월 남짓한 공동조사단 활동은 결국 실패하였는데, "마치 두 사람이 같은 줄자를 들고 안방에서 거실까지 거리를 재는데 두 가지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온 격"이었다고 한다.

민관공동조사단 활동으로 가치관에 따라서 과학적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으며, 모델링 변수 차이,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 차이,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 차이 등으로 양쪽의 입장이 확연하게 달랐다는 것.

특히, 민관조사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자신을 추천한 단체에 대한 소속감을 넘어서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소속감 때문에,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신념의 문제이고 밥벌이의 문제였기 때문에 결코 객관적인 제 3자가 아닌 이해당사자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 당사자 동수가 모여 앉아 갈등 해결은커녕 합의에도 이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만금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통해서 각각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가졌던 우리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지은이들은 정부를 향하여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환경영향 평가는 사업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과 같은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며, 누구를 위한 환경보전인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피해를 입는 지역과 이익을 얻는 지역이 서로 다르면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

절반의 성공, 절반이상의 실패

아울러, 지역을 바탕으로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개발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반대 측 주장의 장점을 살리는 지역 발전 정책을 세우는 데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환경단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그리고 정부와 환경 단체 모두 '도 아니면 모'가 아닌 개, 걸, 윷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만금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연구한 지은이들은 이 두 사건을 '절반의 성공, 절반 이상의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패를 만회하는 대안은 소통에 있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결론에 해당된다.

"자연과의 공존 사상,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전, 인간의 현명한 이용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는 소통이다. 자연과의, 미래세대와의, 현세대간의 소통 목적은 자연 이용의 적정성에 합의하자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소통, 현세대간의 소통 그리고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그리고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보전과 개발의 방법론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섭,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은 환경 갈등, 정책 갈등으로 대립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끝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여러 가지 정책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광우병쇠고기 수입, 한반도 대운하, 미디어관련법 개정 등이 모두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에 비춰 보면, 모두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지도자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들이 '새만금'과 '방폐장' 사건에서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는건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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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의 별미 장뚱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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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보고 느낄 거리와 맛있는 먹을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순천만 구경을 하고 나면 갯벌에서 나오는 특별한 먹을 거리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20~30분이면 벌교로가서 '꼬막'으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순천만 갈대밭 근처에서 '장뚱어 매운탕'을 먹을 수도 있답니다.



저희 일행은 다음날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을 구경하고 '꼬막정식'을 먹기로 하고, 첫 날 저녁식사 메뉴로 장뚱어 매운탕을 선택하였습니다. 순천만 갈대밭(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로 나오는 길을 따라 5분 정도 가면, 길 왼쪽 편으로 '강변장어구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저희 일행을 안내해준 분이 순천시청 관광과에 전화를 해서 '장뚱어탕' 잘하는 집으로 추천받은 식당이라고 하더군요. 일행 중 대부분은 장뚱어탕을 처음 먹어본다고 하였습니다.

장뚱어는 작은 눈이 머리꼭대기 옆에 있으며 눈 사이가 좁고 멀게 생겼습니다. 주둥이는 짧고 끝은 둥글게 생겨습니다.  몸은 가늘고 길게 생겼는데, 머리 부분이 크고 뒤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한 모양입니다. 장뚱어, 짱뚱어 등으로 불리린다고 합니다.


갯벌에 사는데, 간조 때에는 뻘을 살금살금 기어다니면서 먹이를 먹고 만조 때에는 굴을 파고 숨어 지내며, 공기호흡으로 육지와 바다를 왔다갔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는 순천만 갈대숲 갯벌을 기어다니는 짱뚱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짱뚱어는 한 번도 직접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는 생선인데도 제게는 아주 친숙한 느낌으로 기억되어 있었습니다. 짱뚱어라는 물고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영식' 선생님이 그린 만화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시리즈 때문입니다. 신영식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고, 오진희 선생님이 글을 쓴 이 만화책은 지금 중년이 된 세대들의 어릴적 고향살이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 오진희 선생님의 어릴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옮겨놓은 이 만화책의 주인공이 바로 '짱뚱이'입니다. 올록 볼록한 볼살이 짱뚱이를 많이 닮았지요. 사내아이처럼 씩씩한 짱뚱이지만 마음 따뜻하고 착한 아이였습니다. 이런 기억 때문이었는지, 웬지 짱뚱어라는 물고기도 착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떠 오르더군요.

만화책으로 본 짱뚱이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짱뚱어 모양을 본 따 만든 오카리나를 보니 과연 책에서 본 짱뚱이를 닮았더군요.  위 사진은 도자기로 만든 짱뚱어 모양 오카리나입니다.
 '장뚱어탕'을 잘 한다고 소문난 이 당 사장님이 오카리나를 보여주면서 장뚱어의 특징을 잘 살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장뚱어 모습도 사진과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대부분 장뚱어탕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장뚱어탕이 참 맛있다고 하더군요. 4인분씩 한 상으로 나오는데, 뚝배기에 국물도 한 방을 남기지 않고 깨끗히 먹어치웠습니다. 아울러 남도식당 답게 적지 않게 쫙깔려 나오는 정갈한 밑반찬고 깨끗히 먹어치웠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강변장어구이집' 장뚱어탕이 특별히 맛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하루 종일 순천시내를 다니느라 모두 '시장'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데 아무튼 모두들 "참 맛있다"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저희 일행은 오후 3시 30분에 순천YMCA에 도착하여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운동' 사례를 소개받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도시 디자인 사례를 둘러보았습니다. 곧바로 일몰 시간에 맞춰 순천만으로 달려가 짙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해지는 순천만 석양을 구경하였습니다. 다들 잔뜩 시장기를 느낄 때, 식당으로 같기 때문에 뭘 먹어도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커다란 뚝배기에 추어탕처럼 짱뚱어를 갈아 넣고 여러가지 나물과 야채를 넣어 끓였는데, 국물이 걸쭉하면서도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바다 생선인데도 특이하게 비린 맛이 없었으며, 국물 맛이 걸쭉한데도 시원한 맛이 나서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겠다는데 일행 모두가 동의하였습니다. 안주가 좋아 소주 한 잔 안 할 수 없다며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소주 몇병을 비우더군요.

짱뚱어탕을 처음 먹어본 터라 다른 식당과 맛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배고 픈 시간에 아주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 때문에 다음에 순천만을 가면 틀림없이 이 식당을 다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1인분에 7천원이었지만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잘 차려진 밑반찬과 '걸쭉 시원한' 장뚱어탕에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장뚱어탕은 순천만 뿐만 아니라 갯벌이 살아있는 벌교, 강진 등 남도 곳곳에서 맛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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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르다보면 2009.02.28 20:31 address edit & del reply

    몇 년전 벌교에 대백산맥문학기행에서 장뚱어를 보고 먹고했습니다.
    그녀석들 정말 바르더군요^^

  2. 라오니스 2009.03.02 12:06 address edit & del reply

    얼마전 순천만을 가니 장뚱어가 그림이 많이 있더군요...
    장뚱어탕도 맛있겠는데요...
    다음에 순천가면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 이윤기 2009.03.02 13:10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여행의 재미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는것이더군요. 계절에 맞추어 장뚱어탕과 가까운 벌교 꼬막 맛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밤이 더 아름다운 순천만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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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개최된 람사르 총회를 통해 가장 유명해진 곳이 바로 우포늪과 순천만 입니다. 순천만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해안하구의 자연생태계가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보전되어 있는 곳 이라고 합니다.

지난 주말 아름다운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철새들의 월동지로 유명한 순천만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 하는 단체 회원들과 함께 1박 2일 수련회를 떠나 순천만과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그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십 수년 전에 순천만 매립계획이 발표되어 지역시민단체들이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펼쳐 순천만을 지켜냈었는데, 이제는 순천을 대표하는 생태관광지가 되어 매년 수 만명의 관광인파가 몰려드는 곳이 되어있었습니다.

순천만은 갯벌과 갈대 군락으로 흑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의 월동지이기도 하지만, 고밀도 갈대 군락이 자연정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해안 일대에 적조가 발생하여도 순천만 연안 지역은 피해를 입지않는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순천만의 S자형 수로는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10대 낙조라고 하더군요. 순천시내 여러 곳에서 S자형 수로가 뚜렷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순천만 갯벌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해질무렵 늦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메고 '용산 전망대'를 오르 내리고 있더군요. 해가 지는 서쪽 방향으로 시야가 트인 곳에는 빠짐없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서쪽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셔터를 누르는 누군가의 카메라에는 아름다운 S자형 수로가 담겼을 것이고, 바다로 향하는 강물 위를 지나가는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는 넉넉하고  한가로운 장면을 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제 카메라에는 멋진 사진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딱' 맞추어 용산전망대에 도착하여 아름다운 낙조를 구경하였지만 저의 서툰 사진 실력으로 숨 막히는 그 장면을 잘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금새 어두워졌지만, 어둠이 내린 갈대밭을 지나오는 길은 더욱 아늑하게 느껴졌습니다. 목도를 따라 지나오는 갈대 숲에서는 갑자기 푸드득~하고 새들이 날아오르기도 하고, 아스라히 따뜻한 불빛이 이정표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낮시간에 비하여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바람에 스치는 갈대소리를 오롯이 들을 수 있는 저녁시간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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